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40,000년의 우주는 타협 없는 전쟁만이 이어지는 공간입니다. 약 3, 4년 전 비헤이비어 인터렉티브(Behaviour Interactive)는 이 암울한 전쟁에 휩싸인 우주를 그대로 가져와, '플래닛 사이드 2(Planetside 2)'나 'EVE 온라인(EVE Online)'처럼 유저가 직접 만들어나가는 대규모 온라인 게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당시 비헤이비어 팀은 디아블로(Diablo)나 레프트 4 데드(Left 4 Dead)에서 받은 아이디어를 게임에 접목하여 말 그대로 '영원한 성전'이 벌어지는 우주를 그려내고자 했었죠.
“예전에는 기술 회사들과 협력해서 지금과 다른 방식의 게임을 만들어보려고 했었어요.” 수석 제작자 네이선 리처드슨(Nathan Richardsson)의 말입니다. “플레이어 수천명이 거대한 오픈월드 전장에 모여서 전투를 벌이는 것이었죠. 하지만 잘 되지 않았어요.”
비헤이비어 개발사는 곧 40K의 지구에서 죽어가는 황제의 곁을 지키는 근위병처럼, 이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서글픈 깨달음을 얻고 말았습니다. 개발사는 올해 초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해, 이터널 크루세이드를 멀티 플레이어 슈팅 게임으로 다시 설계했습니다. 전 세계의 유저들이 각자 팩션을 선택하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며, 전투의 결과는 실제 게임 세계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사실 배틀필드의 시스템과 흡사하기는 합니다만. 가장 핵심적인 전투 플레이 부분은 현재 스팀 얼리 액세스에서 테스트 단계에 있습니다.
“지금은 스케일보다 재미를 쫓고 있어요.” 리처드슨은 설명합니다. “판이 크다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다는 얘긴 아니죠. 일단 작게 시작하되 장르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수석 디자이너 브렌트 엘리슨(Brent Ellison)은 이 게임을 단순히 ‘슈터’장르로 보기엔 부적절하다고 지적합니다. Warhammer 40K가 개성적인 SF게임으로 발전하기는 했지만, 전투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Warhammer Fantasy를 비롯한 중세 전투 보드게임에 뿌리를 두고 있기 떄문입니다.
“팬들은 워해머의 게임 방식을 좋아해요.” 엘리슨의 말입니다. “플레이어가 저격총을 들었든 레이저 총을 들었든, 언젠가는 근접전을 벌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옵니다.”
비헤이비어는 이 정도 스케일의 게임 제작에 실패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치열한 근접전을 기대해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타워즈 배틀프론트(Star Wars Battlefront)는 결국 스타워즈 버전 배틀필드가 되어버렸지만, 이터널 크루세이드는 플레이어들이 적극적으로 적들을 향해 돌격을 하게 만듭니다.
“(근접전은) 정말 많은 반복 테스트를 거쳐야만 했어요. 이 게임에 재미있는 근접전을 넣는 것은 정말로 어려워요. 온라인 게임에서 딱 두 명만 1:1로 붙는 상황을 만든 다음, 거기다 중후한 액션까지 넣어야 한단 말이죠.” 엘리슨은 덧붙여 말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한 발씩만 쏘면 얘들은 순식간에 죽어버린단 말입니다.”
비헤이비어는 총질이 게임을 주도하던 상황을 완전히 분석하여, 초능력과 레이저백 전차가 불을 뿜는 전장에서도 파워 아머 입은 떡대들이 벌이는 몸싸움이 재미있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먹혔습니다만, 너무 잘 먹힌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재는 근접전이 훨씬 인기가 좋아졌거든요.
“목표는 두 가지 전투의 비중을 반반으로 나누는 겁니다.” 리처드슨의 말입니다. “얼리 액세스를 시작한 이유는 돈을 벌려는 게 아닙니다. 이미 투자는 받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25,000명이 보내온 피드백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가 해도 재미없는 게임을 만들고 말 걸요.”
플레이어는 이런 전투 말고도, 데스티니(Destiny) 스타일의 세계를 걸어다니며 자신만의 싸움을 골라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pace Marine은 Chaos 군대 - 현재 유일하게 구현된 비 인류제국 세력이지만, Eldar와 Orkz가 추가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 와의 전투에 참가해, 상대 세력으로부터 기지 하나를 빼앗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세력전은 거대한 우주를 그려내는 데에 아주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리처드슨은 말합니다. “거대한 전쟁을 배경으로 깔아놓고, 배경과 관련이 있는 다양한 게임 플레이 방식을 제공해주는거죠. 데스티니도 같은 맵을 다양한 모드에 돌려쓰고 있고, 우리도 그 방법을 쓰는 것 뿐입니다.”
현재 얼리 액세스로 서비스중인 이터널 크루세이드에는 제국의 옛 요새 행성이었던 아르코나가 15대 15 맵으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더 큰 규모의 맵으로는 게임 세계 전체의 주도권을 결정하게 될 30대 30의 공성 맵이 추가될 것입니다. 공성전에서 승리한 세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거대한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건 그냥 서로를 쓸어버리는 방식이 아닙니다.” 엘리슨은 분명하게 설명했습니다. “대규모 전쟁에서 이기려면 구체적인 목표를 완수해야 합니다.”
게임 메뉴 역시 워해머의 설정을 너무 잘 반영하는 바람에,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이 오로지 전쟁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종류도 여러가지라 괜찮죠. PvE 모드에서는 똑같은 전장에서 엄청난 숫자로 몰려오는 Tyranid를 상대로 버텨내며, 플레이어들에게 세스코 직원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비헤이비어가 묘사한 현재의 시스템은 지금도 계속 개발중이며, 어떻게 보면 Games Workshop이 만들어낸 워해머 보드 게임과도 닮은 점이 있습니다. 결국 테이블 위에서 벌어지는 작은 싸움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니까요.
물론 이터널 크루세이드는 전통적인 형태의 MMORPG는 아닙니다. 하지만 월드 오브 탱크(World of Tanks)는 어떤가요? 크로스아웃(Crossout)은 또 어떻구요? 디비전(The Division)도 결국 협동 플레이 기능만 지원하는 슈터 게임 아닙니까? 이렇게 비헤이비어 측이 원작 보드게임처럼 의미있는 소규모 전투를 지향하는 개발 방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엄청난 규모의 전투를 추구하던 것과 비교하면 굉장히 대조적인 부분입니다.
“현실을 직시해야죠.” CCP에서 이브 온라인 제작에 몸담은 적도 있었던 리처드슨은, 거의 3,000명의 유저가 한데 모여 전투를 벌이던 경험이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래도 대규모 전투를 구현하겠다는 야망은 아직 식지 않은 모양입니다.
“지금은 아마존(Amazon)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는데, 아마존 측에서 자신들만의 게임 서비스 방식을 개발중이더라고요. 과연 새로운 서비스 방식에 맞춰 저희 게임에 어떤 변화를 넣을 수 있을지 보려고 합니다.” 리처드슨이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구글(Google)이나 아마존에서 (언젠가는) 더 큰 용량의 백엔드 서버를 지원해줄 것 같은데, 그러면 미래에는 더 많은 요소들을 게임에 넣을 수 있겠죠. 그러니 언젠가 꿈은 이루어지리라고 믿습니다.”
워해머 40,000: 이터널 크루세이드는 현재 스팀(Steam) 얼리 액세스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 본사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