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가벼워 보이는 게임이더라도, 그 뒤에 숨은 개발자들의 노력은 정말로 길고 무거운 것입니다. 그 게임의 개발자들은 게임의 핵심만은 남겨둔 채 불필요한 것은 최대한 없애는 등, 게임의 단순성을 구현하여 가벼워보이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땀을 흘렸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들이 단순해보이는 게임 속에서 개발자들의 노력을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개발자들이 깊은 노력을 기울여 자신들의 흔적을 지웠다는 뜻입니다.
라임(RiME)은 그런 단순해보이는 부류의 게임 중 하나입니다. 라임은 명작 게임 Ico 스타일의 싱글 플레이형 퍼즐 어드벤처 게임으로, 엄청난 폭풍우를 만나 이상한 섬에 조난당하고 만 어린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습니다. 폭풍우가 끝난 후에 찾아온 잔잔한 날씨는 깔끔하고 잔잔한 미학 스타일과 웅장한 음악으로 표현이 됩니다.
테킬라 웍스(Tequila Works)가 이 모든 것을 제대로 표현해내는 데에는 장장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과물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첫 인상
라임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점은 바로 단순한 미학입니다. 붉은 두건을 두른 주인공 소년과 순백색의 지중해 양식 건물들이 대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소년은 첫 눈에 보기에도 셀 셰이딩으로 구현된 만화적인 모습을 하고 있으며, 섬세한 색조와 음영이 표현된 렌더링 기술을 통해 그런 만화적인 개성을 더욱 강조합니다.
“사실 이 게임의 비주얼에는 셀 셰이딩을 사용한 것이 아닙니다.” 테크니컬 아티스트 파블로 페르난데스(Pablo Fernández)의 설명입니다. “이는 언리얼 엔진 4의 PBR(물리 기반 렌더링) 머티리얼을 게임의 비전에 맞도록 수정하고, 적절한 텍스처와 라이트의 사용을 통해 마치 '만화 같은' 비주얼을 구현해낸 것입니다.”
마치 지브리 스튜디오의 직접 손으로 그려낸 그림처럼 아름답게 구성된 라임의 풍경은 '텍스처 사용의 최소화 및 연한 색감을 활용'한 3D 렌더링으로 구현해낸 것입니다.
“저희는 환경에 최대한 과부하를 주지 않으면서 대량의 색상을 구현하여, 노이즈 프리퀀시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 페르난데즈의 말입니다.
섬 하나에서 섬들로
BioShock의 스토리는 항상 등대를 소재로 삼는 것처럼, 라임 역시 항상 탑을 소재로 게임이 전개됩니다. 하지만 게임의 개발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변화를 겪었고, 게임의 배경 역시 단순히 작은 섬 하나로부터 수많은 섬들로 확장해 나갔습니다. 다행히 언리얼 엔진 4는 비동기 로딩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게임 상에서 현재 필요한 데이터만을 불러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언리얼 엔진의 소스 코드는 개발자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테킬라 웍스는 이 시스템을 마음대로 조율하여 메모리에 가해지는 부하를 줄이는 동시에, 게임 중간중간의 로딩 시간으로 인해 라임 특유의 분위기 역시 방해받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습니다.
PC로의 이식

라임의 PC 출시는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오랜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원래 라임은 2013년에 Sony의 PS4 플랫폼으로 공개되었지만, 테킬라 웍스는 나중에 게임에 대한 권리를 다시 되찾아온 다음 멀티 플랫폼 출시를 발표했습니다.
“라임은 원래 PS4 독점작으로 만들어졌지만, 게임을 구성하는 데에는 처음부터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했습니다.” 테킬라 웍스 리드 프로그래머 카를로스 바스케스(Carlos Vázquez)는 말했습니다. “언리얼 엔진 4에서 게임을 빌드하고 플레이 테스트를 끝낸 다음, PS4의 사양에 맞추는 식으로 작업했죠.”
테킬라 웍스는 이와 같은 개발 초기 단계에서 언리얼 엔진 4의 블루프린트 비주얼 스크립팅 시스템을 활용하여, 구동이 가능한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들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심도있는 프로그래밍 작업은 포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러니 사실 PC로의 이식 작업은 게임 개발 과정 초기부터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고 보아도 되겠죠.” 바스케스의 말입니다.
하지만 데킬라 웍스는 바르샤바의 플랫폼 이식 전문 회사 QLOC까지 고용하여 라임의 PC버전 이식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모든 개발자들이 같은 게임 빌드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버전별 변경 관리를 하려면 전문가 수준의 ‘버전 제어’ 능력이 필요했습니다.
게임 제작사들은 수많은 버전으로 작업을 하다가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적으로는 단 하나의 빌드만을 서로 공유하면서 작업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QLOC는 라임의 PS4 버전이 완성되기만을 기다린 다음에야 PC 이식 작업에 착수할 만큼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데킬라의 저장 파일로 직접 PS4 버전의 메뉴와 UI를 공동 개발했습니다.” QLOC 측은 보충해서 설명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저희가 가진 저장파일로는 똑같은 UI를 가지고 PC 버전까지 개발하면서, 그래픽 설정이나 마우스 및 키보드 설정까지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똑같은 작업을 중복해서 하지 않으려면 버전을 정확하게 통제해야만 합니다.”
QLOC 사는 정기적으로 두 작업 파일을 하나로 합치는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합치는 작업 자체도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이런 악몽같은 조직화 작업은 제쳐두더라도, 두 개발사는 서드파티 미들웨어에도 예상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엔진이나 미들웨어의 기능이 한 플랫폼에서는 굉장히 잘 작동하면서, 다른 쪽 플랫폼에서는 버그를 일으키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QLOC 측의 말입니다. “이런 버그들을 고치는 것은 작업 과정에 있어 아주 핵심적인 부분이며, 종종 가장 어려운 기술적인 과제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미들웨어 제공 업체의 탁월한 지원 덕분에 그 어떤 문제든지 모두 극복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라임은 이번 5월에 총 4개 플랫폼으로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두 개발사는 자신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낸 고요하고 잔잔한 게임을 뿌듯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희처럼 굉장히 작은 규모의 팀으로도 이런 프로그래밍 및 비주얼 스타일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굉장히 자랑스럽습니다.” 바스케스가 끝을 맺었습니다. “특히 저희 개발자들 중 일부는 이전에 언리얼 엔진 4를 사용해본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자랑스러워 집니다.”
라임은 이번 5월 Steam, PlayStation 4, Xbox One과 Nintendo Switch로의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 4는 현재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 게임스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