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발표 당시의 앱솔버(Absolver)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게임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앱솔버는 Dark Soul이 보여줄만한 복잡한 공방의 전투와 Last Guardian이나 Abzu의 미학을 결합해 만들어낸 몽환적인 격투 게임입니다.
슬로클랩(Sloclap) 스튜디오가 분명 상식적인 기업 문화를 가진 개발사이기는 하지만, 전 유비소프트(Ubisoft) 파리 지부의 개발자들로 이루어진 이 개발사는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겨우 작년에 시작되었는데도, 퍼블리셔인 Devolver가 지난 6월 열렸던 E3에서 공개를 할 정도로 빠른 개발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굉장히 빠르게 작업을 하긴 했습니다.”라고 크리에이티브 리드, 피에르 드 마저리(Pierre de Margery)는 순순히 인정했습니다.
이 게임은 주먹을 치켜들고 상대방의 몸짓을 읽어내어야 하는 격투 게임입니다. 뭐 게임 내에 등장하는 모든 격투가들은 하키 마스크나 밥그릇 비슷하게 생긴 가면으로 얼굴을 덮고 있긴 하지만, 플레이어는 가죽 장갑이나 헝겊으로 단단히 싼 이들의 손을 보고 다음 동작과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대로 읽어냈다면 그에 알맞은 방어나 공격으로 반응해야겠죠.
이런 점에서 앱솔버의 전투는 2016년의 AAA급 실험작인 For Honor의 포지셔널 컴뱃(서로 상대 방어의 약점을 찾으며 공격의 각을 재는 전투)과 흡사합니다. 하지만 유비소프트의 전 동료들이 For Honor 속 전투의 규모를 공성전 급으로 키워놓았다면, 앱솔버는 오히려 1:1 격투 수준으로 줄여놓았습니다.
플레이어는 처음으로 날리는 공격의 속성과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이 첫 일격이 그 다음에 이어지는 후속타들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연계 공격을 만들어 먹여줄지 정교한 설계를 끝냈다면, 이제 언제쯤 파고들어 소나기같은 공격을 날릴지 각을 정확하게 재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전투 자체가 두 사람의 자세가 만들어내는 깊은 심도의 안무처럼 이루어지며, 그 어떤 게임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깔끔하고 명확한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또 쓸데없이 화려한 타격 효과를 넣었다가는 플레이어가 적의 움직임을 놓치는 불상사가 터질 수도 있으니, 이것도 최대한 넣지 않았습니다.
“게임 내의 모든 시각 효과는 다 게임 플레이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들어간 것이고, 플레이어는 이런 신호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어떤 행동을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 라고 드 마저리는 설명합니다. “불필요한 효과는 최소한으로 줄였습니다.”
이는 애니메이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추장스럽거나 귀찮은 동작은 다 털어냈단 뜻이죠.
“저희 게임 애니메이션의 역동성은 강약의 흐름이 굉장히 두드러집니다.”라고 드 마저리는 말했습니다. “전투의 연출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었거든요. 이 게임은 공격 동작의 첫 프레임을 읽어내는 것이 생사를 가르기 때문에, 동작을 읽어낼 수 있는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이 게임의 개발 과정은 대단히 복잡했으며, 오직 언리얼 엔진 4의 소스 코드 개방 정책 덕분에 순탄한 개발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는 스테이지를 하나하나 주먹으로 헤쳐나가면서 또 다른 복잡한 코딩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앱솔버의 한 쓰러져가는 폐허를 높은 곳의 카메라가 비추는 가운데, 플레이어들은 살아남기 위해 주먹에 헝겊을 감습니다. 이렇게 매치메이킹은 물 흐르듯이 이루어집니다.
“언리얼 엔진으로 작업을 하니, 저희가 정확하게 필요한 부분에 맞추어 엔진의 소스 코드까지 수정해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라고 드 마저리는 말했습니다. “또 블루프린트 인터페이스 덕분에 프로토타입 제작이나 각종 기능 구현이 굉장히 쉬워져서, 디자이너들도 게임플레이 프로그래머들의 도움 없이 게임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었습니다.”
앱솔버의 아트 팀 역시 날카로운 테두리 선이나 격투가의 의복, 쏟아지는 햇살처럼 나름대로 개성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슬로클랩은 이터레이션을 거치면서 그래픽과 텍스처를 점점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화면 상에 각종 요소들이 경쟁을 벌이는 표현의 밸런스를 맞추려면 이게 낫겠다 싶었던 것이죠.
“이 게임은 무술의 정수에 관한 것입니다. 그 정수란 아주 순수하고 우아하죠. 저희 생각에는 아주 개성적인 미학이야말로 이걸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드 마저리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또한 단순한 모양과 그래픽은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켜줌과 동시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만의 상상을 게임 속 화면에 투영시킬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지금까지 공개된 앱솔버의 배경은 굉장히 애매모호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세계 속의 모래투성이 폐허 건물들이 분명 뭔가 역사를 보여주고는 있지만, 안내판이나 오디오 해설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해나가면서 스스로 이 세계의 과거를 파헤치고 현재를 탐험해, 결국 “인간과 자연이 이 배경에 무슨 역할을 맡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드 마저리는 수수께끼같은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일부 설정은 NPC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알아낼 수 있지만, 아이템 설명 등에만 은유적으로 암시되어 있는 설정들도 많이 있습니다. 한 예로 가면이 어떤 효과를 내는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는데,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착용자에게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내려주며”, 격투가들은 이를 자신의 의지로 썼다는 것만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 게임은 게임의 흐름을 끊지 않고도 다른 플레이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며, 이런 멀티 플레이어에서도 또 스토리가 발생합니다.”라고 드 마저리가 설명합니다. “따라서 가면을 선택한다는 것은 플레이어의 정체성을 만든다는 것이고, 이를 다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면은 굉장히 인상적이며, 온라인 롤플레잉에서 굉장히 중요한 도구로 작용하게 됩니다.”
앱솔버 속 세계의 만물은 다 존재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어는 점점 주위의 황량한 땅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또 공허한 이방인들을 안전하게 후려치기 위해 손에 헝겊을 감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드 마저리의 약속처럼, “어떤 것들은 계속 비밀로 남아있을 테지만요...”
앱솔버는 2017년 출시될 예정입니다.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한 개발은 현재 무료입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