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스케일의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시간을 몇 년이나 들였는데도 게임이 완성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페인 개발자인 호르디 로비라 보넷(Jordi Rovira i Bonet)은 세계 곳곳에서 이런 게임의 개발에 동참했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 게임 APB를 개발했지만 결국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겠다는 판정을 받았고, 한국으로 가서 수석 그래픽 디자이너로 거의 5년동안 온라인 게임 개발에 매달렸으니까요. 그 회사에서 나와 자율 개발자로 전업한지 3년째지만, 그 온라인 게임은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프로젝트 하나에 백 명도 넘는 사람들이 달라붙습니다.” 로비라는 말합니다. “그러니 개발자는 자기가 진짜 게임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것인지도 잘 느껴지지가 않습니다. 저희만의 게임을 개발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딴 사람들 간섭에는 신경쓰지 말고 우리 나름대로 재미있게 개발을 해보자’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어떤 게임을 개발할지 신중하게 결정하기 위해, 총 3명으로 구성된 안틱토(Anticto) 스튜디오는 족히 6개월동안 어떤 아이디어가 가능성과 잠재력이 높은지 계속 회의와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그리고 팀 멤버 중 한 명의 아이디어에서 컨셉을 얻은 다음에는, 한 달동안 게임의 한계에 대해 의논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사무실 벽에 동기부여를 펌핑해주는 포스터를 붙이고, 프로토타입을 6개나 제작한 후에야 비로소 개발팀의 역량을 쏟아부을만한 프로젝트를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할지 정하는 데에만 거의 1주일은 의논했습니다.” 로비라는 회상합니다. “결국 세 명이서 투표로 결정했는데, 스팀롤(Steamroll)이 뽑혔습니다.”
스팀롤은 주로 스캐러부스(Scarabeus)라는 공을 굴리는 게임입니다. 이 공은 무슨 거대한 구슬이나 몬티 파이튼의 신성 수류탄처럼 생겼는데, 이걸 잘 굴려서 Super Monkey Ball 게임, 혹은 안틱토의 표현에 따라 Mark Cerny의 Marble Madness 게임에나 나올법한 복잡한 퍼즐 코스를 통과하면 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들은 갖가지 통로를 뚫고 버튼을 누르며 맵을 누벼야 하지만, 스팀롤은 위에서 언급된 선배들보다 훨씬 머리를 굴려서 진행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스캐러부스는 오직 한정된 양의 연료만 가지고 지브리 스튜디오의 라퓨타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언리얼 엔진 4의 금속 셰이더는 스팀펑크 분위기를 내는 데에 완벽하더랍니다)을 닮은 배경을 굴러다녀야 합니다.
또 스캐러부스는 길을 따라가다가 땅에 단단하게 고정된 다음 대포로 변신해, 좀 더 작은 공들을 발사하여 퍼즐을 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스캐러부스는 단순한 공이 아니라 작은 공장같은 물체입니다.” 로비라는 설명합니다. “그래서 더 작은 공들을 만들어낸 다음 스테이지 곳곳에 쏘아댈 수 있는 거죠. 약간 미니 골프 게임같은 성격도 있는 셈이예요. 저희 게임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는 저희도 정확히 모르겠네요.”
스캐러부스는 폭탄을 장착해 바위를 날려버릴 수도 있고, 즉석에서 건물을 세울 수 있는 장치를 달아 좀 더 유리한 위치에서 대포를 발사할 수 있게 지형 자체를 바꿀 수도 있습니다. 스캐러부스를 가지고 놀다 보면 이 게임이 그냥 재미있는 퍼즐 게임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작정하고 파고들면 정말 클리어하는데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어떤 퍼즐들은 일부러 엄청 어렵게 놔두었습니다.” 로비라가 말합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게임들과는 정반대로 접근하는 방식이죠. 매 스테이지마다 플레이어들에게 좌절감을 조금씩 안겨줘서, 마침내 스테이지를 클리어했을 때에는 진정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문제는 다들 좌절감을 느끼는 수준이 달라서 적당한 난이도를 맞추는 게 좀 어렵더라고요.”
안틱토는 9월부터 스팀롤의 얼리 액세스 서비스를 시작해, 제대로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스테이지나 컨셉들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로비라의 말에 따르면 아직도 “플레이어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는” 스테이지가 하나 있다고 했지만, 동료 개발자 알렉세이 레베데브(Alexei Lebedev)는 오히려 개발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실력의 플레이어들도 많다고 지적합니다.
“스테이지 하나는 총 16가지 요소를 통해서 풀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했기 때문에, 더 적은 요소들만 가지고는 풀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틀렸더라고요.” 알렉세이의 말입니다. “저희들이 세운 신기록을 깬 사람들이 있는데, 대체 어떤 신기한 방법을 썼는지 짐작도 안갑니다.”
안틱토는 몇주일 전에 스팀롤을 정식 발매했지만, 결과는 약간 달콤씁쓸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인디 게임계는 경쟁이 정말로 심해서요. 좀 어렵더라고요.” 로비라는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자기가 하는 게 무슨 게임인지 언제나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망했다고는 표현하지 않겠지만, 기대에 약간 못미쳤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하지만 안틱토도 이제 광고를 하는 법을 배웠고, 이 교훈을 가지고 다시 도전한다면 분명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로비라 같은 경우에는 스팀롤 게임보다도 훨씬 복잡하게 돌아가는 거대 개발사의 부품처럼 끼어 살았기 때문에, 드디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하나 끝냈다는 사실 자체가 인생에 있어서 너무나 큰 성취감이었다고 합니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목표는 오로지 만족할만한 완성품을 내놓는 것이었어요.” 로비라는 말합니다. “그 정도 목표는 이룬 것 같습니다. 10만장씩 팔리는 대박 게임은 아닐지 몰라도, 저희는 이 쪼끄만 녀석에게 만족합니다.”
스팀롤은 지금 스팀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 본사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