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인터넷 스트리밍 방송 오류나, 재미있는 콘텐츠는 하나도 없어 보이는 Netflix 추천목록 등을 '그런 때도 있었지' 하고 흐뭇하게 추억하는 때가 올지도 모릅니다. 지금이야 상상하기 힘들지만 추억이란 언제나 과거의 부정적인 일도 미화해서, 별 볼 일 없던 일상에도 새로운 매력을 부여해주는 것입니다.
1967년의 TV 수리공이 되어보는 게임 TV Trouble에서는, 플라스틱 아날로그 버튼을 누르는 딱딱한 소리와 부드러운 백색 소음에 대한 추억이 플레이어들을 맞이합니다.
“저는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나서 어린 시절에 아날로그 시대를 충분히 경험하긴 했지만, 그 시대에 완전히 익숙해질 정도로 오랫동안 살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공동 개발자 Ben Wilson(벤 윌슨)의 말입니다. “그 당시의 TV 버튼이나 다이얼을 조작하는 소리와 촉감은 추억으로 남을 만한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가정집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죠.”
고장난 텔레비전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플레이어의 앞에 도달하면, 플레이어는 텔레비전을 여기저기 건드려보면서 다시 제대로 된 화면을 띄울 수 있도록 수리를 해야 합니다. 안테나가 휘어졌거나 선이 꼬여버린 것들도 있고, 채널 버튼이 제멋대로 작동해 조작할 때마다 엉뚱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런 텔레비전들을 제대로 고치면 갑자기 서부 영화 음악이 또렷하게 흘러나오기도 하고, 아니면 자동차 타이어 광고의 선명한 화면이 출력되기도 합니다. 그럼 이제 다음 텔레비전을 고치면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아날로그 시대의 비디오와 오디오를 구현해낸 것을 보고 있자면,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합니다.” 윌슨은 강조합니다.
윌슨은 자신의 대학 친구들 Kathy Zalecka, Dan Cohen, 그리고 Al Taylor와 협동하여 TV Trouble을 제작했습니다. 이들의 협동은 예전에 함께 48시간짜리 게임 잼에 참가해 “working rhythm”을 만들었던 때부터 이어져 온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작년 2월의 주말 동안 Slack이라는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하던 도중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주말 저녁에 채팅을 하는 동안 온갖 “얼빠진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던 가운데, 윌슨의 친구 중 한 명이 TV를 수리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어떻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윌슨 역시 이 아이디어에서 'WarioWare(메이드 인 와리오)' 게임을 떠올리며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항상 플레이어에게 쉴 틈조차 주지 않고 계속해서 진행되는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 윌슨은 설명합니다. “메이드 인 와리오는 웃기는 게임이기도 했지만, 플레이어에게 과제들을 끝도 없이 계속해서 제공하는 게임의 전개도 아주 좋았죠.”
TV Trouble은 타임 어택형 게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게임 속에서 보여주는 추억 속 이미지와는 별개로, 게임 자체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상반 효과를 얻으려 한 것이죠. 윌슨은 플레이어 캐릭터를 거대하고 비인간적인 회사에서 야근과 과로에 시달리는 이름없는 노동자로 만들어, 플레이어들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한 복잡한 업무에 시달리게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TV 다이얼 하나 돌리는 것도 Thief나 Fallout에서 보여주었던 열쇠따기 미니 게임과 비슷하지만, 그 게임들처럼 느긋하게 다이얼을 매만질 수 있는 시간을 줄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작진은 여기에 플레이어에게 생명력 횟수 제한까지 걸어두고 수리에 한번 실패할 때마다 점점 깎여나가는 식도 고려해 보았지만, 박봉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가 TV 한 대 수리하는 데 장인정신을 쏟고 있는 것도 뭔가 앞뒤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텔레비전의 수리에 실패하더라도 게임의 전개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는 않게 만들어서, 안되겠다 싶은 텔레비전은 그냥 포기해버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이 더 적합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윌슨은 말했습니다. “저는 플레이어가 뭘 잘 하든 못 하든 전혀 관심도 보여주지 않는 부류의 게임을 좋아하거든요.
“플레이어들의 행동은 전체 생산 컨베이어의 가동에 비해 중요한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제한 시간 내로 TV를 수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플레이어에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게임이 멈추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컨베이어가 가동되어 다음 TV를 가져다 줄 뿐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이를 통해 자신이 그저 기계장치 속의 톱니바퀴 따위가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제작 팀은 언리얼 엔진 4로 작업을 했습니다. 언리얼 엔진에 내장된 비 프로그래머들도 사용할 수 있는 비주얼 스크립팅 시스템, 블루프린트는 윌슨이 지난 몇 년동안 TV Trouble이나 Button Frenzy같은 게임들을 만들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윌슨은 이번 TV Trouble을 제작하면서, 채널을 돌릴 때마다 음질의 높낮이가 들쭉날쭉 바뀌는 시스템도 만들어 넣었습니다.
“잠잠하던 소리에서 갑자기 깔끔한 오디오가 흘러나오면 굉장히 부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윌슨은 계속 설명합니다. “이런 세세한 요소들은 한번에 잡아내기가 힘들지만, 약간만 손질해주어도 굉장히 강렬한 경험을 심어줄 수 있게 됩니다.”
이 게임의 이미지는 윌슨이 60년대 텔레비전의 사진을 구하러 방문했던 무료 아카이브 사이트를 드나들면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윌슨은 그 사이트에서 이제는 지나가버린 시대의 구닥다리 광고들과, 그런 “짜증날 정도로 형편없는” 광고들이 일상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활용할 수 있는 소재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서, 과연 이런 시대에서 산다는 것은 어떨지 상상이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윌슨은 말했습니다.
Zalecka 역시 이에 어울리는 3D 모델과 아트들을 제작해내어서, TV Trouble은 최초로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타임어택 게임이 되었습니다.
“게임을 통해서 플레이어에게 역사의 단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윌슨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래서 이 게임에 아주 구체적인 시대적 배경을 부여할 수 있던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을 통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과거에 대한 추억을 느끼게 되었다는 평가도 들었습니다. 멋진 일이죠.”
네 명의 친구들은 작년 Leftfield Collection의 EGX에 TV Trouble을 출품했으며, 현재 TV Trouble은 Steam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출시되었습니다.
“이번 게임 제작은 인터넷으로 협업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작업 과정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 원본에서 어떤 부분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차이점을 대조해보기가 정말 쉬웠습니다.” 윌슨은 말합니다. “집에서 아이들의 키를 잴 때, 이번에는 얼마나 컸는지 표시해두는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TV Trouble은 지금 Steam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 4는 현재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 본사는 기사 작성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