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FCC 가 투표를 통해 공개 인터넷을 유지하겠다 했을 때의 화두는 망 중립성, 즉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가 돈을 받고 특정 데이터를 다른 데이터보다 우선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괜찮은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나 그 협력 정치인이 아닌 사람이면 누구나 괜찮지 않다고 할 부분입니다. 소위 ISP 가 말하는 빠르고 느리다는 회선도, 우리가 집합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에 속한 부분이라 구분이 딱히 명확하지도 않습니다.
여기서 망 중립성이라는 상위 개념에 3D 달리기 파쿠르 게임 메카닉을 접목시킨 게임 404Sight 에 들어가 봅시다. 주인공은 마치 트론처럼, 네트워크에 들어간 해커입니다. 특수 핑 기술로 플레이어의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숨겨진 영역을 발견하는데, 바로 여기서 망 중립성 논란의 빠르고 느린 회선이 등장합니다. 게임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코스 계획을 짜서 ISP 의 술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 시리즈로 알려진 다른 게임과는 달리 404Sight 는 Retro Yeti Games 의 기치 아래 모인 학생 팀이 만든 제품입니다. 유타 대학의 연예 예술 공학부 대학원 과정을 기반으로 한 이 게임은 원래 그들의 논문 프로젝트였습니다. 상위권 대학원 과정은 스튜디오 시뮬레이션처럼 진행되었기에, 게임 제작의 컨셉 단계에서부터 출시에 이르기까지 공개 플랫폼에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게임 프로듀서이자 커뮤니티 매니저 Tina Kalinger 가 설명하기를, “404Sight 는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풍자 게임입니다. 제목부터가 말장난인데, http 오류 또는 404 의 뜻은 “파일을 찾을 수 없음” 이고 “Sight” 는 foresight 에서 온 것으로, 선견지명을 뜻합니다. 즉 “선견지명을 찾을 수 없다”, 인터넷의 미래를 정말 잘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말이죠.”
Retro Yeti Games 은 학생 개발 팀 치고는 규모가 큽니다. 총원 12 명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크게 분류해 보면 기술자 3 명, 아티스트 4 명, (Kalinger 포함) 프로듀서/아티스트 5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두가 게임을 개발하는 도중 뻗어 나가거나 탐험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2014년 1월부터 2015년 5월까지 18 개월 작업 기간 동안 우리들만 아는 농담, 달콤한 낮잠, 로봇 피냐타의 추억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들었습니다.
Tina 의 친절한 인터뷰는 다음과 같습니다.
망 중립성 말고 게임에 영감을 준 부분은?
Mirror’s Edge 지요, 당연히. 또 Tron, Sonic, Temple Run, 애플 스토어, 모든 종류의 사이버 펑크, 그리고 ReBoot 약간? 컴퓨터 내부를 추상화시킨 삭막하면서도 네온이 많은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게임과 망 중립성 논란 중 무엇이 먼저인가요? 그 둘을 어떻게 게임 개발 전반에 거쳐 서로를 잃지 않도록 녹여내었나요?
물론 중립성 논란이지요. 관심이 있는 분이면 아시겠지만, 요즘 몇 해에 걸쳐 망 중립성 논란이 훨씬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구글이 생태계에 등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뜨거워졌고, 그로 인한 파장 효과도 꽤 큽니다.
그게 왜 우리 게임의 중심 주제가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사실 거의 가설 질문이라 할 수 있었던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힌트가 메카닉이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죠. 레벨 관련 정보를 초기에 선보이는 기능을 컨셉으로 잡고, 추후 여러 번의 반복작업과 프로토타입 제작 과정을 거쳐 디자인에 잘 맞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망 중립성이 괜찮은 주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크게 지지하는 바이기도 했고, 기존 컨셉대로 ISP 의 횡포를 놔둔다면 인터넷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것을 표현할 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넷 속도를 보여주기에 달리기 게임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테니까요.
그래도 게임을 메시지로 가득 채우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 시점부터는 항상 게임플레이와 주제 의식 사이의 균형점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메시지를 지닌 재미난 게임이 될 수도, 누군가에게는 적당한 게임플레이로 무장한 좋은 선전책 꾸러미일 수도 있겠습니다.
끝도 없이 달리는 메카닉으로 망 중립성을 표현한다니, 지금까지 본 것 중 메시지를 반영하는 형태의 좋은 예인 것 같은데요. 개념적인 부분과 기계적인 부분 사이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만들어 냈습니까?
하! 먼저, 팀원중 광분하며 팔을 치켜들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확실히 해 둬야 겠네요. 저희는 무한 달리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끔 운동장 달리기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아무튼 무한 달리기 게임보다 플레이어에게 전략적 결정이나 상호작용의 여지를 보다 많이 남겨두고자 했습니다. 게다가 딱 정해진 속도가 없어, 플레이어는 동작의 많은 부분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긴 해도, 우리 메카닉이 메시지를 잘 반영한다는 점이 꽤나 자랑스럽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술적으로는 메카닉이 먼저 나오고, 그 메카닉이 주제 의식에 매우 잘 들어맞아 잘 어울리게 된 것이지요. 그래도 망 중립성에 대해서는, 그 메시지를 생각보다 더 많이 염두에 두어야 했습니다.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발구름판 타일이 망 중립성과 무슨 상관이지? 플레이어들이 보기에 어색하지는 않을까?” 결국 답은 (특히나 마지막 주에), “그게 무슨 상관!” 으로 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분명 함께 잘 어울리도록 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습니다.
게임에서의 상징주의는 바로 나타났나요, 아니면 서서히 드러났나요?
이견의 여지가 없이 바로 나타났습니다. 달리기 게임의 요점은 순전히 속도를 올려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것인데, 사람들이 인터넷을 즐기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무엇때문에 느려진다면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거든요. 모든 것이 잘 들어맞았습니다. 망 중립성이라는 이름 자체가 우리 디자인에 잘 들어맞기도 했구요. “빠른 회선”과 “느린 회선”이 플레이어의 이동 속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도 잘 맞아떨어졌습니다. 가끔 무언가(기분 나쁜 ISP 가 플레이어의 경로에 던지는 발사체에 대한 “데이터 제한”)에 망 중립성이라는 용어를 사용할지 말지에 대한 논의가 있기도 했지만, 그때는 말이 되든 안되든 초기 이름 중 하나(“inhibitors”, 억제기)가 걸리곤 했습니다. 어떤 부분은 디자인 반복작업을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서서히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속도 부스터가 그랬지요.
이렇게 메카닉으로 메시지 활용 방법을 발견하는 것은 언제나 기쁨이었습니다.
게임에 대한 반응은 어땠나요?
사람에 따라 달랐지요! 저희 친구, 가족, 동료, 동창들은 모두 기간 내내 엄청나게 협력적이었습니다. 404Sight 가 대중에게, 특히나 스팀 커뮤니티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확신은 없었지만, 퍼블리싱 순간부터 긍적적인 리뷰와 평가가 달렸고, 지금도 그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받는 코멘트 중 부정적인 것 대부분은 기술적인 문제나 사소한 게임플레이 불평 관련한 것이었습니다. 그 모든 칭찬을 듣고 있자니 대만족이었습니다. 특히나 팀원 대부분에게는 처음 퍼블리싱한 게임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100% 무료로 만들어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게 한 것도 도움이 되었는데, 사람들이 문제가 생겨도 보통은 으쓱 하며 “음, 뭐 무료인데.” 하고 말기 때문이지요.
물론, 조악한 게임플레이와 형편없는 비주얼 스타일을 신문 기사 제목을 뽑아 덮음으로써, 이 게임 역시 다른 학생 프로젝트처럼 어딘가 엉성하고 너무 시사적이다 하며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Taylor Swift 왈, “미워하는 사람은 미워하고, 미워하며, 미워할 뿐”이라던가요. 이 게임의 포인트는 게임 개발에 대해 배우고 자랑스러운 작품을 만들어 보면서 우리의 신념을 지지하는 것이니,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성공했다 하겠습니다. 실제로 초보적인 실수를 했거나 메시지를 잘못 전달한 부분이 있겠지요. 네, 아직 학생이라 배울 것이 많습니다.
게임이 자연적으로 이러한 행동주의/인식 운동으로 귀결된다고 보시는지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저희 디자인과 정치적 메시지가 잘 맞는 것을 보면, 제 생각이 약간 편향되어 있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게임을 통해 상호작용형으로 구현하면, 다른 사람들이 타 매체에서는 접하기 힘든 관점을 새롭게 접하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 자신의 속도로 플레이하면서 소화되는 메시지는, 행동주의 전통 방식으로 전했을 때보다 전반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거나 의식을 고취시키는 데도 좋습니다. 그리고 더 재미집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주제를 게임을 플레이하며 접하는게 좋을까요, 책자를 읽으면서 접하는게 좋을까요?
게임 개발을 위해 UE4 를 선택한 이유는요?
여러가지 있습니다. UE4 의 여러가지 장점 덕에 404Sight 개발이 훨씬 편해졌구요,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점은, UE4 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 게임이 지금같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게임 제작의 95% 에 사용된 블루프린트 시스템, 다른 프로그램과의 통합, 이 모든 것들 덕에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직관적인 엔진입니다. 사실 너무도 직관적이라, 팀원 거의 모두가 게임 레벨 디자인 및 제작 작업을 했습니다. 기술적 지식이 없는 분들까지도요.
업계에서도 대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도 했고, 저희가 드넓은 구직의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던 터라, 현명한 선택인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팀원 거의 전부가 업계에 고용되었고, 거기에 엔진을 만지작거리면서 배웠던 내용 덕이 적지 않은지라,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말씀드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언리얼 데브 그랜트는 어땠나요? 그로 인해 바뀐 것이 있다면?
언리얼 포럼에 여러가지 기술적인 질문을 정기적으로 올리면서 저희 진행상황도 알리고 커뮤니티 피드백도 받고 하던 차였으니, 데브 그랜트 발표 소식을 접하고는 지원을 하는 것이 당연했었지요. 팀원을 돌아보며 “얘들아, 이거 지원할건데. 반대 있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학생 프로젝트였으니 수상까지는 생각지 못했는데, 소수의 첫 수상자 중 하나로 선택이 되다니 정말 재정적으로나 직업적으로나 큰 경사였습니다. 덕분에 작곡가에게 곡 비용을 지불할 수 있었고, 게임을 몇몇 컨벤션에 출품하여 가급적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티셔츠와 스티커도 만들 수 있었지요. 랩탑에 별도의 회사 스티커를 붙여놓으면 개발자로서 공식 제작한 줄로 안다니까요. 다른 시스템으로의 이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도 조사를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개발 도중 회사 등록 비용이 가난한 학생 신분으로 만만치 않았는데 그 손실을 일정부분 만회할 수 있었으며, 졸업 직전 멋진 회식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지나고나서 보니 이제서야 특히, 자금을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해준 언리얼 데브 그랜트의 융통성에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혹자는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개발자는 저마다의 요구가 달랐기에 저희에겐 완벽한 정책이었습니다. 많은 개발자들에게 지원하라고 권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여러가지 다양한 개발자들의 창의력을 북돋워주는 시스템이라 생각되니까요. 자금 수상을 위해 꼭 AAA 급 개발사나 인디 록 스타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뛰어난 프로젝트가 있고, 주저없이 선보일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앞으로 Retro Yeti 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한 달에 두 번씩 모여서 던전 & 드래곤 플레이하기, 누가 시내에 가게 되든 저녁 사들고 오기, 아직도 살아있는 팀 Slack 채팅방에 gif 툭 던지고 소식 전하기 정도. 현실은 팀원 대부분이 전 미국 각지에 퍼져 좋은 곳에 취직하여, NDA 나 경쟁금지 조항 때문에 새 프로젝트의 주요 작업을 공유할 수는 없긴 합니다. 팀원 중 몇몇이 매우 다른 차기작 게임을 개발중이라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는 한데, 아직 무어라 말하기에는 너무 이른 단계입니다. 아쉽게도 현실의 삶 때문에 부업 프로젝트가 원활하지 않기는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와신상담하며 무언가를 학수고대 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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