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몰리뉴씨가 요새 죽을 쑤고 계신 것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갓 게임(플레이어가 신의 역할을 맡는 게임)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다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컴퓨터 속 조그만 세계에서 손가락 하나로 전지전능한 능력을 행사하는 일은 아직도 매력적인 것이라구요.
이 장르에도 아직 희망이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갓 게임이 좀 더 가벼워진다면 어떻겠습니까? 게임 속의 원대한 야망을 가진 AI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저 지평선까지 펼쳐지는 거대한 도시를 딱히 지을 필요가 없다면 또 어떨까요? 차라리 우리 자신의 욕망에 너무나 철저한 신들이 되어서, 싱글플레이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아도 된다면? 그래서 뭔가 간단해 보이지만 의외로 파고들 요소는 많은, 멀티 플레이 전용 신들의 전쟁을 만든다면?
“처음에 윌 오브 갓(Will of the Gods)을 14살짜리 동생이랑 플레이해봤을떄는 별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Tzanko Kunov의 말입니다. “제가 산 것도 아니고 그냥 친구가 보내준 거였어요. 실행하고 딱 2분밖에 안 지났는데, 게임이 너무 격렬해지는 바람에 아예 서로 소리를 지르면서 하고 있더라고요. 3판정도 했는데 진짜 엄청나게 치열했어요. 참고로 저는 도타 2(Dota 2)를 플레이하는 사람이고, 어지간히 치열한 게임에는 이골이 나 있습니다. 진짜 게임하다 정신나가는 줄 알았죠. 어떻게 이런 캐주얼해보이는 게임에 그렇게 빠질 수가 있을까요?”
Kunov는 이제 윌 오브 갓의 마케팅을 맡고 있습니다. 윌 오브 갓은 네덜란드와 불가리아 출신의 개발자 6명이 모여서 만든 작품으로, 플레이어 두 사람이 1:1로 맞붙어 자신의 신전을 짓고 더 많은 신도들을 끌어모으는 캐주얼 전략 게임입니다... 물론 상대편 신전으로 가는 이단자들의 머리 위에는 불벼락을 내려야 겠죠. Hungry Hungry Hippos 게임에 전지전능이 더해졌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게임의 아이디어는 가장 최근에 열렸던 글로벌 게임 잼에서 튀어나온 것입니다. 프로그래머 3명, 디자이너 2명, 아티스트 1명으로 구성된 제작진은 네덜란드에 위치한 Breda 대학의 한 강의실에 커다란 TV 6대를 가져다 놓고 안에 틀어박힌 채, 48시간동안 유튜브 동영상과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언리얼 엔진 4로 프로토타입 게임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들은 이미 블루프린트를 활용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제한시간 내에 충분히 자신들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정말 “미친듯한” 분위기였다는군요.
“배경 설정도 굉장히 재미있게 했던 것 같아요.” 디자이너 다르코 이그냐토비치(Darko Ignjatovic)가 회상합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은 엄청 심각하게 했죠. 주위에서 최대한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했어요.”
제작진은 게임의 기본 테마를 ‘선교’로 잡았습니다. 기본적인 컨셉은 인터넷 브라우저 게임인 Agar.io와 비슷한데, 자신보다 작은 그룹을 잡아먹어서 몸집을 불리는 방식이죠. 윌 오브 갓의 플레이어들은 새로운 신자들을 다시 그룹으로 묶어 자신들의 마을을 돌아다니도록 시키거나, 보다 작은 이단자 그룹에게 충돌시켜 자신에 대한 신앙을 ‘선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큰 규모의 신자들이라도 상대의 불벼락 한 방만 맞으면 곧바로 이단자로 변하지만 말입니다.
단순 계산은 쉽습니다. 허나 관리 단계부터는 좀 복잡해지고, 전술싸움은 무지막지하게 어려워지죠.
“일단 전략을 세우기 시작하면, 게임은 무슨 격투게임처럼 흘러가게 됩니다.” 라고 이그냐토비치는 설명합니다. “일단은 신자들을 끌어오는 싸움이예요. 그 다음 완전히 복종시키려면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인 전투의 설계는 가위바위보에 눈치싸움을 좀 섞은 형태인데, 쿨타임이랑 능력을 잘 비교한 다음 신자들의 그룹을 제때에 나눌 타이밍을 잡아야 합니다.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할지 예상을 한 다음 제대로 반격을 먹이면, 한 수를 앞질러갈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만들어진 윌 오브 갓은 게임 잼 2위를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스키폴 본사에 초청되어 프리젠테이션까지 했습니다. 당연히 제작진은 게임에 살을 더 붙여보고 싶은 열정에 타올랐습니다.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원래 잡았던 컨셉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어요.” 라고 이그냐토비치는 말합니다. “애초에 컨셉을 너무 잘 잡아놔서, 뭔가 변화를 주는 것 자체가 게임을 망치는 건 아닐까 두려웠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플레이테스트를 시작하니 엄청나게 긍정적인 피드백들이 들어왔죠.”
제작자들은 테스트를 시작한 이후 새로운 AI도 추가했습니다. 몰리뉴 스타일의 시뮬레이션보다는, 보다 재미있는 멀티 플레이에 초점을 맞춘 인공지능이었죠. 신자들은 좀 더 깔끔하게 무리를 짓고 돌아다닐 뿐만 아니라, 그룹을 나누는 명령도 제때제때 따라주어 상대의 번갯불 공격에도 좀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투 부분에서도 전반적인 검토가 이루어졌으며, 특히 신의 분노 부분에도 회오리바람을 추가했습니다.
“그리고 번갯불이 진짜 물건이죠. 전기를 충전하고 있으면 바로 촉각 피드백이 오거든요. ” 이그냐토비치는 흥분해서 설명했습니다. “정말로 신이 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니까요? 진정한 힘을 느끼게 해주는 요소들은 바로 그런 겁니다.”
어쩌면 갓 게임의 진짜 재미는 거대 사자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천지창조도 아니라, 그냥 전지전능한 힘을 담은 손가락으로 개미만한 사람들을 쉴새없이 찔러보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윌 오브 갓 게임은 스팀 그린라이트에서 이용해보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 본사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