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9년, 베를린 장벽은 아직도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제 이 장벽으로 인해 끔찍한 일이 벌어지려 합니다. 플레이어는 시간을 여행하는 비밀 요원이 되어 이를 막아야 합니다. 클럽에서 말이죠.
정말 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인비트윈게임즈(Inbetweengames)는 첫번째 작품 매머드: 어 케이브 페인팅(The Mammoth: A Cave Painting)에서 상실에 대해 다룬 것만 보더라도 무거운 주제를 아주 의외의 장소에서 다루는 것에 익숙합니다. 매머드가 필연성에 대해 다루었다면, 올 월즈 머스트 폴(All Walls Must Fall)는 극적인 변화에 대한 요구 및 그 힘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필연성과 시간조차 맞서 싸워야 할 적입니다.
올 월즈 머스트 폴은 등각투영 시점의 테크노 느와르 분위기를 가진 게임으로, 엑스컴(XCOM), 브레이드(Braid), 레즈(Rez), 그리고 신디케이트(Syndicate)와 같은 외형과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이 던지는 메시지 면에서는 완전히 베를린 테크노 문화가 낳은 적자입니다.
디자이너 얀 다비드 하셀(Jan David Hassel)은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 자신의 게임과 그 속의 복잡한 성적, 폭력적, 정치적 시각에 대해 논해주었습니다.
어떤 이유로 전술 장르 게임을 만들게 되셨나요? 또 등각투영 시점을 사용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만들게 될 첫번째 대작 게임은 무엇이 될 지 의논하고 있었을 때, 애초에 게임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된 게임이 무엇이었는지 화두에 올랐었습니다. 엑스컴(XCOM), 신디케이트(Syndicate), 그리고 폴아웃(Fallout) 등이 나왔죠.
등각투영 시점을 사용하게 된 것도 위와 같은 게임들에 경의를 표하는 것이었지만, 또한 탑뷰 시점부터 틸티드 카메라, 그리고 등각투영 시점까지 카메라 시점을 바꿀 때마다 시각적으로 훨씬 더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등각투영 시점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의 설정과 미학은 약간 어두우면서 억압적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섬세한 댄스 버튼은 놀라울 정도로 포근한 느낌인데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셨나요? 이런 대비는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죠?
게임 배경으로 나오는 나이트 클럽들은 음침하고 억압적인 세계에서 자유로운 섬처럼 작용합니다. 하지만 클럽 역시 사람들을 배제한다는 점에서는 이런 부정적인 면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올 월즈 머스트 폴이라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벽은 사방에 존재합니다. 이런 억압과 자유, 절망과 희망 사이의 투쟁은 게임의 중심을 이루는 갈등입니다.
시간 여행은 게임 스토리와 메커니즘 양면에서 필수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렇게 시간 기반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데 투영된 철학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개발 시작 시기부터 베를린 나이트클럽을 배경으로 삼고 게임 플레이에도 반영한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음악의 박자에 맞춰 액션을 실행하되, 리듬 게임이 아니라 공감각적인 게임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습니다. 그러다 기본적으로 음악의 박자를 아주 빠르고 개별적인 턴으로 활용한 게임을 만들어 보자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또한 시간 여행 기능은 원래 턴을 되돌리는 편리한 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해 추가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시간 여행이라는 요소를 더욱 확장하여, 더 많은 능력을 추가하고 나아가 게임 줄거리의 중심 소재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핵심 게임플레이는 게임 전체의 구성부터 컨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분단된 독일을 다루는 게임 설정은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도 묵직한 주제였는데, 지금은 뉴스에서 국경과 러시아가 빠지는 날이 없습니다. 현재의 정세는 게임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게임 개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난민 문제부터 시작해 세계화에 대한 전세계적인 반발에 이르기까지 위와 같은 주제들이 더욱 밀접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향후 1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에 와서는 모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생각에 초점을 맞추어 보다 재미있는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임 전체적으로는 플레이어를 자극하여 자신만의 감정과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했습니다.
이 테마와 설정, 나레이션을 통해 현재 정말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암시들을 넣으면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자신만의 생각을 구성하게끔 만들고 싶습니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면서 해당 주제에 대한 반응에 의미를 부여해 주고자 합니다. 아직은 게임의 개발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킥스타터 후원자들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플레이어 풀과 SNS에 계속 밀접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과연 제대로 된 밸런스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인지 관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계속 봐야겠죠.
처음 게임을 실행했을 때는 눈에 보이는 베를린 장벽의 정치적 요소에 집착하고 있어서, 게임의 동성애적 분위기나 거구의 주인공을 접했을 때 굉장히 놀랐었습니다. 게임의 초점을 여기에 맞춘 결정에 대해서 논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베를린의 가장 유명한 클럽으로 답사를 갔을 때, 베를린을 제대로 표현하고 싶다면 그 부분도 빠뜨릴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현재 게임 속 모든 캐릭터들은 남성이며, 대다수가 동성애자이기도 합니다. 이는 서브컬처의 일면을 조명하면서 이성애적 잣대에만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게임 속 캐릭터들의 다양성을 보다 심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부분은 새 플레이어 캐릭터를 비롯해 앞으로 진행될 게임 업데이트에 추가될 예정입니다.
베를린의 밤문화나 LGBTQ 성향의 문화가 실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데 영향을 주었습니까? '형제의 키스'는 올 월즈 머스트 폴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습니까?
올 월즈 머스트 폴에서 등장하는 클럽 문화는 사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에야 발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장벽이 무너진 자리는 도심의 폐허가 되었고, 이렇게 접근 가능한 폐허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베를린의 테크노 문화는 이런 장소들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았습니다. 현재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베를린 클럽 문화는 이렇게 태어난 것입니다. 아직 장벽이 건재한 미래의 베를린을 구성하는 데에는 이런 자유로운 성향도 참고했습니다. 게임 속 베를린은 기존의 베를린과, 디스토피아적 암울한 미래에 있을법한 도시를 합쳐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형제의 키스'는 아주 흥미로운 역사적 예술품이 됩니다. 저희는 개발을 진행하면서 이 작품을 게임 속에 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작품 내 구도 그대로 키스를 하고 있는 버전으로 시작했습니다. 저희 아티스트 Rafal은 작품과 똑같은 구도를 재현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원작에서는 한 쪽이 다른 쪽에 대한 완전한 패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지만, 저희가 새로 재현한 작품에서는 게임 속에서 아직도 진행중인 냉전의 긴장을 완화하고자 하는 외교적 제스처를 나타내게 되었죠. 여 시점까지는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중에 오바마 전 대통령을 트럼프 대통령으로 바꾸자, 갑자기 작품에 함축된 의미 전체가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이를 통해 긍정적, 부정적 양면의 피드백을 정말 많이 받게 되었죠.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원본 작품조차도 자신이 그리고 있는 점을 비난하여 동성애 혐오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만한 사실입니다. 이 점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더욱 신선한 면모가 드러납니다. 어찌됐건 형제의 키스는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도 수많은 담론과 반응들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정말 멋진 컨셉을 가지고 있는 예술작품입니다. 바로 이 점이야말로 저희가 의도했던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대중들의 긍정적, 부정적 피드백 모두를 기반으로 다른 시점에서의 관찰도 가능해졌다는 점은 굉장히 기뻤습니다.
작년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제 임무가 불빛이 번쩍이는 게이 댄스 클럽으로 잠입하는 것이란 걸 알았을 때 살짝 불편했다는 점은 인정해야겠습니다. 게임의 배경을 게이 클럽으로 설정한 것이나, 여기서 폭력이 벌어지도록 하겠다고 결정한 점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제작진도 이 부분에 굉장히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이런 불편한 감정은 파리 바타클랑에서 총격 테러가 발생했을 때부터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사건 당시 파리에 제작진의 친구나 가족들이 많이 살고 있었던데다, 저희 역시 베를린 클럽으로 파티를 나가있었거든요. 그 시점에서는 과연 이런 게임을 정말로 만들고 싶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기까지 했습니다. 거의 게임의 개발을 취소할 뻔했어요. 아이러니하죠. 그런 [반사적인] 감정이야말로 애초에 인디게임 개발을 통해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었는데 말이죠.
또한 이스탄불, 올랜도, 런던 등 각지에서 다양한 집단을 목표로 한 테러들이 끊임없이 발생했습니다. 저희는 제일 가까운 곳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들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정말이지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어요. 과연 저희 게임의 폭력성이 제대로 느껴지기나 할 지 의문입니다. 저희는 그냥 나이트클럽을 배경으로 한 별 의미없는 액션 전술 게임을 만들고 싶었어요. 나이트클럽은 멋지고 액션은 언제나 재밌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테러들이 벌어진 이후, 어쩌면 저희는 이제 사람들의 마음 속에 이미 존재하는 것을 게임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컨대 악몽 같은 것 말이죠.
저희는 아직도 뚜렷하게 선을 그어 저희가 만들고 싶지 않은 영역을 정해두었습니다. 게임 내 배경으로 등장하는 클럽의 민간인들은 플레이어나 적들에게 직접적인 공격을 당할 수 없습니다. 존 윅(John Wick)같은 액션 영화처럼 민간인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신사들의 암묵적인 합의에 가깝죠. 또한 대화나 시간 여행을 통해 전투를 피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의 연관성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뭔가 의미있게 이용해보고 싶고, 이런 격렬한 변화가 실제로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의문을 던져보고 싶어요. 이것이야말로 저희가 이 게임의 개발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이 시도가 성공했는지 어떨지는 시간만이 말해주겠지만,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낍니다.
올 월즈 머스트 폴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반응하기를 희망하시나요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결코 만들지 못했을 게임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예금도 직업도 없이 이 게임의 개발에 뛰어들었거든요. Medienboard Berlin Brandenburg, 에픽게임즈, 그리고 킥스타터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는 행운 덕분에 지금까지 개발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이런 노력을 봐주어서 계속 지원을 해 주고, 이를 통해 앞으로도 올 월즈 머스트 폴의 개발을 계속해서 독립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게임의 테마에 대해 플레이어들과 건설적인 토론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디스토피아적 미래 베를린의 나이트 클럽들을 기반으로 한 게임 배경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멋질 것입니다.
언리얼 엔진은 올 월즈 머스트 폴과 같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습니까? 예상치 못했던 이점이나 문제점이 있었나요?
저희는 이미 몇 년 동안이나 언리얼 엔진을 다루어 왔기 때문에, 올 월즈 머스트 폴 개발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덕분에 첫번째 프로토타입부터 성공적으로 개발을 이어올 수 있었고, 또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초기 결정들이 앞으로의 개발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이는 기술적 측면 뿐만 아니라 머티리얼 및 셰이더, 혹은 직접 제작한 방들을 점진적으로 재조합해주는 ‘Disco Generator’ 등의 레벨 디자인같은 미학의 워크플로우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사례를 들어보자면 모든 벽을 파괴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모든 3D 메시가 파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이 있겠습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모든 벽은 무너져야 하니까요.
데브 그랜트 수상으로 비로소 이룰 수 있었던 일들이 있었습니까?
데브 그랜트는 이전 자금 펀딩이 바닥났을 때에도 개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으며, 궁극적으로는 킥스타터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어 현재의 얼리 액세스까지 이어지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현재는 주요 자금 후원이나 다른 수입원도 없이 전업 인디 개발에 임하고 있기 때문에, 일말의 실패 가능성은 모두 배제한 채 한 번에 한 걸음씩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냥 예전 프로토타입으로 얼리 액세스를 내 버릴 수도 있지만, 솔직히 좀 더 시간을 들여서 제대로 된 게임성과 재미를 갖춘 뒤에야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얼리 액세스를 통해 계속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다면, 이는 정말 에픽게임즈의 지원에 엄청나게 감사할 일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언리얼 엔진을 다뤄 본 경력이 있는 더 큰 규모의 제작사들에서 저희와 똑같은 과정을 통해 더 많은 인디 게임들을 제작해냈으면 좋겠습니다.
올 월즈 머스트 폴은 현재 킥스타터(Kickstarter) 후원자들을 대상을 한 비공개 알파 테스트 중에 있으며, 곧 스팀 얼리 액세스(Steam Early Access)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스팀의 찜 목록에 게임을 추가하셔서 게임이 공개되자마자 바로 소식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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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주석: 이 기사는 에픽게임즈 측의 지원 덕분에 작성될 수 있었습니다. 매월 언리얼 데브 그랜트 지원을 받는 개발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하며, 에픽게임즈에서는 후원 대상과의 만남을 지원하지만 최종 기사의 제작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