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고전 명작 미스트(Myst)의 엄청난 팬입니다. 미스트가 1993년 처음으로 출시되었을 때, 제 컴퓨터는 그 게임을 겨우 구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사양이었지만, 그런 난관쯤은 제가 미스트 속에 푹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어디서도 본 적이 없던 참신한 게임이었으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을 '초현실적'이라고 묘사하지만,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런 표현이 분명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섬은 분명 이상한 장소이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채 흙과 나무로 이루어진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까요. 건물들 역시 건축 역사의 다양한 공법들로부터 본따 만든 석조 건물입니다. 분명한 무게감이 있죠.
아니오, 미스트는 초현실적인 게임이 아닙니다. 미스트의 출시 이전, 어쩌면 이후에도 결코 나타난 적이 없던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미스트 속의 세계와 그 퍼즐은 플레이어의 욕구와 완전히 동떨어진 채, 이 게임 속 세계에 침입해온 관찰자들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들의 목적과 가치대로만 존재합니다. 이런 요소들이 흥미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와 비슷하게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는 콘텐츠의 사례를 찾아보자면, 안티 챔버(Antichamber)라는 게임과 작가 크리스토퍼 맨슨(Christopher Manson)의 책 메이즈(Maze)의 두 작품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 외의 작품들에서는 이와 비슷한 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고 자신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 개발중인 신작 게임 싱: 저 너머의 세계(Xing:The Land Beyond)는 처음 본 그 순간 위에서 말했던 그 신비로운 분위기의 잔향이 느껴졌습니다.
존 토킹턴(John Torkington), 코리얼 크루어(Koriel Kruer)와 제임스 슈타이닝거(James Steininger)는 다른 수많은 언리얼 데브 그랜트 수상자들처럼 대학교에서 서로를 만났습니다. 싱의 개발은 캘리포니아 오렌지 시에 위치한 채프먼 대학교에서 게임 디자인 강의의 레벨 디자인 과제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과제물로 디자인 공모전에서 2등상을 차지한 후, 세 명은 화이트 로터스 인터랙티브(White Lotus Interactive)를 설립해 이렇게 만든 강의 과제물을 진짜 게임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싱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내세를 주제로 한 게임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어떻게 이런 장소로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중심으로 게임이 전개됩니다. 게임 속에서 작은 퍼즐들을 풀면서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영혼들의 삶에 재해 알아나갈 수 있으며, 또 이들을 자유롭게 풀어주어 앞으로의 여정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줄 수도 있습니다. 또한 게임 속 배경 역시 주제에 잘 어울리게 신비롭고 영적인 느낌을 선사합니다. 또한 마치 미스트에서처럼 플레이어에게 신앙이나 신비학 등 익숙한 문화적 요소들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낯설면서 괴상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우상이나 제단이 뺴곡한 성지들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게임 속에 산재해 있는 퍼즐이나 의식과 관련된 요소들에는 온통 신비로운 분위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싱은 곧 VR 지원과 함께 PC 플랫폼으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전에, 저희는 코리엘 크루어와 함께 이 프로젝트에 대한 인터뷰를 가져보았습니다.
싱은 본래 대학교 프로젝트로 시작했다고 하셨죠? 그 당시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나요?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플레이 테스트를 거치고 새로운 실력을 기르고 계속해서 공부도 하면서, 저희 개발진은 게임 속 그래픽의 퀄리티나 최적화, 이야기 전개, 퍼즐의 다양성 등을 더욱 향상시키는 등의 이터레이션 작업을 시행했습니다.
싱의 개발은 킥스타터 캠페인이 성공한 덕을 많이 보았다고 하던데요. 킥스타터가 게임 개발을 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해 준 것 외에도, 게임의 개발에 특별한 영향을 주었습니까? 예컨대, 캠페인을 진행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사람들의 기대나 욕구 등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나요?
킥스타터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개발하는 게임의 주요 소비자 층은 과연 어떤 부류의 사람들일지, 또한 이런 유형의 게임에도 충분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후원자들은 자신들이 이런 게임에서 어떤 요소들을 기대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기도 하였으며, 이는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유지해야 할지 각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싱은 분명 미스트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은 것처럼 보입니다. 미스트 속에서 매력을 느꼈던 요소들은 어떤 것이 있으며, 또 그런 영감들은 싱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셨나요?
미스트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아름다운 그래픽과 생각을 총동원하게 만드는 퍼즐, 그리고 게임의 스토리 등이 있으며, 그 외에도 저희 개발진이 게임을 통해 구현해내고자 했던 과제가 있습니다. 게임 속의 배경과 분위기는 개발진이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인데다 플레이어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예를 들면 저 두 요소를 활용해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게임의 스토리나 퍼즐 요소에 집중하도록 만들거나, 플레이어들이 겪게 될 여정을 시각적으로 인도한다든지 하는 것이죠.
그 외에도 개발에 영감을 주었던 다른 게임이나 문화 콘텐츠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세상에, 그걸 일일히 말하자면 정말 오래 걸릴 텐데요. 몇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게임들에는 포탈(Portal), 미스트, 그리고 젤다(Zelda) 시리즈가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원하신다면, 다음 포스트에 저희 세 명이 그 질문에 아주 자세하게 답변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싱에서 영적 요소를 강조하는 부분을 보면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이런 관점은 무엇을 보고 느낀 것이며, 또 이런 강조 표현을 위해 전달하고자 하는 요소는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이 질문은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보신 후에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요.
들켰군요. 싱 속에서 등장하는 배경은 게임이 영적 세계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것을 잘 드러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3D 배경은 어떻게 디자인해낸 것인가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영적 요소란 분명 싱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게임의 배경 대부분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주제는 내세를 다루고 있으며, 제작진은 전 세계의 신화와 민담, 그리고 종교 등을 모두 참고하여 저희만의 내세를 창조해냈습니다. 다양한 신앙을 연구하며 저희 제작진만의 내세적 관점을 만들어내는 것은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에게 보여주고픈 줄거리를 만들어내는 데에도 영감을 얻을 수 있었기에,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이 게임을 개발하는 데 언리얼 엔진 4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게임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당시 학교 컴퓨터에 설치되어 있던 UDK를 기반으로 먼저 개발되었습니다. 그러다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언리얼 엔진 4로 엔진을 교체하게 되었죠:
- 저희는 에픽게임즈를 사랑하고, 언리얼 엔진은 저희가 원했던 기능과 시각적 효과를 모두 구현하는 데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 저희는 시간에 맞춰 작업을 하고 싶었으며, 동시에 정말로 아름다운 게임 경험도 만들고 싶었습니다.
- 언리얼 엔진 4는 UDK보다 더욱 우수한 UI를 구비하였습니다.
- VR 플랫폼에도 완전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재 VR에 대한 지원이 끊임없이 업데이트중인 언리얼 엔진 4로 교체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 무엇보다도 무료였습니다!
언리얼 엔진 3에서 4로 옮기는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반반입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만을 모아놓은 블로그 포스트도 이미 작성해 두었습니다.
물론 저 포스트를 게시한지 시간이 꽤 많이 흘렀지만, 주죈 주제는 여전히 똑같습니다. 최신 그래픽을 유지하는 동시에 VR 헤드셋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변화였다는 것이죠.
언리얼 엔진 4로 탐험/퍼즐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경험이란 어떤 것이었습니까? 특별히 어려운 과제에 부딪혔거나 해결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언리얼 엔진은 매우 탄탄하며, 실제로 그 어떤 유형의 게임을 개발하든 활용할 수 있는 게임 엔진입니다. 엔진에 내장되어 있는 1인칭 콘트롤 기능은 곧바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했으며, 여기에 아주 약간의 조정만을 거쳐 저희 제작진의 작업에 아주 이상적인 툴로 만들어 쓸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저희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캐릭터에게 무기를 장비시키는 대신, 그저 게임 내의 오브젝트를 집어서 들고 다니거나, 위치를 옮기거나 아니면 새로운 위치로 던져버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오브젝트를 집어들 수 있는 기능을 만들기 위해, 프로그래밍적 관점에서 다른 언리얼 토너먼트 게임에서 등장한 무기들과 똑같은 코드를 사용하여 “피직스 총”이라는 개념을 만들려 했습니다.
언리얼 엔진 4로 교체한 다음에는 노드 기반의 시각적 코딩 환경을 제공하는 블루프린트 스크립팅 시스템을 통해 보다 쉬운 프로그래밍 작업이 가능해져, 위와 같은 게임 내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을 손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블루프린트를 통해 이터레이션 작업과 게임플레이 기능의 시험용 버전 제작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불이라는 요소의 시스템을 만든다고 하면, 먼저 파티클 효과와 라이팅, 그리고 사운드 컴포넌트를 3D 상에 시각적으로 배치한 다음, 이 요소들을 하나로 합쳐 활용할 수 있는 블루프린트 컴포넌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제작한 불 블루프린트가 바다 블루프린트와 닿을 경우, 바다 블루프린트는 부모 오브젝트를 우회하여 불 컴포넌트가 꺼지도록 직접적으로 영향을 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언어로도 이와 같은 오브젝트 기반 프로그래밍을 작업할 수는 있겠지만, 블루프린트는 시각적 노드 기반의 프로그래밍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훨씬 이해하기 쉽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또한 3D 환경에서 컴포넌트를 직접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또한 레벨 디자이너 역시 간단하게 블루프린트 내에서 약간의 조정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훨씬 쉽고 빠르게 툴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슬라이더 및 팔레트로 횃불의 색깔과 밝기를 조정하거나, 텍스트만을 편집해 그 어떤 오브젝트도 수정할 수 있는 툴 등이 있습니다.
또한 기본으로 내장된 블루프린트에서는 이미 역동적인 움직임과 논리를 적용해둔 캐릭터나 차량도 제공됩니다. 언리얼 엔진으로 레벨 로딩이나 세이브 시스템, 혹은 UI 제작과 같은 대규모 대규모 시스템을 제작하려면 살짝 작업이 벅찰 수는 있지만, 위와 같은 유형의 시스템을 손쉽게 제작하는 방법 역시 물론 존재합니다. 여기에 언리얼 개발자 커뮤니티는 이와 관련된 수많은 튜토리얼과 유용한 예제들을 만들어서 공유해줍니다.
에디터 주석: 이 기사는 에픽게임즈 측의 지원 덕분에 작성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매월 언리얼 데브 그랜트 지원을 받는 개발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며, 에픽게임즈에서는 후원 대상과의 만남을 지원하지만 최종 기사의 제작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