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처럼 장르부터 아드레날린이 끓어 넘치는 게임을 더욱 뜨겁게 만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설적인 프랜차이즈인 번아웃 시리즈가 가르쳐준 교훈이 있다면, 아무리 앞만 보고 달려가는 단순한 장르라도 약간의 파괴본능와 끝이 없는 개조 요소만 더하면 엄청난 재미를 줄 수 있는 명작이 태어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성공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뭐, 번아웃 시리즈를 세상에 내놓은 개발자들은 이번에도 또 다른 혁신을 보여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세상에서 제일 지루해보이는 스포츠인 골프를 잡았네요. 누군가는 스윙 한 번에 생각해야 하는 온갖 세세한 요소들이나 마무리의 흥분, 그리고 영광스러운 역사 등을 들며 충분히 괜찮은 스포츠라고 변호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그냥 재미없는 스포츠일 뿐이었습니다. 지금까진 말입니다.
데인저러스 골프(Dangerous Golf)는 스리 필즈 엔터테인먼트(Three Fields Entertainment)의 작품으로, 번아웃에서 최고로 평가받았던 요소들을 골프 게임에 넣어 쓸데없이 규칙적인 스포츠에 약간의 혼란을 얹어준 게임입니다. 또 이 게임은 6월 초에 발매되었지만 지금도 활발한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의 성격과 경험 요소를 극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그냥 처음 발매된 버전에서 부족한 부분을 때우는 식이 아니라, 팬들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면서 게임의 진행이나 정보 출력 방식, 컨트롤 등등 가장 중요한 요소들까지도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수석 디자이너인 크리스 로버츠(Chris Roberts)씨를 만나 전체적인 게임의 컨셉과 최근 게임을 아예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놓은 업데이트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Q: 데인저러스 골프를 처음 들어보시는 독자들도 계시는데, 이게 무슨 게임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데인저러스 골프는 단순한 골프 게임이 아닙니다. 배경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말도 안되는 트릭 샷으로 정신나간 점수를 올리며 친구들과 즐겁게 경쟁할 수 있는 골프 게임이죠. 화장실은 터뜨리고 부엌은 박살내며 값비싼 도자기를 부수고 주유소도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어지간하면 골프는 필드에서만 하는게 좋다는 교훈을 주는 것과 동시에, 홀마다 퍼즐 요소를 집어넣어서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스윙은 최대한 적게 치면서 배경은 최대한 많이 때려부수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만드는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데인저러스 골프의 컨셉은 어떻게 따셨나요?
개발자들이 다 모여서 하드웨어나 좋아하는 것들, 지금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죠. 기술은 어디까지 발전할까? 하드웨어는 어떻게 개발될까? 미래는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렇게 다같이 시그라프(SIGGRAPH) 행사를 보다가 최신 엔진 기술의 모습도 보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희는 저 신기술을 가지고 크리테리온(Criterion) 게임사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서, 쓸데없이 빠르고 엄청나게 재밌는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뭐 그런 결정도 있기는 했지만, 본격적인 골프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은 Short Game이라는 넷플릭스 영화를 보고 난 다음이었어요. 7살짜리 골퍼들이 정식 토너먼트 경기를 준비하고 경쟁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였죠. 그 다음엔 곧장 Dude Perfect 라는 유튜브 채널로 넘어가서 주인공들이 골프공을 가지고 온갖 말도 안되는 트릭 샷을 치는 동영상을 봤죠.
꼬마 골퍼들의 토너먼트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짜릿함과 트릭 샷을 보면서 느낀 놀라움을 통해, 저희는 이번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되었습니다. 트릭샷도 재밌고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미니 골프도 재미있으니, 이 둘에다 우리 개발자들이 정말 사랑하는 파괴본능까지 합친다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지 않을까? 그렇게 태어난 것이 대인저러스 골프입니다.
Q: 데인저러스 골프는 6월 초에 나왔지만, 이번에 또 새로운 스테이지들을 업데이트 해주셨잖아요. 특히 플레이어들은 빠른 리스타트 기능으로 게임을 훨씬 빠르게 리셋할 수 있게 되었고요. 이런 요소들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
데인저러스 골프는 항상 즐거운 파괴를 모토로 삼고 있었지만, 약간의 실험정신을 가진 플레이어들에게서도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제 좀 더 적은 리스크만 지고도 온갖 정신나간 시도를 해볼 수 있게 된거죠. 그냥 세게 쳐놓고 제발 잘 날아가라고 기도를 해도 됩니다. 어차피 글렀다 싶으면 몇 초만에 게임을 리셋할 수 있으니까요.
이 새로운 기능은 적용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데인저러스 골프의 스테이지들은 실제로 물리 오브젝트들로 꽉꽉 들어차 있어서 말입니다. 갯수만 따져도 수백 개, 수천 개를 넘어가게 됩니다. 일단 벽에 튄 케찹, 뒤집어진 페인트 통, 깨진 유리창과 박살난 꽃병, 조각상... 이렇게 어질러진 배경을 치우고 오브젝트들을 말끔하게 고쳐 놓아야 하니, 다시 게임을 리셋하는 데에는 보통 25초에서 30초 가량이 들었어요. 원래는 게임 리셋 방식이 그냥 난장판이 된 스테이지를 싹 갈아 치우고 그냥 새로운 스테이지를 불러오는 방식이었는데, 이게 너무 오래걸리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부를 보내는 방식으로 바꿔보자 싶었습니다. 그냥 제자리에 없거나 박살나버린 오브젝트들만 체크해서 고쳐놓는 방식이죠. 결과적으로 이제 게임 리셋은 겨우 2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을 뿐더러, 스테이지 디자인도 계속 오브젝트로 도배해둘 수 있었습니다.
Q: 이번 업데이트는 컨트롤 조정을 통해서 게임의 접근성을 높였다고 광고하던데요.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조정했는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저희는 다양한 게임 실력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데인저러스 골프를 재밌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게임을 설치하는 즉시 곧바로 게임을 시작해도 괜찮을 정도로 컨트롤 방식을 조정했습니다. 이번에 추가한 기능도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잘 듣고 게임속에 반영한 것으로, 첫 스윙을 어디서 할지 완전히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물론 기존의 컨트롤 방식도 게임 안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만, 저희는 이제 게임의 컨트롤을 완전히 플레이어들에게 맡겨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스매쉬브레이커(Smashbreaker) 같은 경우에도 스틱 하나로 컨트롤하던 것에서 둘로 바꿔놓았죠. 또 버튼 프롬프트나 음성 안내를 통해 플레이어가 본격적인 게임을 더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했죠. 전체적인 업데이트는 게임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모든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Q: 그럼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더 많이 박살내는 것과 박살내놓은 것을 다시 고쳐놓는 두 가지 기능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저희 독자들에게 이번에 강화된 액션성과 새로 추가된 카메라 팔로우 기능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죠.
이번에 새로 추가된 스매쉬웨이브(Smashwave)는 플레이어들이 공을 집어넣기 전에 딱 한번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기능입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리스크를 지게 하되, 그 보상도 확실하게 주고 싶었습니다. 스매쉬웨이브 기능으로 정말 많은 점수를 얻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게임을 끝내려면 공을 퍼팅해 구멍에 골인시켜야 합니다. 필드에 파편들이 쏟아지는 바람에 플레이에 큰 지장이 생길 수도 있고, 난이도가 예상치 못하게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물이 너무 많아서 시야 확보도 힘들고 퍼팅할 각도 잘 나오지 않는다면, 이 기능을 활용해 필드를 말끔이 치워버릴 수도 있죠.
또 처음 스윙할 때나 퍼팅을 할 때 지원되는 카메라 시야도 새롭게 추가했습니다. 티 오프(Tee Off) 카메라는 처음으로 스윙을 했을 때 힘차게 날아가는 공을 가까이 따라가면서 보여주고, 그 공이 일으키는 재난의 현장을 슬로우 모션을 통해 보여주면서 파괴의 미학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좀 더 숙련된 플레리어라면 이 카메라를 보면서 스매쉬브레이커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가늠할 수도 있겠죠. 퍼팅을 할 때에도 공에 카메라가 따라붙는데, 이 시야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자신이 가까운 거리에서 시도한 트릭샷이 어떻게 멋들어지게 날아가는지 잘 볼 수 있죠. 두 기능 모두 설정을 통해 마음대로 켜거나 끌 수 있습니다.
Q: 번아웃 팬들은 특히 새로 나온 튜토리얼 영상에서 테드 스트라이커(Ted Stryker)의 해설이 나왔다는 부분에 굉장히 감탄했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벌어진 일인가요?
저희 개발사는 11명짜리 작은 팀이고, 외부의 투자없이 자체 자금으로만 운영되는 회사입니다. 그래서 번아웃3에서 인게임 DJ 역할을 맡아주었던 스트라이커한테 연락해서 혹시 시간 남냐고 물어봤죠. 놀랍게도 스트라이커는 기꺼이 부탁을 들어주었고, 데인저러스 게임의 튜토리얼 영상에 정말 멋진 목소리를 녹음해 주었습니다. 이 영상 자체도 데인저러스 골프를 소개하는 데에는 정말 훌륭한 영상이고, 숙련된 플레이어들 역시 한번쯤은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Q: 언리얼 엔진 4가 데인저러스 골프의 개발 비전을 실현하는데 도움을 준 바가 있다면?
저희처럼 소규모 개발사에게 언리얼 엔진 4는 정말 작업에 큰 도움이 되어주었습니다. 정말 세계 시장을 휘어잡을만한 수준의 렌더링과 피직스 기능을 이미 탑재하고 있어서, 모든 엔지니어링 역량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언리얼 에디터는 누구나 아이디어를 빠르게 실현할 수 있도록 엄청난 힘을 발휘해주는 툴이예요. 개발 기간 중에만 시험판 버전을 수천가지는 만들었을 겁니다. 시험판이 나올때마다 조금씩 개선이 이루어졌고, 마지막 완성품은 정말 저희들의 비전이 실현된 결과물이었죠.
Q: 마지막 질문입니다. 데인저러스 골프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만한 곳이 있나요?
데인저러스 골프와 스리 필즈 엔터테인먼트에 관한 최신 정보는 www.threefieldsentertainment.com페이지나, 트위터 계정 @3FieldsEnt에서 얻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