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스콴치 게임즈에서 트로버 세이브즈 더 유니버스를 개발한 방법을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선임 디자이너인 에리히 마이어(Erich Meyr)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이어는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 설정을 구상하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며, 게임 내 대사에서 애드리브가 차지하는 비중과 함께, 게임에서 유머를 빚어내는 작업이 TV 프로그램에서와 어떤 차이점을 갖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게임,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막론하고 트로버 세이브즈 더 유니버스에 큰 영향을 주었던 몇 가지를 꼽아주실 수 있을까요?
에리히 마이어(스콴치 게임즈 선임 디자이너): 아무래도 릭 앤 모티가 이번 게임의 주제와 설정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릭 앤 모티의 감성에는 저스틴의 취향이 대거 반영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개발팀의 SF 취향과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몬티 파이튼(Monty Python)이나 사인필드(Seinfield)와 같은 고전 코미디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보일 겁니다.
게임은 주로 내러티브가 풍부한 모험 장르에 많이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중 몇 개만 꼽자면,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The Legend of Zelda: Wind Waker), 포털 2(Portal 2), 사이코너츠(Psychonauts)가 있겠군요. 본 프로젝트 착수 당시에는 VR 게임이나 데모도 수없이 많이 해봤습니다. 다른 개발사에서는 VR의 고질적인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했는지 보려고 했죠. 특히 더 플레이룸(The Playroom)의 아스트로봇(Astro Bot) 데모나, 플로어 플랜(Floor Plan), 페럴 라이츠(Feral Rites), 히어로바운드(Herobound)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처럼 별난 캐릭터, 세계관, 그리고 설정을 구상하게 되셨나요?
마이어: 저스틴은 게임 아이디어를 적어둔 공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정도로 별의별 생각을 다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중에서 정말 황당무계한 이야기 하나는 악당이 여러분의 애완견을 납치해서 본인의 빈 눈구멍에 끼워넣는다는 내용이었죠. 저스틴은 한동안 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가 이제 GDC와 E3에 한 번 공개해서 반응을 보고 싶어 했습니다. 소니(Sony)와 미팅을 했는데 굉장히 흥미진진해 하더니 결국 저희와 파트너를 맺고 심지어는 개발을 진행할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저스틴의 작품에 홀딱 반해버린 실력파 AAA급 게임 개발자들과 함께 트로버 세이브즈 더 유니버스를 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콴치 게임즈는 코믹한 인터랙션에 중점을 맞춘 신생 개발사인데요, 스토리텔링과 게임플레이 사이에서는 어떻게 균형을 맞추셨나요?
마이어: 처음에는 플랫폼 게임 방식과 전투 부분 사이사이에 웃긴 대화 상황을 배치할 적절한 타이밍을 찾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균형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보니, 테스트 플레이어들이 농담과 내러티브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엮여있는 부분을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며 좋은 반응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트로버나 다른 NPC가 여러분의 게임 플레이에 대해 코멘트하는 시나리오를 만드는 등, 여러 부분들을 다시 검토해 수정했습니다. 저희는 일반적인 게임에서 기대하는 것과 다른 순간들을 만들려고 노력했고, (더 바란다면) 여러분들이 그 순간을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을 터뜨리길 원했습니다. 결국 이런 철학을 여러분이 조종하는 캐릭터(트로버), NPC, 심지어는 적에게도 적용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게임 초반에 적을 처치하고 나면 옆에 있는 다른 적이 칼을 내려놓고는 서글프게 엉엉 울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이 자기 친구를 죽였다면서 말이죠. 그저 단순한 양산형 몹에 불과하다고 생각한 적에게 실제로 유대관계나 감정이 있다고 생각이나 해봤겠어요?
웃긴 게임을 제작할 때와 웃긴 TV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마이어: 웃긴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도 상당히 어렵긴 하지만, 게임에 유머를 가미하는 작업은 플레이어를 개그에 끌어들이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층 더 어렵습니다. 인터랙티브한 유머는 주로 자잘한 대화 선택지를 통해 만들어냈고, 텔테일(Telltale)이나 바이오웨어(Bioware)의 게임처럼 분기점이 나뉘는 중요한 선택지는 많이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랙티브 유머는 플레이어가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힘을 못 쓰기 때문에 자칫하면 시시해지거나 맥락에서 동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좀 더 복잡한 핵심 유머 부분은 실제로 수차례 플레이테스트를 해본 후 플레이어의 인터랙션을 유도하도록 수정해서 유머가 제대로 들어맞게끔 만들었습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예외 상황, 그리고 대화를 끝내고 재개하는 전환 부분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플레이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유머가 들어맞는 방안을 스크립팅해야 했습니다.

혹시 플레이어가 이야기를 너무 빨리 진행하다가 대사 몇 줄이나 웃긴 농담을 놓치지는 않을까 염려되지는 않으신가요?
마이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플레이어가 메인 스토리만 거침없이 진행하든, 각 신(Scene)을 천천히 음미하듯 진행하든 간에 다 좋아하실 테니까요. 비유하자면, 트로버는 마치 엄청 긴 시즌동안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웃긴 코미디 쇼와 같은 스토리 중심 게임입니다. 엔딩까지 최적의 루트로 진행한다면, 다시 말해 수집 요소나 숨겨진 인터랙션은 전부 무시하는 경우 플레이 테스트 결과 평균적으로 약 7~8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플레이어를 위해 게임 구석구석 꼭꼭 숨겨놓은 요소가 많은데, 심지어 저희 개발팀에서도 플레이하다 처음 보는 대사가 있을 정도입니다. 전체적으로, 여러분이 게임을 하는 내내 배꼽 빠지게 웃겨줄 대사 분량만 해도 약 30시간에 달합니다.
스토리와 대사 중 애드리브로 작성된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마이어: 게임 플레이와 메카닉을 한 번 결정하고 나니, 뼈대가 되는 줄거리 및 스토리상 중요한 순간을 구상하는 일은 순식간에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여러 레벨의 내러티브는 일부러 열린 채로 두었습니다. 그래야 레벨 게임 플레이를 개발하면서 재미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스토리의 골자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전체 플롯을 형성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레벨 윤곽 그리기 단계 이후에는 레벨별로 예상 비트를 기록하고, 이 레벨 비트 목록만을 가지고 게임 전체에 걸쳐 자유분방하고 웃긴 내용을 즉흥적으로 '급조'해서 녹음했습니다. 처음에는 임시 작업에 불과했지만, 웃긴 부분이 너무 많아서 결국 많은 부분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레벨마다 추가 반복수정 작업을 거치며 비트 시트(beat sheet)와 실제 대본을 작성했습니다. 특히 외부 연기자를 데려오는 경우에는 꼭 필요한 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특정한 대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부분의 대본만 저희 작가가 작성해 주었고, 그마저도 상세하게 쓰지는 않았습니다. 비트 시트와 대본 초안만 가지고 바로 녹음 작업에 들어갔는데, 연기자들이 대본을 자유롭게 가지고 놀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였죠. 실제로 저희 게임의 기가 막힌 웃음 포인트는 대부분 특유의 자유분방한 느낌에서 오는데,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경우에만 이런 느낌을 낼 수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의 관점에서 볼 때, 스콴치 게임즈 스튜디오가 VR과 전통적인 스크린 모두에 적합한 레벨을 디자인한 비결이 뭔가요?
마이어: 트로버의 콘텐츠와 경험은 어느 플랫폼에서나 똑같이 즐기실 수 있습니다. 스토리라인, 마주하게 되는 상황, 레벨, 액션, 결과 등 모든 게 동일하죠. PlayStation 4 사용자는 언제든지 TV와 PlayStation VR을 오가며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며, PC 사용자는 모니터에서 게임을 즐기거나 [VR 헤드셋으로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VR 게임은 1인칭이나 3인칭 게임이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트로버 세이브즈 더 유니버스는 '1인칭인 3인칭 게임'이라고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런 특징 덕분에 플레이어가 자기 자신과 협업을 즐길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트로버 세이브즈 더 유니버스에 이런 게임 디자인을 적용한 이유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마이어: VR로 즐기는 3인칭 게임을 생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디자인이 떠올랐습니다. 플레이어가 트로버와 함께 모험을 하면서 게임에 몰입할 수 있기를 원했기 때문에 플로팅 카메라가 아닌 1인칭 시점으로 당연히 플레이를 진행해야만 했죠. 카메라 뒤에 게임 캐릭터를 배치하는 3인칭 게임을 예로 들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슈퍼마리오 64(Mario 64)밖에 떠오르질 않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여러분은 플라이 라키투(Lakitu)의 카메라의 시야를 '획득'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채택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의문점이 셍겼습니다. '플레이어인 나도 게임 월드 속에 있다면, 나는 트로버 옆에서 뭘 하면 되는 거지?' 싶은 거죠. 이 게임은 VR 컴포트를 고려해 카메라를 고정해야 했기 때문에 플레이어를 의자에 고정해놓고, 그 대신에 이동 시스템을 부여하고 이런 설정을 설명해줄 배경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일단 게임에 구현할 메커니즘을 결정한 후에는 트로버를 3인칭으로 조종할 때와 1인칭으로 조종할 때 각각 할 수 있는 일을 정해야 했습니다. 1인칭으로 플레이하면 더욱 다양한 메커니즘이 가능해지는 동시에 트로버를 조종해서 일종의 나 자신과의 협업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흥미진진해집니다.

트로버 세이브즈 더 유니버스의 캐릭터는 플레이어의 존재를 인식할 뿐만 아니라 제4의 벽을 수시로 넘나드는데요, 애초에 스콴치 게임즈에서 이런 부분을 극대화하는 게임 디자인을 목표로 삼으셨나요?
마이어: 그럼요. 딱 저스틴식의 유머인걸요. 게다가 여러분이 플레이하는 당사자로서 게임 속에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부분이 아닐까요? 캐릭터들이 여러분의 아바타가 아닌 여러분에게 직접 말을 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게임에 얼마나 터무니없는 클리셰가 많은지 너무나 잘 알고, 심지어 여러분과 함께 농담을 나누죠. 마치 카우치 코옵(couch co-op) 게임을 같이 즐기고 있는 친구처럼 말입니다.
유머 외에도 전투나 플랫포밍 등 게임의 재미를 더해주는 핵심 요소를 구축하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어요?
마이어: 게임의 핵심 플랫포밍 및 카메라 컨트롤을 손본 후에 대화를 작성하고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내내 크게 바뀐 부분은 없지만, 단지 새로운 어빌리티나 전투 요소를 조금씩 추가했습니다. 초기 단계에는 주로 우수한 컨트롤과 가벼운 근접 전투를 자랑하는 플랫포머 게임(슈퍼마리오 시리즈, 젤다의 전설: 바람의 지휘봉, 라쳇 앤 클랭크(Ratchet and Clank)을 참고했습니다. 테스트 레벨을 수없이 많이 제작해보며 메트릭스를 다듬었는데, 게임의 카메라가 고정되어 있기 때문인지 상당히 독특했습니다. 그렇게 기초를 잘 마련한 후에 어빌리티 프로토타입을 여럿 만들어두고, 그 중에서 플레이어와 트로버를 오가는 연계성이 뛰어난 프로토타입들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번은 플레이어가 의자에서 발사체를 쏠 수 있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딱히 트로버와 오가는 연계 플레이가 두드러지지 않아서 폐기되었습니다. 나중에 원거리 공격 아이디어를 보강해서, 플레이어가 적의 무기를 주워서 던질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런 투척 메커니즘 덕분에 여러분은 트로버와 함께 일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치 농구에서 앨리웁을 할 때처럼, 트로버가 찬스를 벌어주면 여러분이 기회를 잡고 한 방 날려서 트로버가 적을 퇴치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입니다.

언리얼 엔진 4는 어떤 측면에서 이번 프로젝트에 적합했나요?
마이어: 저희는 소규모 개발사이기 때문에 직접 엔진을 제작할 엄두조차 내지 않습니다. 시중에 나온 일체형 엔진 중 제일 좋은 제품을 찾다 보니 UE4가 단연 최적이었습니다. 초기 개발팀은 이미 수년간 언리얼 엔진과 기능이 풍성한 에디터로 작업한 경험이 있었고, UE4의 비주얼 스크립팅 덕분에 굉장히 신속한 게임 프로토타이핑이 가능했습니다.
이제까지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VR용 콘텐츠 개발에 대해 새롭게 배운 점이 있으신가요?
마이어: 사용자 컴포트나 몰입도에 따른 일반적인 제반 사항을 몸소 배운 점 외에도, 플레이어에게 단순한 대화 반응을 요구하는 일 자체가 얼마나 색다른 전환점이 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에게 무언가를 보도록 지시하거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라고 하거나, 성가신 NPC 주위를 둘러보도록 고개를 내밀라고 하는 거죠. 플레이 테스터를 지켜본 결과, 이와 같은 행동을 자신이 직접 해야 한다는 사실을 게임에서 지시하는 순간, 플레이어들은 '게임이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구나'라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VR에서 이런 '착각'을 빚어낼 수 있던 비결은 바로 위와 같은 상황마다 전형적인 게임 UI가 아닌 자연스러운 대화 피드백을 사용한 덕분입니다. 전형적인 '게임다운' 피드백을 사용하면 플레이어가 실력 발휘를 해야 할 순간이 언제인지 감을 잡기에 더 수월했을 테고, 일반적으로는 그런 방식이 좋은 디자인이기 때문에 VR을 사용하지 않는 모드에는 해당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VR에서는 최대한 생생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자연스러운 대화 피드백을 사용해 대화 상황을 구축한 덕분에 플레이어가 장면마다 실제로 참여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트로버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까요?
마이어: 저희는 트로버를 비교적 오랜 기간 동안 정가에 판매하는 대신에 새로운 콘텐츠를 무료로 배포할 계획입니다. 출시 이후 게임 가격은 할인하고 신규 콘텐츠에 대해 과금하는 방식과는 반대죠.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일단 게임을 구입해두시면 앞으로도 새로운 트로버 모험이 다양하게 펼쳐질 겁니다.
시간 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트로버 세이브즈 더 유니버스에 대한 더 많은 정보는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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