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18일

보드게임에서 3D FPS로 재탄생한 Space Hulk: Death Wing

저자: Jeremy Peel,

현재 업계에서 퍼블리셔의 횡포가 가장 극심한 부분을 꼽으라면 아마 고전 전략 게임을 FPS로 리메이크하라는 부분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전 명작 신디케이트(Syndicate)가 2012년에 당했던 수모가 있고, 더 뷰로(The Bureau: XCOM Declassified) 역시 XCOM이라는 이름을 섣불리 달고 나왔다가 엄청난 비판을 받고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을 당해야 했습니다. 물론 원작의 이름을 그냥 떼어버릴 수는 없어서 부제로 달고 나오긴 했지만요.

하지만 만약 FPS가 원작 게임의 전략성을 정말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어떻겠습니까? 예를 들면, 원작 게임의 핵심 컨셉에 광신까지 좀 섞어서 인류 제국의 라이브러리안을 만들어낸다면 또 어떨까요?

고전 보드게임인 스페이스 헐크(Space Hulk)는 1989년 처음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그렇게 큰 변화를 겪지 않았습니다. 떡대 좋은 스페이스 마린 터미네이터(Space Marine Terminator)분대를 타이라니드 진스틸러(Tyranid Genestealers, 워해머 세계관의 에일리언입니다. 절대 멈출 수 없는 족속들이죠.)가 우글거리는 유령 우주선의 금속 복도에 던져준다는 기본 컨셉은 전혀 변하지 않았죠. 무너지는 댐을 최대한 막고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언젠가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많은 마린 분대원들을 헛된 희생으로 던져넣는 심정 말입니다.

신작 FPS 게임인 스페이스 헐크:데스윙(Space Hulk: Deathwing)은 바로 그런 게임입니다.

 

"진스틸러 무리가 게이머의 분대를 압도한다는 상황과 그 압박감을 게이머들이 절절히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스트룸 온(Streum On) 스튜디오의 공동 창립자이자 소유주인 크리스토프 롱귀피(Christophe Longuepée)는 말합니다.

“게이머들은 끊임없이 실패와 죽음을 체감하게 됩니다. 특정 미션들은 이런 압박감을 극한까지 밀어붙이죠. 진스틸러들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가운데 서 있으면, 아마 이 더러운 외계인 놈들을 상대로 절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게 될 겁니다.”

 

스트룸은 스페이스 헐크 원작의 긴장감과 전략성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해 굉장히 독특한 게임 방식을 취하여, 적들의 행동에 대응해 분대원 하나하나를 효율적으로 지휘해야 하는 FPS 슈터로 만들내었습니다. E.Y.E: 디바인 사이버맨시(E.Y.E: Divine Cybermancy)라는 명작도 만들어낸 경력이 있는 프랑스 개발사는 데스윙의 전투를 엇박자 넣은 음악처럼 설계했다고 설명합니다.

“진스틸러들이 계속 똑같은 방식으로 밀려오는 것은 아닙니다.” 롱귀피는 설명합니다. “가끔씩은 뚝 끊기기도 하지만, 갑자기 확 불어날 때도 있죠.”

인공지능은 게이머를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찾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진스틸러들은 원작 테이블탑 보드게임처럼 주로 숨을 잠시 고르면서 머릿수를 불린 다음, 한꺼번에 튀어나와 게이머의 터미네이터 분대에게 최대한 많은 손톱을 박아넣으려 듭니다. (팔이 4개씩 달린 생물들입니다. 손톱이 정말 많아요.) 

“그냥 앞뒤 안보고 달려와서 공격하는 멍청한 괴물을 만들기는 싫었습니다.” 롱귀피는 덧붙여 말했습니다. “적들도 팀처럼 활동하도록 설계했죠. 서로의 행동을 기다리거나, 플레이어의 측면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따금은 기습을 계획하기도 하고 말입니다. 언리얼 엔진 4의 블루프린트는 정말 쓸모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끊임없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어요.”

그러니 게이머 역시 끝없이 몰려오는 진스틸러 무리를 적절히 끊을 수 있는 폐쇄 지형을 찾아다녀야 할 것입니다. 어지간하면 꼭꼭 닫힌 문만 찾아서 돌아다니는 것이 좋겠죠.

스페이스 헐크는 이름만 우주선이지 실제로는 40K 세계관의 온갖 쓰레기들이 워프 우주 속에서 덕지덕지 들러붙은 폐기물 덩어리에 더 가깝습니다. 이런 설정은 스트룸이 괴기스러운 게임 속 공간을 설계하는 데에 무한한 가능성을 던져주었습니다. 특히나 수도원과 흡사한 모습을 한 우주선을 설계해야 한다면 더더욱 도움이 되는 설정이죠. 팀원들은 도시로 나가 산업용 건물과 신전 등 갖가지 건물들을 보고 자료를 수집해 왔습니다.

“게이머들은 광대한 고딕 풍의 건물지대나 산업 자재의 미로, 전쟁 바지선 등의 배경에서 돌아다니게 될 겁니다.” 롱귀피의 말입니다. “이 부분에 정말 많은 노력과 실험을 쏟아부었고, 저희도 실제로 굉장히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게이머는 인류제국의 라이브러리언이 되어, 어깨뽕 빵빵하게 넣고 초능력과 예지력(스트룸은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공개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등의 신비로운 마술을 부리며, 이를 활용해 공격, 수색, 엄폐나 치료같은 명령으로 인공지능 분대원들을 직접 지휘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인 문을 꼭꼭 닫고 다니라는 명령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훌륭한 분대 지휘 시스템의 설계에 있어 가장 큰 과제는, 언제나 플레이어에게 전적인 통제권을 주어 분대원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거나 아예 게임플레이 자체를 방해하게 되는 일을 방지하는 겁니다. ” 롱귀피는 설명합니다. “게임의 흐름에 방해가 되어서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하는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데스윙은 독특한 슈팅 게임이지만 엄연히 원작도 가지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대원들이나 문의 개폐를 기반으로 한 게임 진행, 그리고 진스틸러 무리의 행동방식 등을 보자면 EA가 90년대에 출시했던 스페이스 헐크 FPS 시리즈가 떠오릅니다. 스트룸 온 스튜디오는 원작 보드 게임에 충실하게 신작을 개발하기는 했지만, EA의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FPS 포맷 역시 따온 것입니다.

“우리만의 개성, 우리만의 공포스러운 풍경을 가미하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롱귀피 씨의 말입니다. “자부심을 가질만한 요소들이 정말 많지만 그 중에 최고를 꼽자면, 정말 재밌고 신경이 곤두서는 FPS 게임을 만들면서도 Warhammer 40,000 세계관에도 충실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개발팀 대부분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작업이었고, 출시된 이후에도 90년대에 나왔던 고전 명작 FPS들과 동등한 반열에 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페이스 헐크:데스 윙은 올해 말에 출시됩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 본사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