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쇼크(System Shock)의 리마스터 버전은 이미 1년 전 첫 공개 당시부터 굉장한 그래픽을 선보였습니다. 그래픽적으로는 이미 20년은 족히 구식이 되어버렸다고 생각되었던 시타델 스테이션(Citadel Station)은, 이 공개 트레일러에서 원색적인 조명 속의 청록색 시설에서 돌아다니는 돌연변이들의 모습 등, 정말 눈부신 그래픽으로 재현되었습니다. 꼭 나이트다이브(Nightdive)의 개발자들이 ‘사이버 스페이스’라는 단어를 단순한 화두로만 던진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의미에 걸맞는 무언가를 다시 만들어 내려 한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는 더 나은 모습으로 말이죠.
트레일러 영상의 설명에 따르면 “이 영상에 나온 모든 게임 콘텐츠는 변경될 수 있습니다.” 라고 합니다. 이렇게 알차게 구성된 바이오쇼크의 자매작을 굳이 변경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는 생각해내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 콘텐츠들은 실제로 변경이 되었습니다.
나이트다이브 사가 시스템 쇼크 리마스터 버전의 개발 엔진을 유니티(Unity) 엔진에서 언리얼 엔진 4로 교체한 원인은 무엇일까요? 또 이런 엔진 교체 이후로는 어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을까요?
다중 플랫폼에서의 최적화
이렇게 엔진을 교체하는 데에는 두 가지의 중요한 고려사항 때문이었습니다. 첫번째로, 나이트다이브는 에픽게임즈 및 유니티 양 측과 모두 교섭을 한 후,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콘솔 플랫폼에 걸맞는 최적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언리얼 엔진 4가 더 나은 선택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로는 언리얼 엔진 4가 현재 제작진에 더욱 적절한 엔진이었다는 점입니다. 나이트다이브는 상당한 경력을 쌓은 “숙련된” 개발자들을 상당수 채용했으며, 이들 중 많은 이들은 게임 디렉터 제이슨 페이더(Jason Fader)와 함께 옵시디언(Obsidian) 사에서 폴아웃: 뉴 베가스(Fallout: New Vegas)의 개발에 참여했던 바가 있었습니다.
“이 개발자들은 유니티보다는 언리얼 엔진에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페이더는 설명합니다. “그러니 유니티에 빨리 적응하라고 닦달하기 보다는, 언리얼 엔진의 생태에 맞춘 파이프라인을 구성하는 쪽이 더욱 합리적이죠.”
다행히 나이트다이브는 기존에 프리-알파 수준까지 진행해 두었던 “상당량의” 작업물들을 취소하고 다시 처음부터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코드들까지 모두 호환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작업해 두었던 시스템의 핵심 기반은 새로운 엔진에서도 제대로 작동해 주었습니다.”라고 페이더는 말했습니다.
적의 디자인과 아이템, 무기, 그리고 분위기 있는 배경 레이아웃에 이르기까지, 유니티 데모 버전으로 제작했던 모든 요소들을 아주 최소한의 시간만 소모하면서 모두 언리얼 엔진으로 옮겨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나이트다이브는 시스템 쇼크 리마스터 버전의 첫 공개로부터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한 새로운 트레일러를 공개했습니다.
“일단 굉장히 빈틈없는 엔진 교체 작업이 이루어졌었습니다.” 페이더는 말했습니다. “이번 언리얼 엔진 버전의 트레일러에서 공개한 것은 단순한 테크 데모가 아니라, 미학적 스타일을 공개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뭘 만들고 있는지 공개하기 위해 만든 트레일러에 가깝죠. 트레일러 속의 모든 것은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되었으며, 언리얼 엔진은 다양한 플랫폼 상에서 더 나은 시각적 정확도를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모듈식 시타델(Citadel)
개발자 켄 레빈에게 시프(Thief)의 제작에 사용했던 다크 엔진(Dark Engine)으로 시스템 쇼크 2를 개발하던 당시에 대해 물어본다면, 다크 엔진을 사용하는 것이란 마치 단단한 바위벽을 깨고 길을 만드는 것과 비슷했다고 할 것입니다. 새로운 시스템 쇼크의 배경이 될 시타델을 건설하는 것 또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작진은 페이더와 폴아웃: 뉴 베가스를 개발할 때 사용했던 것과 유사한 타일 기반 건설 시스템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작업방식은 우선 배경 아티스트에게 레벨, 복도, 벽, 바닥, 천장 등을 구성하도록 지시하는 것입니다.” 페이더는 설명합니다. “그런 다음에 배경 아티스트의 작업이 끝나면, 실제로 이들이 구성한 타일 위에 마치 레고처럼 해당 오브젝트들을 지어 올리는 것이죠.”
이런 시스템은 빠른 레벨의 구성과 작업을 가능하게 해주었으며, 페이더는 이런 모듈식 디자인 방식이 폴아웃의 제작 당시보다 이번 시스템 쇼크의 제작에 더욱 알맞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된 이유로는 일단 지형이나 극단적인 배경에 신경을 크게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우주 정거장이라는 배경 자체가 이미 모듈식으로 건설되었다는 느낌을 주지 않습니까.”
일전에 베데스다(Bethesda)에서 작업하던 당시에 겪었던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애셋 기시감’이었습니다. 엘더스크롤(Elder Scroll) 시리즈의 20번째 에일리드(Ayleid) 던전을 예로 들어보자면, 플레이어는 이 던전에서 똑같은 구성처럼 보이는 석관들이 계속 놓여진 듯한 묘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일단 이런 느낌을 한번 받게 되면, 떨쳐버리기가 매우 힘듭니다. 나이트다이브는 이런 현상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전 작품들을 개발하면서 얻은 전략 중 한 가지는, 이런 현상이 배경 자체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입니다. 배경 내에 무엇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의 문제죠.”라고 페이더는 말합니다. “이번 시스템 쇼크의 배경인 우주 정거장 내에는 내장들이 여기 저기에 정말 많이 흩뿌려져 있을 것이며, 시각적인 스토리 텔링을 전개하기에 정말 많은 기회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주 정거장의 복도만 가지고 지난 20년 간의 기술의 발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복도 곳곳에 흩뿌려진 사이버네틱스 부품들과 생체 장기, 라이팅 연출 등은 플레이어의 공포를 사로잡고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물론 나이트다이브는 원작 시스템 쇼크의 맵 구조를 많이 참고하여 신작의 맵을 구성하였습니다. 나쁠 것은 없습니다. 90년대 당시에는 이 분야에서 굉장한 역량을 보여준 게임 제작사들도 있었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20년 전 당시의 한계점까지도 그대로 두지는 않았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레벨 디자인의 품질은 투자한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었으며, 이후로는 플레이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몰입시킬 수 있도록 레벨 디자인의 작업 과정도 발전해 왔습니다.” 페이더는 강조합니다. “레벨 구성 과정에서는 게임의 재미를 배가하기 위해, 기존에는 무슨 미로찾기처럼 복잡했던 맵을 보다 직관적으로 바꾸기 위해, 그리고 시타델과 같은 가상의 흉물스러운 배경은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지 흥미 요소들을 넣기 위해 추가한 구역들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유연성을 꽤 많이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얼어붙은 복도에서의 살인
시스템 쇼크의 언리얼 엔진 4 버전 트레일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위 트레일러를 단순한 테크 데모가 아니라, 실제 게임의 일부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돌연변이 몇몇이 근처 연료통 속의 물질을 뒤집어 쓰고 얼어 버린 장면일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렌치로 이렇게 얼어붙어 있는 적들을 공격하고, 그 시신을 자신이 공격한 부위별로 분리하여 금속 바닥에 흩뿌려놓을 수 있습니다.
“게임의 배경은 아주 추운 우주 정거장입니다.” 페이더는 강조합니다. “정거장 곳곳에 냉각 장치가 아주 많이 분포해 있으며, 플레이어들은 이런 물리 시스템을 통해 트레일러와 비슷한 상호 작용적인 기회들을 경험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제작진은 바이오쇼크(Bioshock)와 매스 이펙트(Mass Effect) 시리즈에서 사용된 냉각 과정도 분석하였지만, 이는 굉장히 부족한 방법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위와 같은 시리즈들에서 사용한 기술은 타겟 기반의 파괴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제한적입니다.” 페이더는 덧붙여 설명합니다. “바이오쇼크에서 얼어붙은 적을 파이프로 공격한다면, 적의 몸 전체가 산산조각이 나 버립니다. 이런 방식에는 플레이어가 어떤 지점을 때렸다는 피드백이 전혀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희 제작진은 이 기술을 한 발짝 더 발전시키고자 했습니다.”
나이트다이브는 시스템 쇼크에서 (예를 들면 살아 움직이는 괴물 같은) 논 스태틱 메시를 스태틱 메시로 바꿀 수 있는 엔비디아(Nvidia)패키지를 활용해, 게임의 배경 속에 기본적인 오브젝트로 배치할 수 있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브젝트들은 플레이어의 행위에 따라 순식간에 부위별로 파괴되어 서브젝트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아마 트레일러에서 가장 처음으로 보셨을 것은 이 기술의 극초기 버전이었을 것입니다. ” 페이더는 말합니다. “그때부터 저희 리드 프로그래머 매튜 케널리는 이 기술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했습니다. 앞으로 보여드리게 될 트레일러에서는 예전보다도 더욱 인상깊은 품질의 기술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