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히어로(City of Heroes)가 기념비적인 MMORPG였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 표현은 너무 삭막하고 옛날의 추억을 되새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크립틱 게임스(Cryptic Games)의 메트로폴리스에는 두 표현 모두 걸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생동감이 넘치고 플레이어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지녔으며, 이동 수단이라고는 오로지 비행밖에 없는 슈퍼 히어로 제작 게임이었죠.
전략 컨설턴트이자 오랫동안 MMORPG를 즐겨온 플레이어 케이시 맥기버(Casey McGeever)는 2012년까지도 시티 오브 히어로를 즐기면서, 마지막까지 남은 플레이어들이 게임 속 중심지 Atlas Park에 모여 서비스를 종료하려는 게임과 배경 Paragon City에 작별 인사를 보내는 대열에 끼어 있었습니다.
“후폭풍이 상당했어요.” 케이시는 말합니다. “서버 3개에 만들어둔 캐릭터만 60개는 족히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게임이 서비스를 종료하니 굉장히 공허하더라고요.”
그 후 맥기버는 시티 오브 히어로의 긍정적인 정신을 새롭게 담아내고자 하는 히로익 게임스(Heroic Games)의 CEO가 되어, 쉽 오브 히어로(Ship of Heroes)를 제작중입니다.
하지만 전작 개발 경력은 단 하나도 없는 일개 인디 게임 제작사가 어떻게 아무런 기반도 없이 이런 대규모 MMORPG를 제작할 수 있을까요? MMORPG라면 오픈월드형 배경과 서버, 그리고 넷코드 등을 구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메트로폴리스 건설 작업
히로익 게임스는 우선 굉장히 작은 규모의 구성 작업부터 시작했습니다. 쉽 오브 히어로의 설정에 따르면, 이제 하나의 단체로 연합한 인류는 FHS 저스티스 호(FHS Justice)를 타고 우주를 항행하고 있으며, 거의 천만 단위에 육박하는 탑승객들은 모두 지구의 목가적 도시의 풍경을 모방한 Apotheosis City에서 거주중입니다. 이처럼 히로익 게임스가 제작중인 빽빽한 마천루의 도시는 현재 하나뿐입니다.
맥기버는 확고한 계획을 세워두었습니다. “우선 배경을 구성하고, 전투 시스템을 구성한 다음, 아트 오브젝트를 만듭니다. 현재 제작진은 캐릭터 생성기가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위 요소들을 모두 제대로 구성한 다음에야 앞으로 얼마나 많은 플레이어 수용 능력이나 네트워크 기반 등이 필요한지 추산할 수 있을 것이며, 실제 작업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벡터 트릭
Apotheosis City를 둘러싼 선체에는 창문들이 달려있으며, 이 창문들을 통해 보이는 바깥의 별들은 쉽 오브 히어로의 배경 설정이 SF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윌슨이 맵 바깥으로 카메라를 돌리자, 선체 밖에는 사실 거대한 우주 공간 따위는 없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저 바깥의 별은 그저 평평한 유리창에 약간의 기술적 트릭을 가한 것일 뿐입니다.
“언리얼 엔진 4의 머티리얼은 정말 엄청난 발전도를 보입니다.” 윌슨은 말합니다. “이렇게 멋진 효과들을 통해 만들 수 있는 것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이 효과는 2D 벡터를 사용해 현재 플레이어 카메라의 위치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해당 카메라의 위치에서는 창 밖의 풍경이 어떻게 보일지 해석하여 보여줍니다.”
플레이어가 움직이면 창문으로 보이는 우주의 2D 이미지 역시 원근감에 따라 변화합니다. 이는 소닉에서도 화면이 스크롤되면서 생기는 시점의 차이를 이용해 보여주었던 장면으로, 플레이어에게 저 바깥에 훨씬 큰 세계가 있다는 상상을 심어줍니다.
“아주 똑똑한 방법이죠.” 윌슨은 기분좋게 말합니다.
스트레스 테스트
히로익 게임스에게는 아직 모두가 꺼려할만한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바로 거대한 규모의 플레이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을 준비하는 것이며, 이는 사전에 테스트해 볼 수도 없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처럼 상당한 부하를 감당해야 할 플랫폼의 구축에도 추측성 요소가 많이 개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략 5~6가지 정도 되는 다양한 게임 엔진 공급사의 기술 및 사업 분야 전문가들과 개인적인 만남을 가졌습니다.” 맥기버는 말합니다. “그렇게 가진 대화의 자리에서 언제나 이런 질문을 던졌죠. ‘500명의 플레이어와 600명의 NPC 적들이 단 하나의 인스턴스에서 동시에 상호작용을 벌일 수 있습니까?’ 이 부분은 정말 확인을 받아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언리얼 엔진 4에는 텍스처 스트리밍이나 라이팅 등을 검사할 수 있는 툴을 많이 갖추고 있어, 빌드를 할 때 최소 사양을 결정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 리드 개발자 매튜 윌슨(Matthew Wilson)의 말입니다.
히로익 게임스 역시 언리얼 엔진 에디터 내에서 Apotheosis City를 건설하면서, 텍스처 해상도와 전체 폴리곤 숫자 같은 잠재적인 함정 요소들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지연 시간과의 타협
MMORPG 특유의 스킬 쿨다운 위주로 느릿하게 진행되는 전투는 거의 악명높다 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런 전투 방식은 애초부터 어쩔 수 없는 필요성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접속하는 수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과 이로 인해 빚어지는 높은 지연시간은, 사용자의 명령을 일일히 서버로 전송하고 그 결과를 다시 가져오는 데 악영향을 끼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초창기 MMORPG 개발자들은 지나치게 잦은 데이터의 전송을 필요로 하거나 단 몇 초만에 결판이 나지 않는 전투 시스템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이것은 상당한 문제점입니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그리고 라이프치히의 플레이어들이 같은 게임에 접속해 동시에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면 말이죠.” 맥기버는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전통적인 MMORPG의 접근 방식인 탭 타겟팅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한 타협의 결과물인 수많은 창의적 해결책들처럼, 쿨다운 기반 MMORPG 전투방식 역시 현재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전투 스타일로 발전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MMORPG 플레이어들이 이 방식에 적응하고 즐기게 된 점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맥기버는 설명합니다. “만약 이 방식이 싫다면 그냥 뚝뚝 끊기는 경험을 제공하는 다른 멀티플레이어 게임을 찾아가시면 됩니다. ”
캐릭터 생성
쉽 오브 히어로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게임 내에서 가장 주목을 덜 받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바로 캐릭터 생성이죠.
윌슨은 모프 타겟을 통해 이 과제를 해결했습니다. 이 기술은 캐릭터 생성기의 슬라이더를 통해 오브젝트 메쉬를 변형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의 체형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흉부 크기를 조정하는 모프는 따로 있지만, 근육을 만들어내는 다른 모프로 흉곽의 크기를 더욱 크게 키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윌슨은 이런 모프의 조합으로 인해 캐릭터의 체형이 터무니없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변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작업도 해주어야 했습니다.
“간단한 모프 조합으로 흉부 둘레가 150cm는 넘어가는 캐릭터들이 양산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윌슨은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제작진은 새로운 모프를 만들때마다 캐릭터 생성기의 다른 모든 모프들과 함께 시험을 하여, 충분히 납득할만한 범위 내에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Saints Row나 Sims 2의 제작자들은 이런 귀찮은 작업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만.
슈퍼 히어로 게임에 의상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의상들을 준비한다는 것은 곧 또 다른 엄청난 과제이기도 합니다. 쉽 오브 히어로는 현재 각 캐릭터마다 11가지의 의상 부위를 준비해두고 있으며, 여기에 더 많은 부위를 추가할 예정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윗옷, 바지, 속옷, 신발, 레깅즈, 장갑 등을 바꿀 수 있습니다.”라고 윌슨은 설명합니다. “또한 이런 의상에 견장, 헬멧, 가면, 혹은 귀걸이나 안경까지도 추가해줄 수도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허리의 한참 아래까지 내려오는 셔츠를 입을 수도 있습니다(만화 Incredibles에 등장하는 의상 제작자가 슈퍼 히어로들의 치렁치렁한 의상에 대해 일갈한 잔소리는 무시합시다). 하지만 그런 길다란 상의를 착용하는 동시에 바지를 착용할 수도 있으며, 상하의 간에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지 설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상의와 하의가 꼬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셔츠를 바지 속에 집어넣던가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방법을 통해 히로익 게임스는 캐릭터 생성 이후 수백 시간동안의 플레이 내내 플레이어의 쓸데없는 주의를 끌지도 모를 자잘한 시각적 문제들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이는 시티 오브 히어로처럼 위험과 모험 속으로 뛰어드는 캐릭터에게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세부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게임은 우주의 파멸을 불러올 무시무시한 물체의 탈환이나, 거대한 악당 두목을 물리치는 게임이 아닙니다. ” 맥기버는 말합니다. “오히려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그 자체에 가까운 게임이죠.”
히로익 게임스는 오는 4월부터 쉽 오브 히어로의 킥스타터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언리얼 엔진 4는 현재 무료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 게임스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