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18일

언리얼 엔진 4,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다

저자: John Gaudiosi,

해발 8,848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는 지금까지 겨우 4천명 남짓한 사람이 올라갔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제 값비싼 네팔행 비행기를 타지 않더라도, 솔파르(Solfar) 사에서 언리얼 엔진 4로 개발한 에베레스트 VR(Everest VR)만 있다면 누구나 생생한 가상현실 속의 에베레스트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 가상현실 체험은 실제로 8주에 달하는 시간과 10만 달러를 훨씬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 에베레스트 등반을 토대로 만들어졌으며, 생생한 등반이라는 점에 포커스를 맞춘 컨텐츠입니다. 총 체험시간은 약 1시간이고,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해 Khumbu 폭포와 Lhotse 산, Hillary Step을 지나 마침내 꼭대기에 다다르게 됩니다. 

 

“물론 360도 카메라로 에베레스트를 찍어와도 되겠지만, 그래봐야 얻을 수 있는 영상은 그냥 앉아서도 볼 수 있는 정적인 컨텐츠입니다. 그냥 보기만 하는 영상인데 어떻게 가상현실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솔파르의 공동 창립자이자 사업개발부장 토르 거너슨(Thor Gunnarsson)씨의 말입니다. “언리얼 엔진 4와 같은 최신형 게임 엔진으로 만들어낸 3D 영상은 실제로 사용자가 가상현실 속에서 상호작용을 할 수도 있고 그 안에서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와도 같은 경험이예요. 정말 시뮬레이션 속에 갖다 놓는 것이잖습니까. 에베레스트 VR로 구현하고 싶었던 점은 바로 그런 체험이었습니다.”

거너슨의 말에 따르면, 에베레스트 VR은 단순한 실시간 그래픽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합니다. 에베레스트 VR에 사용된 영상은 아이슬란딕 스튜디오(Icelandic Studio)가 하이엔드 사양의 VR 플랫폼에서 출력하기 위해 최신 실체 사진 측량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낸 생생한 CGI 모델입니다. 

“언리얼 엔진은 에베레스트 VR 제작에 있어서 정말 다양한 역할을 해 준 도구입니다.” 거너슨은 말합니다. “최신 렌더링 엔진을 활용해 실제 사진같은 그래픽으로도 초당 90프레임짜리 영상을 뽑아내기도 했고, 디자이너들은 블루프린트의 비주얼 스크립팅 언어를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다음 프로그래머들의 도움 없이도 VR의 유저 경험을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언리얼 엔진 4는 개발 속도 자체에 가속을 붙여준데다, 다른 엔진을 썼다면 훨씬 많은 인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Game Developers Conference)나 E3에서 엔비디아(NVIDIA)의 GeForce GTX Titan X 그래픽카드 환경으로 보여준 에베레스트 VR은 30만장이 넘는 고해상도의 에베레스트 풍경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솔파르 사는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보는 풍경을 구름 하나하나까지 3D로 세세하게 묘사하였으며, 이 데이터를 다시 VR 어플리케이션으로 출력하기 위해 3D 메시와 텍스처로 구현해내었습니다.

Crytek의 The Climb 같은 다른 가상현실 체험과는 달리, 거너슨은 자신의 개발팀으로 하여금 에베레스트 VR을 Oculus Touch나 Playstation Move, HTC 바이브Vive 컨트롤러의 조작성에 집중하여 설계하도록 했습니다.

“체험자들은 Khumbu 폭포을 등반할 때 안전 밧줄에 매달려 사다리를 올라가게 될 겁니다. 또 Hilary Step을 오를 때도 안전 밧줄을 쥐어야 할 것이고, 산소통을 직접 조작하지 않으면 고산병으로 죽을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체험은 사용자가 자신의 손을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더욱 생생해집니다.” 거너슨은 말했습니다. “기존의 게임 컨트롤러들로도 조작할 수 있는 UI를 개발해서 출시할 계획을 하고는 있지만, 현재로써는 핸드 컨트롤러의 특성과 Vive의 룸스케일 트래킹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 생생한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에베레스트 VR의 주 무기는 사실성입니다. 솔파르는 본격적으로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레이캬비크의 RVX 스튜디오(작년 9월 개봉한 Baltasar Kormákur´s의 영화, 에베레스트에서 시각효과를 담당)와 협력하여, 사실성 구현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았습니다. RVX는 실제로 에베레스트에 올라 고해상도의 사진과 영상을 촬영했으며, 솔파르 사는 이 자료들이 가상현실 내의 지형 모델링과 텍스처를 입히고 사실적인 3D 풍경 묘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프로젝트에서 보여주는 생생한 시각 효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겁니다.” 거너슨이 말했습니다. “남은 과제는 이제 가상현실의 체험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느껴지도록 연구하는 것이어서, 아이슬란드의 등산가들이나 실제로 에베레스트에 올라본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었죠. 특히 딘 홀(Dean Hall, Arma 2와 DayZ의 개발자)은 아이슬란드까지 와서 실제 에베레스트 등반 중에 있었던 경험까지 알려주는 등 큰 도움이 되어주었어요. 실제로 제가 아는 게임 개발자 중에 에베레스트에 올라본 사람은 딘 뿐이었기도 했고요.”

솔파르 사 내에도 의견을 구할만한 노련한 등산가나 빙벽 등반가는 있었습니다. 게임의 수석 애니메이터인 오딘 아르나손(Óðinn Árnason) 역시 등반 장비에 대한 기술적인 고증을 살리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등산가들과의 인터뷰나 이들의 피드백을 받아서 설계한 아이디어들로 채웠습니다.” 거너슨은 말했습니다. “저희는 이런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통해서 HTC 바이브로 출시할 즈음에는 에베레스트 VR의 체험을 더욱 생생하게 만들 것입니다. 또 연말까지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앞으로의 퀄리티도 더욱 높이고, 바이브 외의 다른 VR 플랫폼에서도 출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각종 행사들에서 솔파르가 보여주었던 에베레스트 VR의 데모는 말 그대로 인상깊은 것이었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사진처럼 생생한 가상현실 속의 아찔한 높이(일반적으로는 비행기가 지나다니는 고도입니다)를 보고 무릎이 덜덜 떨리는 경험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에베레스트를 영화나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에베레스트를 체험하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경험이란 겁니다. 

“가상 현실은 체험자들로 하여금 상상도 못했던 자연 명소에 데려다놓고, 마치 현실처럼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독특한 몰입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거너슨의 말입니다. “에베레스트 역시 그런 명소들 중 한 곳이지요. 등산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경험들 중 핵심만을 뽑아낸 다음, 이를 1인칭 시점으로 경험하고 또 상호작용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은 셈입니다. 저런 상상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에 어느정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거너슨은 자신의 개발 팀이 사실적인 상황 설정과 상황에 개입할 수 있는 수준의 설정 사이에서 밸런스를 맞추는 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합니다. 또한 에베레스트 VR이 가상현실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주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좋은 수단이 되었으면, 하고 희망하고 있기도 합니다.

“사실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실제로 등산 시뮬레이터나 하드코어한 등반 게임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거너슨의 말입니다. “요점은 밸런스를 맞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사용자들에게 등반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의 엑기스만 제공해주는 것이고, 이 경험을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등산가들이 산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에 충실해야만 합니다. 감탄이 터져나오는 경험을 주었다면 좋겠지만, 그래도 재미까지 줄 수 있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뭐 가상현실 속의 산이 너무 높아서 현기증까지 느끼면 또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러면 재미는 좀 없겠죠.”

거너슨은 1인칭 시점이 체험자의 몰입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기는 하지만, 가상현실의 하늘 위에서 에베레스트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는 관찰 모드도 개발중에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체험자들이 산 정상으로 이르는 다양한 루트를 체험하면서, 에베레스트가 지금껏 보아왔을 역사적인 모험들과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실제로 이해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거너슨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