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피셔맨스 테일은 오직 VR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퍼즐게임입니다. 이 게임에서 여러분은 방 안의 인형을 조종하는 방 안의 인형을 조종하는 방 안의 인형을 조종하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무한히 거슬러 올라가는 레이어드 방식의 게임 디자인의 특성상 여러분은 각기 다른 크기의 자기 자신과 유기적인 팀워크를 발휘하여 다차원 퍼즐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 같은 참신한 콘셉트와 더불어 탁월한 목소리 연기와 깔끔한 그래픽이 더해진 덕분에 많은 사람은 본 게임을 픽사(Pixar)의 작품에 견주곤 합니다. 어 피셔맨스 테일은 온라인에서 폭발적인 호응을 끌어내며, 현재 스팀(Steam)에서는 “매우 긍정적(Very Positive)”이라는 평가를, 오큘러스 스토어(Oculus Store)에서는 별 4개 반을 획득했습니다.
해당 게임의 제작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이너스페이스 VR의 공동설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발타자르 옥시에트르(Balthazar Auxietre)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너스페이스 VR이 VR에서만 구현 가능한 게임을 제작하기로 결심한 이유와, VR이 가진 태생적인 난점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근에 어 피셔맨스 테일을 출시하셨는데요, 축하드립니다! 또한,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인터뷰에 응해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다양한 크기의 차원이 동시에 존재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고안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볼 수 있을까요?
발타자르 옥시에트르(이너스페이스 VR의 공동설립자 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계 속의 세계’라는 아이디어를 구상한지는 제법 됐습니다. 이미 VR 초창기부터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스케일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왔죠. 그래서 저희는 만약 하나의 방에 플레이어를 두고, 이와 동시에 이 방과 똑같지만 다른 차원에 있는 방과 플레이어 자신을 조종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가지 실험을 해보니 단순히 게임플레이뿐만 아니라 스토리 측면으로도 발전시킬 수 있는 여지가 많더군요. 그래서 해당 콘셉트를 바탕으로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퍼즐 요소의 특성상 플레이어가 각기 다른 크기의 자신과 실제 물리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 피셔맨스 테일은 VR에서만 구현 가능한 게임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혹시 가상현실에서만 구현 가능한 게임을 만드는 게 주요 목표 중 하나였나요?
정확히 맞히셨네요! 그게 바로 저희가 2014년에 이너스페이스를 설립한 이래로 줄곧 추구해온 바입니다. 프로젝트별로 VR에 특화된 독특한 경험을 만들자는 기가 막힌 목표죠. 그래서 회사 설립 이래로 모든 게임을 ‘VR 중심 사고방식’으로 디자인해 왔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경험을 제작하기보다는, VR 헤드셋에서 가장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경험을 제작하는 방법에 집중했습니다.
현재 어 피셔맨스 테일이 스팀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는 평가점수를 받고 있고, “퍼즐이 기발하면서도 지나치게 어렵지는 않다”는 플레이어들의 의견이 많습니다. 이처럼 재미나고 창의적이면서도 짜증 날 정도로 어렵지는 않은 퍼즐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었나요?
저희는 누구나 다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VR 고수나 퍼즐 마니아가 아닌 사람도 즐기려면 퍼즐 난이도가 짜증을 유발할 정도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저희는 모든 퍼즐을 테스트하고 미세조정하는 데에 매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힌트 시스템도 있기 때문에 게임 도중에 막혀서 한참 동안 진행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 피셔맨스 테일의 스토리는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덕분인지 흡입력이 상당한데요. 현재 VR 스토리텔링은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데,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새로 알 된 부분이 있나요?
꽤 많습니다. VR 스토리텔링이라는 이 신생 영역에서 매번 무언가를 새로 배우고 있을 정도니까요! 스토리텔링의 기본 원리는 VR에서도 동일하지만, 표현방식은 매우 다릅니다. 즉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죠. 이런 부분은 스튜디오 한두 곳이나 제작자 한두 명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다만 여러 제작자들의 손길을 거쳐 점차 형성되어갈 수밖에 없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른 개발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VR 스토리텔링을 전개할지 상당히 기대됩니다.
짜임새 있는 아트 스타일에 세심한 디테일이 더해진 덕분인지, 미적 요소에서 픽사(Pixar)의 느낌이 난다는 평이 많습니다. 본 게임의 그래픽 풍을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아직도 픽사 영화 수준에는 한참 못 미치기는 하지만, 그렇게 되는 게 저희 목표이기는 하죠! 배경 제작 및 반복수정에 상당한 시간을 쏟았기 때문에 배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심사숙고 해서 제작했다는 점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저희가 개발한 머티리얼 파이프라인으로 모든 차원에서 일관된 룩이 구현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덕분에 게임 오브젝트를 확대해도 여전히 제법 실물 같아 보이죠.
VR의 시스템 요구사양이 제법 높은데요, 프레임율은 어떻게 유지하실 수 있었나요?
VR은 최적화가 까다로운 플랫폼이긴 하지만, 그 덕분에 게임에 요소를 하나 추가할 때마다 굉장히 심사숙고하게 됩니다. 어 피셔맨스 테일이 저희의 첫 VR 출시작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미 VR에 어떤 한계점이 있는지 잘 알고 있었고, 따라서 신중히 처리해 한 번에 하나씩 해결하는 단계별 접근법을 따랐습니다. 이처럼 프레임율을 항상 예의주시할 뿐만 아니라, 개발 프로세스 후반부에는 당연히 언리얼 엔진의 프로파일러 툴을 폭넓게 활용하며 게임을 미세조정했습니다.
사실상 동일하게 움직이는 캐릭터 모델이 게임 속에 동시에 여러 명이 존재하는데요, 이런 점에서 해당 디자인에서 작업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물론 있었습니다. 오브젝트 수, 크기, 복잡성에 한계를 두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게임 안에서 여러분은 모형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점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도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었죠. 그래서 더더욱 카툰 렌더링 방식을 고수한 이유도 있습니다.
손이 닿지 않는 오브젝트를 쥐기 위해 손을 뻗을 수 있게 만든 VR 게임은 보기 드문 편인데요. 어떻게 이런 발상을 구현하게 되셨나요?
일부 VR에서는 동일한 트래킹 기능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저희는 플레이어가 게임 내에서 줄곧 서 있기만 한 상태에서도 모든 오브젝트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플레이어가 인형을 조종한다는 콘셉트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덕분에 손을 멀리까지 뻗는 메커니즘이 이 게임 세계 속에서는 통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실제 손의 반영을 희생한) 일종의 타협안처럼 느껴졌지만, 이제 와서 보니 사실 꽤 재미난 추가 기능이더라구요!
어 피셔맨스 테일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에 대해 이야기 해주시겠어요?
게임 자체가 워낙 내러티브 중심으로 전개되면서도 샌드박스 요소가 가미되다보니, 플레이어가 스토리라인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과 퍼즐에 집중해야 하는 순간 사이의 균형을 잡느라 상당히 고심했습니다. 이게 참 어려운 이유가, 사람마다 게임에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다 다르잖습니까. 누군가는 스토리라인에 집중하고 싶고, 한편 누군가는 도전의식을 불태우며 퍼즐을 푸는 데에 집중하고 싶어하죠. 그래서 저희는 플레이어를 강제로 잡아끄는 방식은 지양했습니다. 단지 플레이어가 주목해야 할 만한 부분이 있을 때 넌지시 제시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거죠.
어 피셔맨스 테일 개발에 언리얼 엔진 4가 유용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2015년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한 이래로 단 한 번도 타 개발자 프레임워크로 옮겨 갈 생각조차 한 적 없습니다. 언리얼 엔진은 정말 강력하고 탄탄한 개발자 툴입니다. 특히 VR 쪽으로는 더욱 그렇죠. 에픽게임즈에서는 각 헤드셋 제작사가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해당 사항을 전부 반영하니까요. 여기에 저희 게임 전용으로 제작한 커스텀 애드온(저희쪽 유능한 엔지니어들이 수고한 결과물이죠)을 몇 개 더하니, 개발 프로세스가 더없이 순탄하게 흘러갔습니다.
언리얼 엔진 4에서 유달리 애착이 가는 툴이나 기능이 있으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기능으로 시퀀서를 꼽고 싶습니다. 엔진의 나머지 부분과 긴밀하게 통합되어 높은 유연성을 가지고 내러티브 조각들을 세심하게 빚어낼 수가 있습니다. 시퀀서는 저희 워크플로에서 결코 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죠.
언리얼 마켓플레이스는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되셨나요?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저희가 실험해보고 싶었던 몇 가지 애셋이나 파티클을 구했는데, 게임에 활용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제작하기에 앞서 한번 시험해보기에 정말 신속하고도 간편한 방법이었습니다.
현재 어 피셔맨스 테일은 오큘러스, 바이브(Vive), 윈도우 MR(Windows Mixed Reality), 플레이스테이션 VR(PlayStation VR)에서도 즐길 수 있는데요, 이처럼 다양한 VR 헤드셋과의 호환성 문제에 언리얼 엔진 4가 도움이 되었는지요?
물론입니다. 저희는 가능한 한 다양한 플랫폼을 대상으로 삼아야 했지만, 그렇게 되면 프로세스가 상당히 까다로워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언리얼 엔진 덕분에 일이 훨씬 수월해졌죠. 단지 저희의 소소한 바람이 있다고 한다면, 나중에는 각 제작사 간의 협력도 활발해져서 공통 API가 많이 개발되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각 헤드셋에 맞게끔 경험을 일일이 손볼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어 피셔맨스 테일을 개발하고 난 이 시점에서, VR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가 VR이라는 매체에 전념하는 이유는 저희 이너스페이스에서 전달하고 싶은 스토리와 제작하고자 하는 게임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아직은 VR이 주류가 아니지만 저희는 그 잠재력이 굉장히 크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VR은 사람들을 깊이 감동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데에선 경험할 수 없는, 의미있고 재미있는 경험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저희는 집집마다 VR을 구비하고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으며, 따라서 VR이 가진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모든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자 하는 겁니다.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 피셔맨스 테일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서 더 알아볼 수 있을까요?
해당 게임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분들은 http://afishermanstale-game.com/을 방문해주시고 저희 트위터 계정인 @InnerspaceVR를 팔로우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