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컨텐츠 제작자들에게 가상현실이 보여줄 미래에서 가장 기대되는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가상현실이 가져다 줄 엄청난 몰입감과 그로 인한 게임플레이와 스토리텔링의 혁신이 기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아닙니다.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채 가상현실 속에 잠재되어 있는 요소들도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가상현실은 이제 막 성장중인 기술이고, 가상현실을 통해 구현하고 싶은 생각들은 무궁무진하니 말입니다.
어쩌면 이 컨텐츠 제작자들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컨텐츠를 가상현실 속에 어떻게 녹여내느냐가 아니라, 가상현실이 어떻게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어낼지에 더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가상 현실은 게임플레이를 어떻게 바꿔놓을까? 가상 현실이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미칠 영향은 또 어떻고? 가상 현실과 그 몰입감은 스토리텔링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까?
저 마지막 질문이야말로 신작 자이언트(Giant)에 필요한 몰입도를 가진 매체를 찾던 제작사에게 해답을 준 실마리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자이언트는 이름없는 전쟁터에 자리잡은 한 마을의 지하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으로, 관객들에게 세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슬픈 현실을 살짝 체험하게 해줍니다. 관객들은 이 컨텐츠를 통해, 주위에 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딸의 관심을 죽음과 파괴로부터 어떻게든 돌려보려는 부부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영화의 주제는 위기에 처한 가족들에 대해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지만, 언리얼 엔진 4를 통해 더욱 강력해진 가상현실은 관객들로 하여금 개인적으로도 완전한 공감을 이끌어내어 심리적인 압박감까지 불러일으키게 됩니다.
저 역시 2016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2016 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자이언트를 체험한 후 이 프로젝트에 대해, 또 이 프로젝트를 실제로 만든 사람들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이언트의 감독 밀리카 젝(Milica Zec), 제작자인 윈슬로 터너 포터(Winslow Turner Porter III), 잭 캐런(Jack Caron), 토드 브라이언트(Todd Bryant)와 후안 살보(Juan Salvo)를 만나 이들의 공감대 형성 프로젝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자이언트가 미래 가상현실 매체의 스토리텔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인터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직 자이언트를 체험해보지 못하신 분들도 있는데, 자이언트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밀리카 젝: 자이언트는 동영상을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 체험입니다. 2016년 선댄스 영화제의 뉴 프론티어(Sundance Film Festival New Frontier)에 전시를 했었죠. 전체적인 줄거리는 바깥에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어설픈 지하실에 숨어서 폭격을 피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딸아이에게 겁을 주고 싶지 않아서, 폭탄으로 땅이 울리는 소리를 착한 거인 친구가 놀러오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꾸며내어 들려주죠.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질수록, 부모님이 들려주는 동화의 내용도 점점 더 극적으로 변해갑니다.
자이언트를 실제로 완성하는 과정에서 필요했던 창의적이거나 기술적인 요소들에는 어떤 것이 있었나요?
윈슬로 터너 포터: 자이언트의 스토리에 몰입감과 흥미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진짜 배우들을 데려다가 진짜 감정을 게임 속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 따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했어요. 알렉스 콘(Alex Corn)씨는 배우들을 8x3피트짜리 그린스크린 배경 에 세워두고 생생한 영상을 찍어냈죠. 이렇게 얻은 영상을 3D 환경과 완벽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또 엄청나게 어려웠어요. 2015년 9월에 제작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참고할만한 자료가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정말 다양한 종류의 볼류메트릭 비디오 촬영 시스템을 찾아보았지만, 조화를 잘 시킬만한 툴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또 저희들이 만드려는 이야기는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 안간힘을 쓰는 가족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다수의 액터가 상호작용을 벌이는 것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죠. 결국 키넥트 2를 탑재한 뎁스킷(Depthkit)이 굉장히 저렴하면서 성능도 좋아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알렉스 스콘 씨는 이 뎁스킷에 다시 레드 드래곤 5k(Red Dragon 5k) 영상을 활용했는데, 카메라에 직접 촬영되는 볼륨 데이터만 제공하니까 고정된 시점에서 특히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더라고요. 일단 시청자들도 폭탄이 떨어지는 진동을 똑같이 재현해줄 의자에 앉혀놓고 영상을 보게 될 거라, 결국 자이언트의 내용과 굉장히 잘 맞는 촬영방식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대본을 쓰는 것도 굉장히 중요했는데요, 단편 영화보다는 연극의 성격에 더 맞게 썼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에게 익숙할만한 16:9 비율의 화면은 단 한 컷도 없어요. 그리고 카메라 시점도 지하실 반대쪽에서 연기중인 가족들 쪽으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액터와 언리얼 엔진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할수록, 저희가 원하는 상황을 생생하게 만들어내고 정말 실제같은 이야기처럼 환경을 연출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희가 사용했던 촬영 트릭 한 가지는, 폭탄이 떨어져서 지하실 조명이 깜빡거릴 때마다 액터의 비디오 애셋을 교환하는 것이었어요. 가상현실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에게 주고 싶은 최고의 조언이라면, 항상 실험하고 최대한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라는 겁니다. 가상현실은 이제야 발전하기 시작한 새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어떤 이론이든 하루 아침에 갈아치워질 수 있으니까요.
자이언트는 처음부터 실제 배우들을 데리고 찍을 생각이셨습니까? 또 가상현실 말고도 고려해보았던 스토리텔링 수단이 있었나요?
밀리카 젝: 자이언트는 처음에 그냥 단편영화로 찍을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생각을 좀 해보니까 가상현실 매체를 활용해서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최고일 거라고 생각했죠. 단순히 위기에 처해 있는 가족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들의 상황에 같이 집어넣고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겁니다. 그러면 가족들이 느끼는 고통과 공포를 좀 더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해서, 지금도 전 세계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백만의 무고한 가족들에게 좀 더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든거죠. 전쟁터 한가운데에 있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느껴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지금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이런 상황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없는지 찾아보게 될 테니까요. 또 영화 속의 가족들도 일부러 영어를 하는 서양인들로 골랐는데, 이것도 관객들이 영상 속 가족들에게 좀 더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설정한 거예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팀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윈슬로 터너 포터: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밀리카랑 리지 도너휴(Lizzie Donahue, 각본가), 그리고 저 뿐이었어요. 뉴욕의 뉴 뮤지엄 인큐베이터에서 제작을 시작하자마자 기술도 잘 다루는 아티스트들이 필요해졌죠. 사람들은 가상현실은 물론이고 파이프라인의 한계에도 도전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미로워 하더라고요. 저희 타임라인은 일단 선댄스 영화제의 뉴 프론티어에 출품해서, 11월 말에 심사를 받는다는 것이었어요. 그 다음부터 공동 제작에 들어가고 시각화 작업을 하는 동안 팀이 엄청나게 커지더니, 결국 40명이 넘게 되더라고요. 실제 배우들의 영상과 언리얼 엔진 작업을 동시에 하려니까 일반적인 팀의 규모보다 2배는 더 커지게 된 거죠. 사실 자이언트는 음향효과도 시각효과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였는데, 세르비아 음향 기사인 알렉산더 프로티와 만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어요. 이 분은 밀리카처럼 세르비아 내전 당시에 고향이 폭격을 당한 경험을 해보셔서, 아주 사실적인 음향 효과를 만들어 주셨거든요.
또 행운이었던 점은 Framestore나 Hello World Communications 같은 파트너들과 동업을 했다는 점, 또 HP, 엔비디아, 컴캐스트 벤처랑 마이크로소프트같은 회사들로부터 후원을 받아낼 수 있었다는 점이 있겠네요. 선댄스 영화제에 출품한 후에는 팀이 더더욱 커져서, Technicolor나 Scott Gershin의 도움으로 음향 효과를 완벽하게 완성한 다음에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식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자이언트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영향을 준 영화나 게임이 따로 있나요?
밀리카 젝: 자이언트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기 전에, 시간을 꽤 많이 들여서 다른 가상현실들을 체험해봤어요. 그 중에서도 Chris Milk가 만든 "Evolution of Verse"가 굉장히 인상적이더라고요. 단순히 감동만 준 게 아니라, 가상현실이라는 매체가 가진 가능성이나 잠재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윈슬로 터너 포터: 어렸을 때 디즈니랜드에서 체험했던 가상현실은 굉장히 어설프고 멀미까지 났었지만, 그래도 그 잠재성에는 홀딱 반했던 것 같아요. 또 작년에 Vrse로 경험했던 360도 촬영 비디오 컨텐츠는 확실히 가상현실이라는 환경에서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영향을 크게 준 것 같습니다. The Last of Us는 비디오 게임 줄거리에도 얼마나 큰 감동을 녹여낼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여주었고요. 말씀드린 매체 모두에서 장점만 끌어오고 싶었습니다.
잭 캐런: 가상현실 작업에서 실제 영상과도 같은 사실성을 녹여내려고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래서 The Vanishing of Ethan Carter같은 게임에 적용한 사진 측량 기술을 연구했죠. 조명이나 인상같은 부분은 Take Shelter를 많이 참조해서 지하실 세트를 설계했고요. 또 지하실을 배경으로 한 공포 영화들을 엄청나게 연구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사실적으로 보이게끔 노력을 했습니다.
토드 브라이언트: 저는 영화를 제작하다가 게임 엔진을 만지게 되었죠. 5년동안 엔진을 만졌지만 기존의 게임같은 것을 만들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저같은 경우에는 Passage나, The Graveyard, Journey 같은 작품들에서 인간 관계를 강조하거나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 상호작용적 스토리텔링 요소들에 상당히 영향을 받았고, 또 이 게임들이 플레이어로부터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치한 미학적 요소들도 연구했습니다.
자이언트가 가진 참신함은 실제로 밀리카 씨가 어린 시절에 폭격을 경험해보았기 때문에 더 묵직하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시각적 몰입 외에도 가상현실의 어떤 특성을 살리셨기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을 겪고있는 관객들에게서도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었습니까?
밀리카 젝: 자이언트는 제가 세르비아에 살던 당시 베오그라드에서 겪었던 폭격에 대한 기억에 어느정도 뿌리를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자이언트의 각본가인 리지 도너휴(Lizzie Donahue)에게 저희 가족들이 겪었던 경험을 이야기해주었고, 리지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터 한가운데에 떨어진 미국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썼죠. 그래야 서양인들이 더 공감하기 쉬울테니까요. 사실 배우들의 생김새나 말하는 언어, 입고 있는 옷이 익숙하다면, 관객들은 자신들이 보고 있는 가족들의 위험과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되겠죠. 또 그런 효과를 통해서 지금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이해나 동정심을 끌어내기도 쉬울 거고요.
자이언트는 단순한 영상 경험물을 넘어서, 가상현실을 활용해 몰입도를 끌어올린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가상현실이 앞으로의 스토리텔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잭 캐런: 우린 자이언트를 가상현실 극장이라고 불러요. 배우들은 바로 관객들의 눈 앞에서 드라마를 연기하고 관객과 같은 공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분명 보이지 않는 벽이 가로막고는 있지만, 그래도 관객은 현재 상황에 대해 끊을 수 없는 공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런 경험은 다른 매체로는 따라할 수가 없죠(물론 관객 참여형 연극같은 예외도 있습니다만). 이것이 바로 가상현실이 가진 힘입니다. 이런 현장감을 만들어내어서 적절한 타이밍과 자극을 주어야, 가상현실이 지금까지 흔하게 봐왔던 전형적인 영상물이 되느냐, 아니면 관객만의 특별한 체험이 되느냐를 결정하는 겁니다. 그러니 스토리텔링은 이런 부분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하죠.
자이언트와 같은 장편 가상현실 체험이 스토리텔링형 컨텐츠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상현실이 스스로 어떤 한계를 극복해야 자이언트와 같은 장편 영상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잭 캐런: 스토리텔링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감상하는 사람을 진짜 이야기 속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가상 현실의 본질 그 자체예요. 과연 가상현실이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요?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 하지만 가상현실과 관련된 기술이 충분히 발전하고 제작에 대한 방법론도 정형화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을 통해 컨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런 후에야 좀 더 몰입도가 높은 스토리텔링으로의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겁니다. 물리적 요소와 한계도 생각해볼만한 게, 지금 가상 현실을 활용한 장편 드라마나 영상물 제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헤드셋은 의외로 무거운 물건입니다. 오래 쓰고 있으면 목이 피곤해요(개인차가 좀 있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이것도 당장의 문제일 뿐이지, 하드웨어는 점점 가벼워지고 있고 통풍 문제도 해결되고 있습니다. 아마 가상현실 체험은 점점 그 범위를 넓혀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자이언트의 독특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여러 사람이 다같이 앉아서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에서 두 사람과 함께 자이언트를 체험했는데, 같은 가상 현실을 함께 체험한다고 생각하니 경험이 더욱 생생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자이언트를 이런 방식으로 제작하면서 부딪혔던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또 어째서 이런 요소가 자이언트의 체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요?
토드 브라이언트: 자이언트는 정말 감성적인 가상현실 컨텐츠이고, 다른 사람들과 함꼐 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서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을테니 시청자들은 바깥의 소리도 잘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을 착용해야겠죠. 그렇게 위기에 처한 가족을 보면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나누는 것이 경험을 극대화하는 데 아주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경험을 공유하는 기능은 또 어려운 과제가 되었는데, 서로가 보는 영상과 음향의 싱크를 완벽하게 맞춰두어야지 안그랬다간 다른 사람이 보는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나 타이밍에 맞지 않게 나오는 의자 진동 때문에 몰입이 완전히 깨져버린단 말이죠. 이런 문제는 개인 네트워크를 활용한 오픈 사운드 컨트롤을 이용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자이언트에 맞춰서 제작한 iOS 앱을 조정해서, 헤드셋에 영상을 틀어주는 컴퓨터 3대에 대한 명령을 중계했죠.
일단 시청자가 심도있는 경험을 하게 된단 점은 접어둡시다. 과연 자이언트와 같은 가상현실 체험이 현재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들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또 이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수 있겠습니까?
밀리카 젝: 가상현실은 체험자를 아예 새로운 장소와 상황에 데려다놓고, 지금껏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직접 하도록 만들어주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물론 표현방식의 한계를 넓혀줄 뿐더러, 체험자로 하여금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을 더 넓고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현명하게만 쓰인다면, 분명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매체가 될 수 있겠죠.
자이언트를 선댄스 영화제나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등에서 전시하면서 수많은 관객들을 만나셨겠죠. 자이언트를 체험한 관객들은 어떤 방식의 피드백을 주었습니까?
후안 살보: 자이언트를 체험하신 분들은 정말 엄청난 양의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 얻은 성과도 상당하구요. 이런 신기술을 가지고 일할때면 으레 관객들이 대체 어떤 느낌을 경험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을 때가 많아요.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스토리에 감동을 받고 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가상현실은 지금까지의 매체들보다 몰입도나 공감도에 있어서 비교가 안되는 잠재력을 가진 매체이고, 저희는 이런 성능을 통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었어요. 또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한 것 역시 배울점이 정말로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토드 브라이언트: 선댄스 영화제에서 열렸던 제작자의 밤 행사가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그 때는 주로 제작이나 감상 면에서 통찰력 있는 피드백들이 들어왔었습니다. 자이언트를 뉴 프론티어에 설치해뒀는데, 이게 꼭 파티장에 갖다놓는 놀이기구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리고 선댄스 영화제에서 딱 하루는 영화감독들만을 위한 파티를 열어줘요.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감독들이 HMD를 착용해본 적이 없었을 뿐더러, 자이언트가 첫번째로 경험하는 가상현실이었어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상현실에 열광했는데, 그 이유가 가상현실의 몰입도가 너무 엄청난 바람에 영화로 만들면 족히 1시간동안 이야기해줘야 할 스토리를 6분만에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단 거예요. 많은 감독들이 앞으로의 가능성만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다고 이야기해주었죠.
잭 캐런: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가상현실 영화는 굉장히 신기한 거라,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부스를 찾아주었어요. 영화 감독이나 배우들은 물론이고, 그냥 신제품이라니까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많았죠. 실제 배우들이 찍은 영상과 가상현실을 게임 엔진으로 결합한 영상이라니까, 영상을 보고 난 다음에 굉장히 흥미로운 피드백들을 많이 주더라고요. 게임 디벨로퍼 컨퍼런스에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피드백이 훨씬 많이 들어왔습니다. 저희가 자이언트를 제작한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제작에 사용되었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어요. 또 저희처럼 가상현실 영상물 제작에 관심이 있는 개발자들도 있었고요.
언리얼 엔진 4의 기능 중에서 자이언트의 제작에 특히나 도움을 줬다 싶은 부분이 있습니까?
잭 캐런: 제작진 중에 전문적인 코더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블루프린트를 최대한 활용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했어요. 음향, 다이내믹, 레벨 로딩에 레벨 스트리밍은 물론이고 퀄리티 세팅에 마티네 컨트롤까지 전부 다 노드 에디터로 해결했습니다.
토드 브라이언트: 자이언트는 언리얼 엔진 4 4.9버전으로 만들었고, 마티네 노드를 최대한 활용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새로운 엔진이 출시될 때마다 시퀀서의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런 변화가 다음 영상 제작에 바로바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또 놀랍더라고요.
자이언트를 제작하면서 알아낸 비법이나 요령중에 다른 언리얼 엔진 제작자들에게 알려줄만한 것은 없습니까?
잭 캐런: 커스텀 이벤트 관리랑 퍼블릭 게임 스테이트 변동을 활용해서, 레벨들을 서로 조율하는 방식으로 서로 분리된 스트리밍 레벨의 경험 요소들을 관리했습니다. 또 뎁스 데이터를 활용하려고 셰이더 분리 기능을 써서 실제 영상을 실제 영상을 각각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서 재생시키기도 했죠. 그렇게 양쪽으로 나누어서 재생되는 동영상이 하나로 합쳐지는 식으로 말이예요.
자이언트는 야망이 큰 프로젝트였지요. 제작하던 중에 부딪혔던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어떤 것이었고, 그걸 극복하면서 배운 것은 무엇이었나요?
잭 캐런: 그건 좀 많은데, 사실 아무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프로젝트라 결국 실제로 해보면서 배운 부분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실제 영상을 게임 엔진 셋에 입력하는 것이라든가 말예요. 또 촬영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는데,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찍다보니 렌즈 초점 거리라든지, 배우가 배경이랑 상호작용을 하는 장면에서 문제가 좀 생겼었어요. 다른 문제로는 영상 퀄리티나 라이팅 효과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닌데 엔진 퍼포먼스나 프레임 레이트가 확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죠. 또 영상 뎁스를 조정하고 파장을 맞추는게 문제가 되었어요. 키넥트 2랑 뎁스키트의 데이터로 3D 이펙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써봤습니다. 시험을 꽤 많이 하고 상당한 에러를 띄운 다음에야 기어이 셰이더를 만족스럽게 분리할 수 있었죠. 진짜 패럴랙스 상쇄부터 지오메트리 대체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했어요.
이제 자이언트 개발팀의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요?
밀리카 젝: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의 공존에 대해 다룬 3부작짜리 가상현실 체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3편은 모두 같은 줄거리로 이어질 것이고, 이 3부작을 통해 사람들은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큰 위험에 처해있는 지역들을 경험하게 될 겁니다. 자이언트가 그 첫번째 작품으로, 인간이 다른 인간들에게 행하고 있는 잔혹한 행위들을 조명하고 있죠. 2편은 인간이 자연과 다른 생물들에게 행하는 잔혹한 행위에 대해 다룰 것입니다. 하지만 3편에서는 아직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에도 희망이 남아있다는 메세지를 던지며, 우리 인류와 지구가 지금 엄청난 곤경에 처해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윈슬로 터너 포터: 자이언트는 HMD만 지원한다면 대부분의 게임 플랫폼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또 스마트폰 유저들을 위해서 360도 촬영 비디오로도 발매할 거라, 더 많은 관객들을 확보할 수 있겠죠.
단편 3부작에 대해 더 말씀드리자면, 저희는 스토리텔링의 몰입감을 최대한 높이려고 정말 여러가지 방법을 찾으면서 시험해보고 있습니다. 또 관객들은 물론이고 뮤직비디오 감독이나 연속극 감독들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밀리카와 저는 9년 전부터 단편 영화나 뮤직비디오를 같이 만드는 식으로 협력을 시작했고, 이런 방식으로 매체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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