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언리얼 엔진 4 측의 지원 덕에 작성되었습니다. 저희는 매달 언리얼 데브 그랜트 지원을 받는 개발자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나눕니다. 에픽 사에서는 기자들과 후원 대상간의 만남을 주선해주기는 하지만, 최종 기사의 제작에는 아무런 영향력도 가하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오하이오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었습니다. JFK 공항에 다다르자 북동쪽에서 강풍이 불어와 도저히 착륙할 수 없는 기상 상태가 되어버렸죠. 기장은 최선을 다해 착륙 시도를 했습니다. 한번은 지상 6미터까지 내려가 거의 착륙 직전까지도 갔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더욱 심해지며 비행기를 마구 흔들어대는 통에 결국에는 다시 날아올라야 했죠. 노력은 점점 무의미해졌고, 시간만 흘렀습니다. 연료도 거의 다 떨어졌고요.
폭풍은 롱 아일랜드 너머에서 더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었지만, 관제탑에서는 프로비던스에 위치한 T. F. 그린 공항으로 비행기를 인도했습니다. 그린 공항은 분명 이런 폭풍에 대비해 안전하게 건설된 공항이었나 봅니다. 거기서는 아무 문제도 없이 안전하게 착륙했거든요.
승객들은 혼란에 빠진 채 비행기에서 내렸습니다. 이 공항은 아예 닫혀버린데다, 직원들의 숫자도 워낙 적어 승객들의 불평을 감당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늘 밤 출발하는 다른 비행기가 있나? 숙박 지원은 해주려나? 항공사에서 위약금도 물어주나? 기차는? 버스는?
승객들은 크게 두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과, 분노를 조용히 속으로 삭히면서 언제쯤 적절히 터뜨릴 수 있을지 기다리는 사람들이었죠. 집으로 가고 싶은 열망은 그만큼 대단했던 겁니다. 설령 당장 갈 수 있는 선택지는 호텔 숙소일 수도 있겠지만, 그 열망은 감히 거스르기에는 너무 강렬하고 위험한 것이었죠.
그 분노들이 터져나오는 광경은 솔직히 보기가 싫었습니다. 그래서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처없이 걸어 자동차 렌탈 샵까지 갔죠. 항공사 쿠폰도 없이 자비로 중형 세단을 빌린 다음(나중에 정말 후회하기는 했습니다) 비 내리는 밤 속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날씨가 좋은 밤에 도로까지 잘 뚫려있다면, 프로비던스에서 뉴욕까지는 3시간 반 정도가 걸립니다. 하지만 95번 고속도로 전체에 비바람이 몰아치고, 자동차 바퀴까지 덜컹거리는 상황에서는 4시간 반이 족히 걸리더군요. 비행 시간과 비교하면 3시간은 더 걸렸을 겁니다.
물론 도중에 괴물과 싸우는 일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저의 주적은 시간이지만, 집에서 떨어져 있다는 기분 자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강적입니다. 집에서 100마일이 떨어져 있든 1000마일이 떨어져 있든 객지에 떨어져 있다는 불만과 절망은 똑같습니다. 어쩌면 오디세이가 시대를 뛰어넘은 명작인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수도 있겠습니다. 집 떠나온 기분이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롱 저니 홈은 바로 그런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게임입니다. 아니, 이름부터 그렇지 않습니까. 롱 저니 홈은 서사형 우주 탐험 RPG로, 인류의 첫번째 초공간 도약 실험이 완전히 실패해 은하계 반대쪽에 조난당한 상황을 그린 게임입니다. 플레이어 주위에는 서로 궁합이 절대 안맞는 4명의 전문가들이 끊임없이 투닥거리고 있고요. 매번 새로운 게임을 시작할 때마다 새로운 우주와 외계인, 그리고 위험 요소들이 플레이어를 반겨줍니다. 하지만 게임의 핵심 임무는 언제나 똑같죠. 바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롱 저니 홈은 현재 다이달릭 스튜디오 웨스트(Daedalic Studio West)가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고전 시가와 명작 전략 게임 Star Control에 완전히 빠진 개발팀이죠. 핵심 인력은 스튜디오의 공동 창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드레아 스이카(Andreas Suika)와 공동창립자 겸 테크니컬 디렉터 더크 스텐파슬릭(Dirk Steenpaß), 작가 리처드 코벳(Richard Cobbett)과 작곡가 카이 로젠크란츠(Kai Rosenkranz)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안드레아는 4/4분기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바쁜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줄 만큼 친절한 사람이었습니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를 제쳐두고 롱 저니 홈을 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롱 저니 홈이 이 고전 명작에서 뭔가 영향을 받았습니까? 게임 테마나 설계 방향에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안드레아 스이카(이하 A. S.): 오디세이는 저희 작가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 중 하나이고, 이런 부류의 이야기들이라면 당연히 오디세이에 크나큰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습니다. 시가 자체가 아주 매혹적인 대조를 기반으로 쓰여진 것이거든요. 청자는 주인공의 새로운 모험이나 멋진 괴물들과 싸우는 대목에 열광하지만, 정작 주인공 본인은 그냥 죽을 고생을 하면서 집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니까요. 저희는 바로 그런 부분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게임 내 승무원들과의 대화나 성격, 그리고 스킬 등 다양한 부분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보았던 고향에 대한 짙은 향수가 느껴질 겁니다. 이건 단순히 우주선을 몰고 지구로 돌아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네 사람이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이죠. 바라건데 게이머들이 오디세우스보단 유능해서 동료들을 모두 살려 보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오디세우스는 대장치고는 굉장히 무능했으니까요!
저희 게임은 무슨 '스타트렉 보이저(Star Trek: Voyager)'처럼 별 희한한 행성에서 짤막한 모험이나 하는 게임과 달리, 수많은 외계인들과의 접촉이 모두 유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 은하계는 그들의 영역이고, 그들의 집이니까요. 누군가는 플레이어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겠지만, 누군가는 플레이어를 죽이려 들거고, 또 누군가는... 그냥 길 잃은 인간들을 이용해먹고 싶을 거라고만 하겠습니다. 외계인들과의 접촉에 어떻게 대응할지 학습하는 것 자체가 상호 작용의 큰 부분이 될 겁니다.
오디세이로부터 영향을 받은 점은, 일단 고통스러운 상황 설정이 있겠습니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타고 있는 함선도, 동료들도 이런 상황에는 전혀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성계 간의 이동 자체가 함선에게 부담스러운 일이고, 귀중한 기술 장비들은 계속해서 분실됩니다. 승무원들도 한번 사망하면 결코 되돌아오지 않고, 그 빈 자리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위대한 점은 그가 그리스에서 가장 강한 영웅이 아니라, 가장 교활한 영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머리를 잘 굴렸죠. 그래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겁니다. 플레이어는 코딱지만한 연구선에 타고 우주 해적들과 기회주의자들, 그리고 온갖 자연 재해 한가운데에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머리를 잘 굴리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귀향이라는 컨셉 자체가 굉장히 끌리더군요. 대부분의 게임들은 주로 외향적인 방향성을 가지고 있죠. 집에서 나와 천천히 객지를 탐험하면서 정복해나가는 방식 말입니다. 하지만 롱 저니 홈은 완전히 다른 방식의 게임입니다. 탐험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니까요. 또 우주에서 조난당했다는 상황 자체도 본질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차이점들이 디자인 수준의 결정에 뭔가 영향을 준 바가 있습니까? 아니면 게임 철학 자체에 영향을 주었나요?
A. S.: 물론 엄청나게 다르죠. 플레이어는 생판 남들로 구성된 승무원들과 함께 살아 숨쉬는 외계 은하계 한가운데에 떨어진 겁니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지만 퀘스트도 수행할 수 있고, 교역도 할 수 있고, 유물 수집도 할 수 있고, 친구도 만들 수 있어요. 저희는 게이머들에게 최대한 많은 자유도를 안겨주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외계인 하나가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 달란 부탁을 했다고 칩시다. 플레이어는 이 부탁을 그대로 받아들여 정석적인 퀘스트 완수를 할 수도 있지만, 이 외계인을 그냥 노예로 팔아버리려는 시도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는 아무것도 막지 않아요. 심지어 다른 종의 외계인들에게 식량으로 팔아버릴 수도 있죠. 물론 이런 행위에 대한 인과관계는 존재합니다만, 결정은 언제나 여러분의 몫이죠. 여러분의 책임이란 말입니다. 이건 여러분의 여정이니까요!
이런 방식의 개발은 퀘스트 자체를 오브젝트 중심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각각의 오브젝트가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거든요. 똑같은 비석을 찾더라도 고고학자 동료인 Siobhan의 눈에는 잃어버린 신전으로 통하는 지도가 될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 Miri의 눈에는 고대 언어를 연구할 수 있는 교재가 될 수도 있죠. 승무원이 누구고,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지는 게임을 플레이할때마다 달라질 것입니다.
롱 저니 홈에는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게임들이 공존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각 요소들이 플레이 중에 어떤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주고받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A. S.: 일단 게임에 대한 접근 자체는 굉장히 깔끔하고 쉽도록 설계했습니다. 우주 탐험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에서 이루어질 것이고, 행성 표면 탐험은 횡스크롤식 배경에서 구식 달 착륙선 비슷한 비행체를 조종하는 형식으로 설계했죠. 물론 조종하긴 훨씬 편할겁니다! 대부분의 플레이는 거대 비행선을 타고 우주를 탐사하며, 외계인들을 만나고 광물과 고대 유물을 수집하는 방식으로 진행될테지만요.
외계인을 만나게 되면 휴대용 통역기인 트랜스컴(TRANSCOM) 화면으로 넘어갑니다. 플레이어는 외계인들에게 경험했던 사건이나 타 외계인종, 혹은 지금 가지고 있는 물건에 대해 질문하는 등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정보나 기회 등등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희 개발자들이 굉장히 신나게 개발한 부분은 바로 행동을 통한 의사소통 설계였는데요. 특정 외계인들은 자기들 앞에서 무장과 보호막을 가동하는 것을 굉장히 언짢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우릴 못 믿을 수가 있지!?”). 헌데 다른 외계인들은 또 무기를 가동하지 않으면 도리어 모욕감을 받습니다. (“우릴 깔본다는 거냐?!”) 이렇듯 외계인들과 원만하게 지내거나 시비를 걸고 싶다면, 이들 제각각의 특성을 학습하는 것 자체가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되겠습니다. 찾아낼 수 있는 비밀이 굉장히 많아요.
개중에 외계인 하나는... 꼭 거대 메뚜기처럼 생긴 애들인데요. 저희는 Wolphax라 부릅니다. 고향 행성에서는 나약한 초식성 생물이지만, 어떻게 살아남아 우주까지 진출할 정도로 발전한 애들이죠. 그런데 우주에 나와 보니까 아무리 강한 육체를 가진 놈들도 우주선과 플라즈마 포대 앞에서는 한 방이더란 말입니다. 그러니 태생적으로 약한 이 종족들은 함대간 결투를 통해 종족적 유년기에 받았던 고통을 보상받으려 합니다. 낯선 외계인과 처음 만나더라도, 곧바로 친근한 스파링 정도의 포격전부터 벌여서 유대를 쌓는단 것이죠. 우주선이 박살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이들에게 괜찮은 첫 인상을 심어주시겠습니까, 아니면 김이 빠지게 하시겠습니까? 이건 게임 내의 수많은 결정들 중에 하나에 불과합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다른 매체들로부터 구체적인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습니까? 다른 게임 뿐만 아니라 책이나 영화 등 모든 매체를 포함해서요.
A. S.: 오, 굉장히 많죠! 일단 파스케이프(Farscape)에서 엄청난 영향을 받았습니다. 특히 개성적이고 흥미로운 우주를 설계하는 부분에서요. 꽤 많은 SF 소설들이 유머도 없고 좀 딱딱한 부분이 있긴 한데, 저희 게임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좀 싫더라고요. 플레이어들이 저희가 만든 외계인을 즐겁게 만나고, 승무원들과 같이 오랫동안 퀘스트를 수행하며 함께 웃고, 울고, 싸우고, 화내면서 끝내는 가족으로 화합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파스케이프는 그런 재미있는 우주를 설계해낸 아주 완벽한 사례라고 할 수 있죠, 그러면서도 엄청난 사실성은 잃지 않아서 꼭 저 우주 어딘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느껴지게 해줬어요. 저희 게임 역시 그럴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어디부터 시작해야 되나? 분명 PC 게임 스타 컨트롤(Star Control) 2에서도 영향을 받았고, 스타 플라이트(Starflight)도 있고... 좀 많은데요. 드라마 파이어플라이(Firefly)도 배울 것 투성이였어요. 렉스(Lexx)나 스타게이트(Stargate SG-1), 물론 스타트렉 보이저(Voyager)에서도 엄청 배웠고, 레드 드워프(Red Dwarf)랑... 요새 나온 것 중에서는 마션(Martian)이랑 익스펜스(Expanse)도 있고... 게임에서는 매스 이펙트(Mass Effect)랑 FTL... Douglas Adams나 Jack Vance 등등 유럽인 SF 소설가도 되게 많았고요... 이렇게 가다간 몇 시간동안 읊겠는데요. 저희 개발팀 전체가 SF 팬입니다. 만약 진짜 좋아하고, 우리 세계관에 잘 맞는다 싶으면 당연히 그 속에서 플레이 하고 싶은거죠. 스타트렉 같은 TV 프로나 사이-파이브 트레이딩 컴퍼니(Psi-5 Trading Company) 같은데서 나온 이후로 좀 안썼구나 싶은 시스템은 다 끌어와야죠.
무작위로 형성되는 우주 배경과 도덕적 딜레마를 일으키는 선택지 요소간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셨습니까? 두 요소는 양 극단에 서 있는 것 같은데요. 이것들은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서 같이 조화시키셨나요?
A. S.: 우리 게임의 우주 형성은 각종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섞어낼 수 있게끔 설계되었습니다. 별이나 행성들, 광성 채굴지와 우주 유물 등등 수많은 요소들이 손으로 직접 써낸 퀘스트나 외계인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요. 어떤 우주에서 시작하든 플레이어들은 4명, 최대 10명의 승무원들만을 데리고 다닐 수 있고 4개의 외계 제국과 마주하게 되죠. 물론 좀 더 소규모의 외계 문명들도 존재하고 있고요. 이런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은 새롭게 형성되는 퀘스트들과 자신이 내렸던 결정의 인과와 마주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행성에서 아주 값진 유물을 찾아냈는데, 원래 주인이 나타나서 다시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죠. 그럼 주인에게 거짓말을 해서 가질 수도 있고, 그냥 돌려줄 수도 있죠. 딜레마 선택지는 이런 부분에서 작용하게 됩니다.
퀘스트나 스크립트 측면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외계인 노예상이 나타나서 승무원 한 놈만 넘기면 나머지는 놓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칩시다. 그럼 플레이어는 직접 고른 승무원에게 목줄을 채운 다음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동료를 노예상의 손에 넘기는 거죠. 해적과 동업하면서 다른 배들을 꼬셔 기습을 가할 수도 있고요. 지나가던 함선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보고 선심을 써서 도와주거나, 아니면 이를 빌미로 대가를 뜯어낼 수도 있죠.
더더욱 구체적인 사례는 동료 중에 한 명인 커스텐을 들 수 있을 것 같군요. 시한부 암 환자라서 마지막 임무의 일환으로 이 우주선에 탑승 했는데, 지구에서는 불치병이던 것을 이쪽 반대편의 은하계에서는 손쉽게 고쳐버릴 수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 대가는 뭘로 치러야 하죠?
이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말씀드렸듯이, 선심 쓰는 척 태워준 승객을 노예로 팔아버릴 수도 있다니까요. 또 어쩌면 다른 함선이 나타나 이 승객을 내놓으라고 요구를 할 수도 있고요. 이들과 한 약속을 지키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넘겨주고 싸움을 피하시겠습니까? 결정은 플레이어의 몫이고, 그에 따라서 인과적인 결과와 승무원들의 반응이 돌아오겠죠. 하지만 그런 도덕성을 굳이 특정한 잣대로 측정하지는 않을겁니다. 저희는 플레이어들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자유도를 조절할지 관찰하고 싶어요. 과연 어디까지 도덕적 선을 긋고, 어디까지 선한 의도를 보여주며, 집에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댓가를 치를 것인지 보고 싶습니다.
롱 저니 홈을 통해 성취하고 싶으신 점이 있다면?
A. S.: 저희는 진심으로 이 게임을 스타 컨트롤 2만큼 재미있게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고전 명작에 최신 기술과 긴장감, 그리고 로그라이크 같은 반복 플레이 요소만 넣고, 매번 새로운 게임을 할 때마다 신선함과 새로운 발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플레이어들에게 단순한 우주선 뿐만 아니라, 아예 우주를 통째로 주고 그 곳을 탐험하고 정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그것이야말로 SF 장르가 다다를 수 있는 궁극의 우주 체험일테니까요.
물론 잘 팔리는 것도 중요하죠!
언리얼 엔진 4로 롱 저니 홈을 개발하시면서 느꼈던 장단점은 뭐가 있나요?
A. S.: 물론 장단점이 모두 존재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장점이 단점을 완전히 압도했다고 봅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자유도를 보고 언리얼 엔진을 선택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워낙에 새로운 요소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기존의 요소들을 가지고는 뭘 만들어 낼 수가 없었거든요.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우주 항행이나 은하계 무작위 형성, 성운, 항성과 행성계 등등 말이죠. 한때는 저희만의 엔진을 직접 만들어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그건 진짜 미친 짓이었죠. 프로그래머들이 엔진을 만들어 본 경력도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생각이 얼마나 악몽같은 것인지 똑똑히 알려주더군요. 특히 지금 저희 개발팀 같은 소규모 회사는 꿈도 못 꿀 일이었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숙련자들이 견고한 토대 위에 쌓아올린 안정적인 엔진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특히 몇몇 요소들은 아예 극한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어요! 그런 과정에서도 우리는 언리얼 관련 커뮤니티와 에픽 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고, 모두 굉장히 유용했습니다.
언리얼 데브 그랜트 지원은 어떻게 얻어내셨나요?
A. S.: 사실 처음엔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지원을 받았던 시기도, 에픽이 멀모(Malmo)에서 열리는 노르딕 게임 컨퍼런스(Nordic Games Conference)에서 부스를 세우지 않겠냐는 제안을 한 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서요. 아무래도 제가 꽤나 많은 컨퍼런스에서 은하계 배경에 무작위 형성 요소나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식을 몇 번 강연한 경력이 있어서 받아내었던 것 같아요. 언리얼 측에서 괜찮은 직원 하나가 있기도 했어요. 강연이 끝나고 난 다음에 만났었는데, 아무래도 제 강연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때 지원을 신청할때만 하더라도 게임은 훨씬 개발 초기 단계였는데 말이죠. 또 GDC나 팍스 이스트(PAX East) 행사에서 긍정적인 언론 반응을 받아냈던 것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언리얼 데브 그랜트가 게임 개발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그랜트 자금이 들어온 덕분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기획도 있나요?
A. S.: 물론이죠. 저희같은 소규모 개발팀에 그 정도 자금은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추가적인 인력을 고용해서 테스트를 더 많이 돌릴 수도 있었고요.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무작위 형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라, 테스트를 더 돌릴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테스트 뿐만 아니라 내부 의사소통이나 프로젝트 관리, 그리고 파이프라인 형성을 도와줄 인력들 역시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굉장히 좋은 일이죠. 저희가 느끼는 압박감을 훨씬 완화시켜주었죠. 최소한 밤잠을 조금이나마 더 잘 수는 있었으니 말입니다. 나머지 개발팀은 게임을 예쁘게 꾸미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또 에픽 사가 우리가 만드는 게임을 좋아해준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었구요. 이 모든 지원에 어떻게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