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2일

어둠 속 소리를 보다, Perception

저자: Brian Rowe,

어둠은 주로 공포의 소재로 활용되어 왔지만, 퍼셉션(Perception)의 주인공 캐시(Cassie)에게는 일상에 불과합니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을 가진 캐시는 자신의 특출난 청력으로 주변 사물에 반사되는 소리를 통해 환경을 감지합니다. 이른바 반향정위라는 것입니다.

캐시는 악몽에 시달리던 중, 자신의 공포를 직접 마주하고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에코 블러프(Echo Bluff)의 한 맨션으로 가게 됩니다. 하지만 맨션에 들어간 캐시는 소리를 통해 먹잇감을 좇는 초자연적인 '존재'(Presence)와 맞닥뜨리면서, 소리로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자신의 감각 그 자체가 엄청난 약점으로 작용하는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빌(Bill)과 아만다 가드너(Amanda Gardner) 부부가 공동으로 창립한 딥 엔드 게임즈(The Deep End Games)는 비교적 소규모의 신생 개발사이지만, 그 구성원 중에는 바이오쇼크(BioShock), 바이오쇼크 인피니트(BioShock Infinite), 그리고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의 제작에 참여했던 노련한 인물들도 많습니다.

 

 

부부가 함께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것은 어떤지 여쭤봐야겠는데요?

아만다: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라고 말해야겠습니다. 일과 일상 생활이 분리되지가 않아요. 아기들 기저귀를 갈아주면서 (개발 과정에서 아기가 둘이나 태어났습니다) 게임의 씬에 대해 이야기하고, 점심 식사를 요리하는 중에도 특정 씬의 역동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이죠. 다행히 저희는 굉장히 잘 협동하고 있지만, 저녁 식사 자리에서 벌어지는 대화의 주제까지 바뀌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퍼셉션은 어떻게 영감을 받고 제작하시게 되었습니까? 또 아이디어는 어떻게 발전하게 되었나요?

아만다: 퍼셉션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빌이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에 떠올린 것입니다. 어느 날은 대학원 교수님이 남편한테 하는 말이, "자네가 차에 타면 아마 굉장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야"라나요, 그리고 놀랍게도 퍼셉션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떠올랐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그 길로 집에 와서 제게 그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고, 저희는 함께 스토리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등 뒤에 있을 때에만 존재를 감지할 수 있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면 거울로 등 뒤를 비추어 보는 등의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괴물이 등장하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계속 진행된 결과, 궁극적으로는 소리를 통해 주변을 보는 반향정위라는 방법으로 훨씬 선명한 시야를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퍼셉션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해보죠. 캐시는 어쩌다가 에코 블러프까지 오게 되었나요?

아만다: 캐시는 피닉스 출신의 자립심 강하고 약간 고집도 있는 시각장애인 조각가입니다. 캐시는 악몽이 점점 심해져서 도저히 견딜수가 없게 되자, 결국 꿈 속에 나타나는 맨션을 직접 찾기 위해 국토를 횡단합니다. 맨션에 도착한 캐시는 자신이 악몽을 꾸게 된 원인과 악몽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을 천천히 파헤쳐 나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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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는 캐시에게 소중한 눈이나 다름없지만, 동시에 주위의 '존재'를 끌어당기는 양날의 검인 셈이로군요. 이런 컨셉은 어떤 구상을 통해 발전시키셨습니까?

아만다: 플레이어의 예상이란 공포 게임에서 아주 복잡하게 다룰 수 있는 주제입니다. 제작자는 게임 속에 일정한 규칙을 두어야 하고, 플레이어는 게임을 하면서 이런 행동이 이런 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을 파악해 나가게 됩니다. 반면 그런 일관성은 공포의 큰 적이기 때문에, 제작자는 위의 규칙을 계속 따라가는 동시에 이 규칙을 비틀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내어야만 합니다.

게임 상의 캐시는 시간을 넘나들면서 계속해서 다른 구조의 집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문 바로 너머에도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전혀 확신할 수 없으며, 저희는 플레이어들의 예상을 계속 비틀어줄 수 있습니다. 특히나 이는 '존재'에게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긴장의 극에 달하게 됩니다. 너무 스포일러를 많이 하지 않는 선에서 말씀드리자면, 집 내부의 방 중 하나에서는 들어가기 직전까지 느끼던 공포가 그저... 거품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할 것입니다.
 
캐시는 일반적인 게임의 주인공들보다 훨씬 강경한 캐릭터인 것 같은데, 이런 설정을 만들게 된 근거는 무엇인가요?

아만다: 저희는 캐시라는 인물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단순한 클리셰에 박힌 정석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정말 실재하는 듯한 인간처럼 만들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실제로 캐시는 약간 모난 성격에 직설적이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라면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캐릭터죠. 그리고 말도 많은데다 까칠하기까지 합니다. 저는 도시를 배경으로 한 현대 판타지 소설 집필 경력이 있고, 제가 만든 캐릭터들은 모두 말 많은 외강내유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캐시도 예외는 아닙니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게 되면 까칠한 면모를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캐시에게도 똑같은 특성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게임 속에서 "고요한 밤(Silent Night)" 모드를 선택할 경우, 훨씬 얌전한 캐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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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호러 게임의 전성기가 다시 찾아온 것 같기는 하지만, 이 장르가 인기있다는 사실 자체는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공포라는 감정이 어떻게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아만다: 저는 깜짝 놀랐을 때 갑작스럽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부터 마침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는 안도감까지, 정말 다양한 감정과 신체적 반응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공포 장르의 진정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의 진정한 목표는 실제 현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었습니다. 대체 어떤 제정신 박힌 사람이 명작 공포 영화 블레어 위치(Blair Witch)나 디센트(The Descent)를 본 직후에 캠핑이나 동굴 탐험을 가고 싶어 하겠습니까? 저희 게임에서는 바로 그렇게 심리적인 여운을 남기는 내러티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퍼셉션에서는 어떤 접근 방식으로 공포를 묘사하셨습니까?

아만다: 저희는 항상 공포의 진정한 적은 정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만드는 게임은 시각장애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으며, 이 설정은 곧 절대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은 채 게임을 진행하게 만든다는 뜻입니다. 어둠 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그 실체를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 훨씬 무서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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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에게 제한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게임을 만들면서 맞닥뜨렸던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이었습니까?

아만다: 장애물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재미처럼 느껴졌습니다. 저희는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의 특징에 대해 생각해보았고, 특히 사물의 겉모습이라는 고정관념에 제한을 받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이건 어떤 소리가 날까? 집 안에서 밟을 수 있는 물건 중에 정말 멋진 소음이 나는 것은 어떤 게 있을까?

뚜렷한 시각적 수단 말고도 플레이어들에게 겁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많습니다. 퍼셉션에서는 정말 다양한 소리와 깜짝 놀래키는 효과, 그리고 불안한 분위기 조성 등을 통해 다채로운 방법으로 플레이어들의 담력을 뒤흔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개발에 언리얼 엔진 4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빌: 예전에 바이오쇼크의 개발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어서 언리얼 엔진과 꽤 친숙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뛰어난 그래픽 구현 능력도 당연히 필요했었고요. 또한 언리얼 엔진의 툴은 정말 경이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UX 경력자로서, 에픽게임즈가 이렇게 강력한 도구들을 정말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는 게임 개발 업계의 테크니컬 디자이너 부류와는 거리가 아주 먼 사람입니다. 제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쓸 수 있다는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이야말로 게임 엔진이 해낼 수 있는 가장 큰 업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엔진을 붙잡고 사용 방법을 알아내려고 낑낑거리는 시간과 노력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개발자들은 멋진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바로 그런 엔진입니다.

언리얼 엔진 4의 요소 중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툴이나 기능은 어떤 것을 꼽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또 그 요소들은 어떤 방식으로 게임 개발에 도움을 주었나요?

빌: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버전의 언리얼 엔진보다 내러티브 관련 툴들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사실에 상당히 감명을 받았습니다. 시퀀서는 상상 이상의 성능과 유연성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런 장점은 시퀀서 뿐만이 아니라, 정말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언리얼 엔진 4 내에 아이디어들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정말 생각도 못했던 요소들에 많이 의지하여 작업을 해냈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비교적 새롭게 접한 툴이지만, 정말 다양한 도움들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아주 큰 장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엔진 사용 도중에 어떤 의문이 생기건 간에, 조금만 검색해보면 해당 의문에 대한 답변부터 심지어 영상 튜토리얼까지도 찾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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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딥 엔드 게임스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까? 그리고 협동 작업 대부분이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언리얼 엔진 4는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빌: 저희는 굉장히 규모가 작은 팀이고, 콘텐츠 개발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 계약직에 상당히 의존했습니다. 언리얼 엔진 4는 원격으로 운영되는 제작팀이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점들을 상당 부분 해소시켜 주었습니다.애셋 임포트부터 소스 콘트롤로의 후킹까지 모든 것을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퍼셉션의 개발 상황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최신 정보를 어떻게 받아볼 수 있을까요?

아만다: 퍼셉션은 현제 PC, PS4, 그리고 Xbox One 플랫폼으로 개발중입니다. 저희는 정기적으로 @thedeependgames 트위터 계정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게시합니다. 그리고 팬들과의 소통도 굉장히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