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은 제가 사이버펑크라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질색을 하더군요.
그 표현이 부적절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신작 루이너(RUINER)에서는 거대 기업이 사람들을 얌전히 복종시키기 위해 여흥을 판매하고, 디지털 시대의 노예와 가상현실의 위험성 등 사이버펑크 장르에 필수적인 요소들은 모두 담고 있습니다. 루이너의 게임 속 배경 자체도 환한 네온 조명과 쓰레기장이 되어버린 길거리, 그리고 마치 미래 배경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스타일까지, 해당 장르를 그대로 빼다박은 듯한 느낌입니다.
루이너의 제작진이 사이버펑크라는 단어를 싫어한 이유는, 그 단어가 마치 게임을 무성의하게 요약해내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치 게임 속에 음침한 분위기, 디스토피아, 해커, 이상한 머리 스타일, 불편해보이는 플라스틱 의복 등이 등장하면 이것을 사이버펑크 장르라면 당연히 갖추어야 하는 요소들로 여기며, 전혀 독창적이지도 않고 별 의미도 없는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실제로 이 단어는 근미래를 너무 많이 포괄하는 의미를 담고 있으니까요. 윌리엄 깁슨(William Gibson)이 1984년 이 장르를 창시한 이래로 사이버펑크는 현대 문화 콘텐츠들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이 복고적인 미래주의 장르를 통해 상상했던 수많은 예견들 중 상당수가 틀렸지만 적중한 것도 많습니다.
게임의 트레일러를 보시면 알겠지만, 루이너는 사이버펑크 장르의 게임이 아닙니다. 기반은 사이버펑크에 두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 장르의 게임은 정말 아닙니다. 차라리 루이너는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의 유산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내어, 뭔가 참신한 것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루이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1984년의 사이버펑크 장르는 미래에 대해 다루었지만, 루이너는 바로 현재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라이콘 게임스(Reikon Games)의 공동 설립자 야쿱 스틸린스키(Jakub Stylinski)와 막달레나 톰코비츠(Magdalena Tomkowicz), 그리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베네딕트 슈나이더(Benedykt Szneider)는 친절한 인터뷰를 통해, 결코 쉽지 않은 게임 루이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표면에 영상이 표시되는 헬멧이 참 마음에 듭니다. 또한 여기에 헬멧을 쓰고 있는 본인의 감정이 아니라, 이 사람을 조종하는 해커의 감정을 그려낸다는 점은 정말 굉장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이런 요소는 어떻게 구상해내신 건가요?
야쿱 스틸린스키(J.S.): 처음에 헬멧을 씌우기로 구상했던 이유는 가면을 쓴 주인공의 모습에 공포감을 부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막달레나 톰코비츠(M.T.): 그런 다음에는 주인공의 얼굴을 매우 무미건조하게 만들 수 있는 얼굴 매핑에 대해서도 생각해냈고요.
베네딕트 슈나이더(B.S.): 이제 헬멧을 씌웠으니, 이 헬멧을 꾸미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굉장히 간단했죠. 텀블러(Tumblr) 블로그들에서 gif 파일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그리고 온갖 우울한 인용구들만 모아서 헬멧의 화면 상에 띄워주면 되었으니까요.
J.S.: 헬멧 상에 온갖 우울한 화면을 띄우는 작업을 시작하고 난 다음, 곧 이 헬멧을 매개로 현재 화면 밖에서 주인공과 교감을 나누고 있는 해커의 모습 또한 표현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게임의 트레일러를 구성했습니다. 나중에는 실제로 이런 영상 헬멧을 게임 속에도 구현해 내었고요.
게임을 구상해내는 데 구체적인 영감을 준 작품이 있습니까? 게임 전체적으로는 핫라인 마이애미(Hotline Miami)느낌도 좀 나고, 시각적으로는 사이버펑크 장르처럼 보이는군요. 하지만 직접 말씀해 주신다면?
J.S.: 영향을 받은 원작들을 일일히 나열한다면 거의 수백 가지는 될 것입니다. 딱히 RUINER를 어떤 게임처럼 만들겠다! 는 목표를 세우지는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게임플레이 화면을 본 다음 고전 명작 신디케이트(Syndicate)가 생각난다고 하더군요. 크루세이더(Crusader)와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그리고 핫라인 마이애미를 섞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들 합니다. 하지만 루이너는 저희가 지금껏 시청하거나 플레이했던 모든 콘텐츠들로부터 조금씩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콕 찝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이 게임은 탑뷰 시점의 슈팅 장르이며, 제가 좋아하는 영화 '레이드: 첫번째 습격(The Raid)'처럼 액션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작진이 구현해낸 게임 플레이는 적들로부터 무기를 빼앗고, 점프를 하고, 적들의 배후로 텔레포트를 하는 등 쉴 틈 없이 뛰어다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참신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성이죠.
M.T.: 우리의 잠재 의식에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향유했던 문화 콘텐츠의 요소들의 영향이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아마 루이너를 보면서 느꼈던 기시감은 그런 영향들에서 받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핫라인 마이애미가 처음 출시되었을 때 느껴졌던 그 에너지란, 정말이지 불쾌하면서도 신나고 정신없지만 동시에 굉장히 심오한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핫라인 마이애미의 배경이 되는 상황이나 게임의 색감은, 게임 전체가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폭력적인 마약파티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저희 제작진은 그런 강렬한 느낌을 플레이어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영감을 받았죠.
게임 자체가 굉장히 속도감 있는 액션을 위주로 전개되는데, 게임 플레이와 스토리 간 비중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셨습니까? 또 멋진 게임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M.T.: 저는 게임 속을 돌아다니면서 게임 그 자체를 통해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전개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제가 가장 사례로 들기 좋아하는 게임은 바로 케인 & 린치(Kane & Lynch)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협동 플레이로 진행하면서 사이코패스 주인공 린치를 선택했었습니다. 그렇게 게임을 진행하던 도중에 장면이 전환되자, 갑자기 수많은 경찰들이 저를 포위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총을 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제 옆에서 같이 게임을 하던 친구가 말하길, “너 뭐하냐, 왜 갑자기 사람들한테 총을 쏘고 그러냐?”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슨 소리야, 다 경찰이잖아!”라고 했더니, 친구는 “아니, 경찰 아니거든.” 그래서 제가 그 친구의 화면을 보니, 린치의 화면에서 경찰로 보였던 사람들은 사실 모두 무고한 시민들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게임의 스토리와 게임 플레이를 따로 분리해서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구분을 짓지 않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게임 자체가 전개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두는 것이죠.
B.S.: 홈프론트: 더 레볼루션(Homefront: The Revolution)이나 유비소프트(Ubisoft)의 게임들은 게임의 스토리에 지나치게 편중된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 제작자는 보다 게임 플레이에 치중하면서 그 속에 스토리 요소를 녹여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게임이 지저분해지지 않고 물 흐르듯 전개될 수 있으니까요.
M.T.: 이런 질문은 종종 타협론으로도 흘러가기 마련인데, 마치 게임성을 위해 스토리를 포기해야 하거나, 스토리를 위해 게임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식이죠. 저희 제작진은 그냥 두 요소를 꽉 붙들고 하나로 합쳐서 어떻게든 게임을 만들어냅니다. 저희 제작진에게 있어 게임은 그저 게임입니다. 게임 속 요소들은 모두 잘 맞물려 돌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타협같은 것은 없습니다. 오직 생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해결책 모색 뿐이죠. 만약 환경이 변화한다면 게임성과 스토리 역시 모두 바뀔 수 있어야 합니다. 두 요소는 정말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스토리 역시 제대로 전달되야 합니다. 스토리의 특정 구간에서 플레이어가 실제로 느끼는 감정 이상의 것을 억지로 전달하려 하면 안됩니다.
J.S.: 부드러운 전개라는 것이죠.
B.S.: 저희 제작진의 규모는 매우 작기 때문에 많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고,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려면 대단히 창의적이어야 했습니다. 저희 제작진은 다른 숱한 인디 게임들에서 시도하는 것처럼 굳이 이상한 컷씬을 만들어서 끼워넣으려 하지 않고, 그게 옳은 방법이 아니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컷씬 부분은 그냥 넘겼죠.
J.S.: 안그래도 한정된 자원을 쥐어짜내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한 멋진 스토리를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는 인디 게임들이 꽤 있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런 게임들은 정작 게임 플레이 과정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해나갈 것인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게임은 플레이하는 내내 지루하게 전개되다가, 멋진 반전을 딱 하나 보여준 다음 그대로 끝나죠.
M.T.: 저희 제작진은 이와 비슷한 대화를 동업 희망자들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묻기를, “이 게임의 구매 촉진 요소는 무엇입니까? 판매 포인트는 무엇이죠?” 그럼 우리가 대답합니다. 우린 그런 것 없습니다. 우린 그저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 그러면 또 말하길, “장인 정신같은 거네요.”라고들 하더군요. 이것도 핀트가 많이 어긋난 것입니다. 뭔가 좋은 물건을 만들겠다는데, 이건 무슨 정신, 이건 무슨 정신 하고 나눌 수는 없습니다. 그건 그냥 말뿐인 거죠.
확고한 비전이 없다면 “판매 포인트”나 “장인 정신”같은 개념으로 작업 전체를 나누어 정의하는게 편하긴 할 것입니다. 아니면 마케팅이나 게임 리뷰를 위한 분석에서는 그런 자세를 취해도 되죠. 하지만 자신이 무엇을 만들 것인지, 자신이 정말로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확고하게 알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 역시 당신이 만들고 싶은 것은 대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하던가, 아니면 그냥 믿고 구매할 테죠. 이상적인 경우이긴 하지만요.
일단 작업에 제대로 임해야 하는 것입니다.
루이너가 마침내 출시되어서 사람들이 플레이해 볼 수 있게 되면, 반드시 성취하고 싶으신 목표는 무엇입니까? 어떤 요소가 성공한 개발자를 가늠한다고 생각하시나요?
J.S.: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 하지 않습니다. 명작 게임 포탈(Portal)의 경우에도 거의 20%에 불과한 플레이어들만이 게임을 끝냈습니다. 전체 플레이 시간은 대략 5시간 남짓인데다, 지금껏 가장 높은 리뷰 점수를 받은 게임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돈을 제대로 사용했다고 느끼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게임을 꽤나 오랫동안 플레이했으면 좋겠습니다. 플레이를 하면서 아주 진땀을 흘리고 욕도 뱉으면 더 좋겠지만, 그렇다고 게임 자체가 불공평하다고 느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잠시 동안은 주위 현실에 대해 잊은 채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다음 게임을 끝내고 난 뒤에도 강렬한 추억 하나 정도는 남기기를 바랍니다.
저는 정말로 많은 게임들을 플레이 해보았지만, 그 중에서 정말 괜찮은 추억을 남긴 게임은 대략 5% 남짓입니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정말 괜찮았고 재미있게 플레이했지만, 그렇다고 구체적인 상황까지 단편적이나마 기억할 수 있는 게임은 드뭅니다.
B.S.: 저희는 플레이어의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습니다.
J.S.: 추억을 남길만한 게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10년 동안 플레이했던 게임 중에 제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 중 하나는 바로 다크 소울(Dark Souls) 입니다. 다크 소울에서 지하의 강령술사들이 소환해내는 해골과 맞서 싸우는 것이란 정말로 진땀을 흘릴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제가 평생 플레이했던 게임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굉장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신디케이트나, 마찬가지로 고전 명작인 아이 오브 비홀더(Eye of the Beholder)를 처음 플레이했을 때에나 비견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저희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런 강렬한 경험의 단 30초에라도 비교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성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이버펑크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조금 망설이시던데,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B.S.: 처음에는 사이버펑크라는 표현을 별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요새 너무 흔하게 사용되는 말이라, 게임 자체도 그저 그런 흔한 게임처럼 받아들여질 것 같았습니다. 그 장르는 우리 세대에 너무 익숙해서, 저희 부모님 세대에 빗대서 표현하자면...
M.T.: 엘비스 프레슬리에나 비교할 수 있겠네요.
J.S.: 지금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대부분의 사이버펑크 장르보다 더 사이버펑크 할 걸요.
M.T.: 그래서 사이버펑크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장르의 개념 자체는 굉장히 흥미로웠으며, 동시에 현대 기술의 발전과 인간성의 상태는 어떤 입지에 도달해 있는지 알고 싶다는 충동이 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계에 만연해 있는 노예 노동에 대해 자세히 연구하면서, 모두들 신기술에 흥분해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문제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성은 여전히 어두운 구덩이에 빠져 있으며, 인간은 사람이 되기에는 아직도 너무 많은 문젯점을 안고 있는 종입니다.
게임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주제들이 너무나 많지만,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드러내놓고 다루지는 않을 것입니다. 어떤 것은 게임의 배경으로 깔고, 또 어떤 것은 캐릭터가 방금 튀어나온 장소에서 흘러나오는 소음으로 보여주는 식이죠. 이 모든 것은 게임 속 캐릭터들의 눈을 통해 보여줄 것입니다.
저희 제작진은 딱히 미래를 예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모든 예견은 과거에서 오는 것이니까요. 제작진은 그저 가상 현실, 노예 노동, 인신 매매, 시민 사회 감시 체계, 기업과 노동자간의 관계 등의 현재에서도 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대로 그려냈습니다. 사이버펑크는 창시자였던 윌리엄 깁슨이 당시 사회를 보고 느꼈던 인상들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잖아요. 그래서 그 당시의 미래라면 결국 현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복고적으로 느껴지는 것입니다.
B.S.: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100년이 지나도 사람들은 서로를 이용하며 살고 있을 것입니다.
언리얼 엔진의 기능 중에 게임 개발에 특히 유용했던 기능이 있었습니까?
M.T.: 시퀀서[언리얼 엔진에 내장된 컷씬 제작툴]는 정말 끝내줍니다. 새로운 차원의 도구예요. 언제 출시될지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출시된 것을 직접 보니 정말로 굉장하더군요. 단순히 새로울 뿐만 아니라 강력한 성능까지 지니고 있어서, 정말 압도적인 툴처럼 느껴집니다.
J.S.: 또 블루프린트도 굉장합니다. 저희 제작진에는 프로그래머가 딱 한 명 밖에 없습니다. 스크립트를 짜거나 코딩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있지만, 이들이 전문 코더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작진 모두가 블루프린트를 통해 작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굉장한 기능이예요.
B.S.: 이런 실없는 칭찬에 소금을 좀 뿌리겠습니다. 저는 게임과는 관련이 없는 경력을 쌓아왔기 때문에, 이전까지 게임 엔진을 다루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다이나믹 라이팅까지 모두 적용되어 있는 3D 배경을 기본적으로 제공해 주었기에, 엔진의 접근성이 매우 높았습니다. 이런 요소들도 작업에 큰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애니메이션이나 포스트 프로덕션 인바이언먼트 측면에서는 1년 전까지만 해도 시퀀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이지 언리얼 엔진을 선택하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시퀀서는 마티네보다 훨씬 발전한 툴인데다, 트레일러를 만들기 위해 외주 업체와 계약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선택지입니다.
언리얼 데브 그랜트는 루이너의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J.S.: 컴퓨터도 추가로 구비하고 바르샤바 게임 개발 학교(Warsaw Game Dev School)의 학생들도 인턴으로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M.T.: 엄청 큰 TV도 샀어요.
J.S.: 엄청 큰 TV도 실제로 게임 개발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아니, 정말로요. 저희 개발진은 한 작업실에 15명이 모여 상당히 괜찮은 의사소통을 통해 게임 개발을 진행했지만, 실제로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다 같이 게임을 들여다 보기 전까지는 배경이나 게임 플레이에 대해서 제대로 의논을 할 수가 없죠. 그렇다고 15명의 인원이 컴퓨터 화면 하나에 들러붙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엄청 큰 TV는 게임을 심도있게 분석할 수 있게 해주는 개발 도구였던 셈입니다.
B.S.: 게임 속에 실제로 구현하기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J.S.: 이터레이션 작업이 제일 좋았어요.
B.S.: 대형 TV가 엄청 중요했죠. 루이너는 촘촘한 계획을 통해 만들어진 게임이 아니니까요.
J.S.: 게임 개발에 굉장히 멍청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B.S.: 낭비가 심했죠.
J.S.: 저희는 게임 개발에 결코 똑똑하게 임하지는 않습니다. 제작사 CD 프로젝트(CD Projekt)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그랬죠. 마음에 들 때까지 반복 작업을 진행하고, 작업 상에서 꼼수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소규모 인디 게임 개발사에서 18명의 인원들과 한정된 자원만 가지고 그런 개발 방식을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히 멍청하지만, 저희 개발진은 그냥 계속 반복 작업을 하면서 최대한 게임을 깔끔하고 세련되게 마무리해냈습니다. 작업량은 엄청났지만, 분명 사람들은 알아봐 줄 것입니다. 트레일러와 배포용 gifs 이미지 파일들을 통해 이런 세부적인 묘사들과...
M.T.: ...이 게임에 쏟은 애정을 알아볼 것입니다.
에디터 주석: 이 기사는 에픽게임즈 측의 지원 덕분에 작성될 수 있었습니다. 매월 언리얼 데브 그랜트 지원을 받는 개발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며, 에픽게임즈에서는 후원 대상과의 만남을 지원하지만 최종 기사의 제작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