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 스튜디오(Blur Studio)는 영화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 시네마틱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넷플릭스(Netflix)의 앤솔러지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Love, Death + Robots)으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이 스튜디오는 1995년, '상업보다 예술'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며, 이러한 접근 방식은 스튜디오의 지속적인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Amazone Prime)에서 방영하는 블러 스튜디오의 최신 시리즈 시크릿 레벨(Secret Level)에서는 워해머(Warhammer), 팩맨(Pac-Man) 등의 상징적인 비디오 게임의 세계를 탐색합니다. 15분 분량의 에피소드마다 배경이 되는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레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치 영화와 같은 컷씬을 구성하는 스토리텔링, 다이얼로그, 비주얼 퀄리티 덕분에 해당 게임을 해본 적 없는 시청자도 몰입할 수 있습니다.
블러 스튜디오는 시크릿 레벨 시리즈에서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토너먼트 게임에 초점을 맞춘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에픽게임즈도 이에 동의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언리얼 엔진 애니메이션 파이프라인을 사용하여 전체 에피소드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블러 스튜디오의 CEO인 팀 밀러(Tim Miller)는 이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블러 스튜디오는 언리얼 토너먼트 에피소드를 만들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야 했으며, 언리얼 엔진의 기능을 학습하는 동시에 방영 가능한 수준의 고퀄리티 방송용 에피소드를 제작해야 했습니다.
'언리얼 토너먼트' 에피소드의 디렉터를 맡은 프랭크 볼슨(Frank Balson)도 이 도전에 동참했습니다. 볼슨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랫동안 스튜디오에 이 기술을 도입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언리얼 토너먼트'를 위한 본격 준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50여 명의 블러 스튜디오 아티스트 중, 기존에 언리얼 엔진을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는 Maya, 3ds Max, V-Ray 등의 익숙한 툴 사용 기술을 언리얼 엔진 워크플로로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짧은 튜토리얼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며 빠르게 학습했습니다.
CG 슈퍼바이저인 장 바티스트 캉비에(Jean-Baptiste Cambier)는 말합니다. “언리얼 엔진을 배우면서 저희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기술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기존 워크플로에서 최고의 실력을 뽐냈던 아티스트들이 언리얼 엔진에서도 최고가 되었습니다."
팀은 간단한 PoC로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면서 단 일주일 만에 최대 70개까지 단기간에 많은 샷을 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볼슨은 말합니다. “사전 렌더링된 파이프라인으로는 절대 불가능했을 겁니다. 언리얼 엔진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것이죠.”
볼슨은 이 에피소드가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는 사실이 가장 보람찼다고 합니다. 볼슨은 말합니다. "레이아웃, 애니메이션, 렌더링, 라이팅은 엔진에서 직접 작업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엔진이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메타휴먼의 승리
시크릿 레벨의 '언리얼 토너먼트' 에피소드에는 인간 캐릭터는 물론, 팀에서 '몬스터'라고 하는 캐릭터도 다수 등장합니다. 매우 디테일하게 구현된 이 캐릭터들은, 먼저 Maya에서 모델링한 다음 메시 투 메타휴먼 워크플로를 통해 메타휴먼으로 변환되었습니다. 또한 ZBrush에서 주름과 같은 디테일을 작업하고 맵을 익스포트하여 캐릭터의 고유한 얼굴 특징을 더욱 살렸습니다.
리깅의 경우, 메타휴먼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부분을 제어하고자 했습니다. 팀은 Maya에서 커스텀 페이셜 릭을 가져와서 표준 메타휴먼 릭과 결합함으로써 언리얼 엔진 내에서 커스텀 릭과 메타휴먼 릭 컨트롤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움푹 들어간 눈이나 툭 튀어나온 턱, 치아 등 비인간적인 얼굴 특징을 가진 몬스터 캐릭터에도 적용되었습니다.언리얼 엔진에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덕분에 팀은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고 애니메이션 씬을 빠르게 반복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언리얼 엔진의 리얼타임 재생은 최종 결과물에 매우 근접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볼슨은 말합니다. “언리얼 엔진에서는 눈에 상이 비치는 모습이나 피부의 광채 같은 것을 얻을 수 있는데, 그레이스케일만 있는 Maya 패키지 등에서는 일반적으로 구현할 수 없는 것입니다. 덕분에 기존 파이프라인에 비해 페이셜 애니메이션을 훨씬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메타휴먼의 또 다른 장점은 공유 릭 설정입니다. 이를 활용하면 애니메이션 작업이 이미 진행 중이더라도 캐릭터의 머리를 다른 것으로 손쉽게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팀의 문제 해결 과정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캉비에는 설명합니다. “한번은 특정 캐릭터에 대해 라이팅을 설정하고 있었는데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샷에서 머리를 바꿔서 캐릭터가 어떻게 보이는지 알아보면 이유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한 볼슨 감독은 팀 업무량에 부담을 주지 않고 캐릭터 머리와 바디를 쉽게 교체하여 다양한 스토리 연출 방식을 시도해볼 수 있었습니다. 캉비에는 말합니다. “기존 파이프라인에서는 막판에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됩니다. 애니메이션과 레이아웃으로까지 돌아가야 하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리깅 설정에서 캐릭터를 교체해야 하는 경우, 그자리에서 바로 캐릭터들을 전환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어느샌가 최신 라이팅이 적용된 샷에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게 되죠. 그야말로 판도를 바꿔놓는 기술입니다.”
시크릿 레벨 시리즈에서 메타휴먼을 사용한 것은 '언리얼 토너먼트' 에피소드뿐만이 아닙니다. '크로스파이어: 선한 자들의 싸움' 에피소드는 폴란드 스튜디오 Platige Image가 제작했으며, 에픽의 메타휴먼 애니메이터를 통해 캐릭터의 매우 사실적이고 미묘한 감정 연기를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리얼타임 비주얼 이펙트
블러 스튜디오 팀은 애니메이터가 특수 효과에 대해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툴과 릭을 만들어 애니메이션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터가 총을 겨누면 언리얼 엔진에서 바로 불꽃과 연기가 실시간으로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팀은 이 '언리얼 토너먼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30만 명의 관중을 생동감 있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많은 관중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캉비에는 말합니다. "촬영한 작업물을 봤더니 꽤 괜찮았는데, 뭔가 더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대규모 콘서트 관중이 있는 레퍼런스 이미지를 살펴보던 중,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콘서트 무대를 촬영하고 있어서 어두운 관중 속에서 움직이는 불빛들이 곳곳에 반짝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관중의 손이 휴대폰을 들고 있게 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3D 씬에 이러한 디테일을 추가하는 방식은 까다로웠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관중의 손에 자체 조명을 추가하여 미래형 디바이스를 들고 있는 것처럼 시뮬레이션 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죠.
팀은 언리얼 엔진으로 작업 중이었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험하고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캉비에는 말합니다. “완벽하게 작동했습니다. 멋진 트릭이었어요.”
빠른 반복작업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여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때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실시간으로 씬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감독이 조명 아티스트 및 애니메이터와 직접 작업하여 씬을 반복적으로 미세조정하고 빠르게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볼슨은 말합니다. “아티스트와 함께 앉아 실시간으로 곧장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여러 단계의 작업이 필요해서 며칠씩 걸렸던 일이 이제는 단 몇 분이면 끝납니다.”
밀러는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면 아티스트에게 직접적인 이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즉, 아티스트가 수행하는 작업과 화면에 표시되는 시점 사이에 지연이 없기 때문에 더 원활하게 작업할 수 있습니다. “리얼타임 기술을 활용한 작업은 기존 방식과는 반응 속도가 완전히 다르고, 창작의 흐름 속에 훨씬 더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완전히 새로운 창작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캉비에는 언리얼 엔진으로 작업한 이후, 기존의 파이프라인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인정하며 이렇게 털어놓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겁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리고 사람들 말이 정말 맞았습니다. 기존의 워크플로로 돌아가는 것이 정말 어렵습니다. 리얼타임 셰이딩도 못 하겠고, 리얼타임 라이팅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시 언리얼 엔진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가올 미래를 향해
비록 그 과정이 늘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밀러는 시크릿 레벨의 언리얼 토너먼트 에피소드를 통해 팀이 이룬 성과에 대해 큰 자부심을 느끼며 리얼타임 기술이 미래라고 믿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모든 것을 발전시킵니다. 제작 시간을 줄여주고, 팀워크를 강화하고, 부서 간 협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블러 스튜디오에서 언리얼 엔진을 경험한 후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향후 프로젝트에 대한 접근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밀러가 말하기를, 블러 스튜디오는 수천의 생명체로 가득 찬 거대한 환경에서 진행되는 스토리를 개발해 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존 파이프라인으로는 시각적으로 복잡한 프로젝트를 처리할 수 없어서 개발이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밀러는 이야기합니다. “언리얼 엔진은 이전에 불가능했던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습니다. 수많은 것들을 작업 가능한 범위로 끌어왔죠. 이제는 그것들을 할 수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이 있으니까요.
완전히 새로운 작업 방식이며, 정말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