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이란 타인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이 가진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이라고들 합니다. 이 게임 임파시(Empathy) 역시 동정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정말 말 그대로 타인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신작 게임 임파시의 기본 게임 메커니즘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그 사람의 시선으로 게임 속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타인들이 먼저 경험한 기억 속으로 들어가, 이 기억 속 세계에서 온통 텐트로 가득 차 있는 공터나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탑들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스톡홀름에 위치한 개발사 픽셀 나이트(Pixel Night)는 게임 속에서 딱히 복잡한 NPC의 행동 양식이나 폭발적인 효과를 구현해내기 보다는 스토리 기반으로 진행되는 탐험형 어드벤처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아마도 자신들만이 직면할만한 독특한 기술적 과제들을 극복했다고 합니다.
스토리의 시작
게임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버그 중에 가장 짜증나는 버그가 무엇인지 학술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연구가 정말로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게임 속에서 두 가지의 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버그는 분명 그 선두를 다투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느라 정말 오랫동안 골머리를 썩였죠.” 리드 디벨로퍼 안톤 푸스토보잇(Anton Pustovoyt)도 인정했습니다.
이런 짜증나는 버그 문제를 피하기 위해, 몇몇 스토리 기반의 FPS 게임들은 그냥 게임 속 배경에서 대화를 트리거할 수 있는 특정 지점을 배치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플레이어가 대화중에 초속 3m 가량으로 이동하고, 현재 재생중인 대화가 사전에 대략 30초 가량의 분량으로 녹음된 것이라면, 제작자들은 그저 다음 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100m 너머에 배치하면 그만입니다. 이런 방법을 사용하면 플레이어는 무슨 수를 써서든 첫번째 대화를 모두 들은 후에 게임을 진행할 수 밖에 없어집니다.
“이런 방법은 아주 세심하게 선형적 구조를 설계한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푸스토보잇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싶은 접근법은 아니었죠.”
임파시에서는 좀 더 비선형적인 구조를 선택했니다. 예컨대 임파시의 첫번째 레벨인 공원에서, 플레이어는 공원 안을 마음껏 돌아다니면서 레벨 내 곳곳에 배치된 퍼즐이나 액션 씬 등, 앞으로 스토리를 진행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발점들을 발동시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게임을 진행하는 순서는 전혀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여기서 게임에 또 다른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푸스토보잇은 설명합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스토리의 시발점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가제트(gadget)'를 추가했죠.”
이 가제트는 겉보기에나 기능적으로나 일반적인 나침반과 영화 에일리언(Alien)에 등장했던 모션 트래커의 절충안같은 도구로, 플레이어는 이 도구를 이용해 중요한 기억과 직결되어 있는 물체들을 직접 찾아나설 수 있습니다. 이렇게 플레이어들이 해당 스토리의 시발점이 되는 아이템을 찾아낸다면, 가제트는 이 기억을 ‘플레이어의 세계로 불러오기 위한 동기화 작업’을 시작합니다.
굉장히 간단한 해결책이지만, 여기서 발생하는 시간 지연은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중복 대화 문제도 방지해줍니다.
“플레이어는 스토리를 발동시키는데 몰두해 있고, 가제트 역시 하나에 하나씩만 아이템을 발동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 작업이 끝나기 전에는 다음 대화를 보여줄 수가 없는 시스템이죠.” 푸스토보잇은 강조합니다. “그래서 플레이어는 현재의 아이템 효과에 집중하게 됩니다.”
기억의 안개
플레이어를 다른 사람의 기억 속으로 옮겨놓는 것도 문제지만, 기억 속 공간으로 이동한 플레이어가 제작진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일 역시 또 다른 문제입니다.
픽셀나이트는 이처럼 기억 속의 게임 시퀀스를 의도대로 전개시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억의 안개”라는 요소를 사용했습니다. 이 기억의 주인이 누구였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는 탐정이 될 수도 있고 반란군을 이끄는 수장이 될 수도 있으며, 기억의 안개는 이렇게 진행되는 기억 속 플레이의 시퀀스에서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어느 정도 제한해 게임의 전개를 돕는 역할을 합니다.이 안개는 이렇게 유용한 도구이기는 하지만, 또한 기술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게임 엔진으로 3D 환경에서 반투명한 요소로 일정한 지대를 형성하는 것은 종종 애로사항이 따르는 작업입니다.” 푸스토 보잇은 말합니다. “대체 어떤 요소부터 보여주어야 할지 시스템이 혼동할 여지가 생기거든요.”
예를 들어 플레이어는 벤치에 떨어져 있던 망치를 통해, 다리를 수리하는 작업중이던 언짢은 수리공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면, 이제 플레이어의 앞에 희미한 빛줄기가 나타나 앞으로 이 기억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됩니다. 문제는 이 빛줄기가 안개의 불투명성과 간섭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제작진은 언리얼 엔진 덕분에 이 문제를 알아냈습니다.” 푸스토보잇은 설명을 잇습니다. “하지만 아직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적용하지는 않아서, 이따금 멀리 있는 안개 너머를 뚫고 볼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하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잔디 배치

“언리얼 엔진의 머티리얼로는 온갖 기상천외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시간만 들이면 게임 속에서 상당한 수준의 정확도를 구현해낼 수 있죠.” 푸스토보잇은 말합니다. “정말 굉장한 물건이고 가능성도 무한하며, 실감나는 세부묘사 보다는 게임의 미학 스타일을 추구하는 작업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또한 픽셀 나이트는 레벨 디자인에 들이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엔진 내의 함수도 이용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공원은 공중에 떠 있는 섬에 위치해 있으며, 섬의 아랫부분은 온통 울퉁불퉁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푸스토보잇에 따르면 이 바위의 거친 표면은 일일히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표면의 각도를 기준으로 텍스처를 자동 적용하는 머티리얼적 비법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수평 표면에는 잔디를 배치하죠.” 푸스토보잇은 설명합니다. “또 수직 표면일 경우에는 바위 텍스처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굳이 일일히 수작업으로 텍스처를 작업할 필요가 없었어요.”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배경은, 분명 그 일부를 자동으로 생성해낸 것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아니, 최소한 기억 속 세계에 둥둥 떠 있는 섬 치고는 굉장히 자연스러워 보이죠.
임파시는 현재 PC 플랫폼으로 플레이해 볼 수 있습니다.
에디터 주석: PCGamesN에서는 언리얼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환상적인 게임을 선정하여,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Making It in Unreal"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에픽게임즈는 기사 제작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