바비루는 어떻게 탄생했나요?
바비루는 열정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습니다. 저는 바비루의 세계관을 창조한 두 콘셉트 아티스트, 니반 찬타라(Nivanh Chantara)와 프레데릭 랑보(Frederic Rambaud)의 멋진 콘셉트 아트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완성된 이들의 작품은 몰입감 넘치는 SF 스토리의 잠재력을 지닌, 음산하면서도 깊이 있는 세계를 정교하게 그려냈습니다. 저는 이 아이디어를 장편 영화로 발전시키자고 설득했고, 한동안 다양한 형태의 라이브 액션 프로젝트로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너무 야심 차다는 이유로 몇 차례 거절당한 뒤, 우리는 곧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이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라이브 액션으로 진행했다면 감수해야 했을 타협 없이,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언리얼 엔진을 검토했고, 에픽 메가그랜트에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팬데믹이 막 시작되었을 때, 에픽으로부터 답변을 받았습니다. 전 세계가 봉쇄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글로벌 팀을 구성하여 원격으로 협업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맞아떨어진 순간이었고, 당시 우리 모두에게 절실했던 창작의 출구가 되어주었습니다.
지원금 덕분에 저희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며 가능성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저희가 목표로 했던 퀄리티 수준을 위해 실험적인 영역에 도전하고 있었는데, 언리얼 엔진을 통해 큰 꿈을 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전 작품들은 모두 실제 배우로 촬영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CG 캐릭터로 전환하신 일은 큰 변화였을 것 같습니다.
그랬습니다. 비욘드 캡처 밴쿠버(Beyond Capture Vancouver)의 모션 캡처 환경에 있는 배우를 몬트리올에서 원격으로 감독하는 일은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나중에는 물리적 세트나 배우의 일정에 대한 제약 없이 움직임, 타이밍, 카메라 워크까지 완벽하게 창의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캡처한 애니메이션을 씬에 맞춰 완벽하게 수정하고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추가 촬영 일정을 잡을 필요도 없었습니다. 예산과 시간적 제약이 있었던 저희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됐죠.
언리얼 엔진의 리얼타임 렌더링과 애니메이션 툴 덕분에 이 프로세스는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거의 최종 단계에 가까운 씬을 검토하고 연기를 빠르게 반복작업하며 라이팅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었고, 긴 렌더링 시간을 기다리지 않고 엔진 내에서 구도를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보다 분산된 워크플로가 가능해져,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같은 씬의 여러 샷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주요 렌더링 엔진으로 언리얼 엔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평생 게이머였고, 십 대 시절 언리얼 엔진의 초기 빌드로 퀘이크(Quake)를 플레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항상 윙 커맨더(Wing Commander)나 콜 오브 듀티(Call of Duty) 같은 비디오 게임 컷씬에는 언제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고, '이런 식으로 영화 한 편을 통째로 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이전 프로젝트에서 기존의 렌더링 엔진을 사용해 본 결과, 상당한 숙련도를 요구했으며 실시간으로 결과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수를 했거나 사소한 디테일을 조정하려는 경우, 복잡한 씬을 렌더링하는 데 며칠까지는 아니더라도 몇 시간은 걸리곤 했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샷을 즉시 시각화하고 다듬을 수 있는 리얼타임 워크플로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기존 CG 파이프라인으로는 흉내낼 수 없는 일이죠. 텍스처, 라이팅, 애니메이션이 완벽하게 적용된 씬을 실시간으로 작업할 수 있었기에 창의적인 결정을 훨씬 더 빨리 내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비용 면에서도 효율적이어서 기존의 사전 렌더링 방식의 애니메이션으로는 훨씬 더 큰 비용이 들었을 수준의 비주얼 퀄리티를 구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것은 언리얼 엔진이 올인원 수준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리비즈, 애니메이션, 라이팅, 샷 획득, 심지어 최종 픽셀까지 모두 하나의 소프트웨어에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요.
바비루 작업을 시작한 당시에는 그런 점은 정말 획기적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고, 한계에 도전하며, 이를 이용하여 기존 구성에서는 구현할 수 없었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방법을 찾는 것을 즐겼습니다.
바비루의 현재 개발 상황은 어떤가요?
16분 분량의 영화를 제작했지만, 현재는 바비루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한 콘셉트 트레일러를 먼저 공개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다른 투자자와 영화 스튜디오에 이 결과물을 선보이고 바비루를 극장용 장편 영화로 확장하기 위한 추가 제작비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 콘셉트 영상을 통해 바비루 세계의 비주얼과 서사적 잠재력을 보여주었으며, 이 작품을 더 큰 규모로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파트너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향후 언리얼 엔진이 영화 제작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 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언리얼 엔진은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 방식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여 기존 파이프라인에서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더 빠르게 반복작업하고, 실시간으로 창작에 관련된 결정을 하고, 전 세계 아티스트와 탈중앙화된 작업 방식으로 협업할 수 있었습니다.
완전히 구현된 실시간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은, 영화 제작자가 렌더링을 기다리는 대신 스토리텔링과 비주얼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기존 방식으로는 상상조차 못 했을 샷을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이 기술이 없었다면 바비루의 제작도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언리얼 엔진은 인디 제작사부터 대형 스튜디오에 이르기까지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이제 기술을 통해 이제 새로운 세대의 크리에이터들이 불과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실현하고, 새로운 하이브리드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탐구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