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19일

에픽게임즈에서의 에픽 라이프

저자: 오민

소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오민입니다. 게임 배경을 주로 맡고 있는 3D 아티스트이며, 컴퓨터로 만드는 아트 모든 요소를 좋아합니다. 원래 한국에서 태어나 2010 년부터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올해 초, ‘Sting like a Bee’ (벌처럼 쏴라)라는 3D 배경 세트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오래도록 가장 좋아하는 권투선수 Manny Pacquiao 와 David O. Russell 의 영화 The Fighter 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씬이었지요. 이 작품을 CG Student Awards 2014 에 제출한 결과 차세대 게이밍 분야에 우승, 올해의 학생으로 추천받아 에픽게임즈의 인턴쉽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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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도 제게 값진 인생의 기회를 준 CGSA 에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이러한 인턴쉽 기회를 얻는 것 조차 어려운 일로, 제게는 아주 의미있는 기회입니다.
고맙습니다, CGSA!

모두가 에픽

CGSA 공동 설립자인 Alwyn Hunt 에게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에픽게임즈 인턴쉽 근무를 하게 될거라는 소식을 들은 이후, 로스 앤젤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장거리 이사를 계획해야 했습니다. 서부 연안 끝에서 동부 연안 끝으로의 이사였던 것이죠. 이사는 어려웠습니다만, 제가 자라면서 플레이하던 게임을 여럿 제작한 회사인 에픽게임즈에서 일하게 된 기회에 비하면 싼 비용이었습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이동 및 이사 일정 관련해서 도움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결국 흥분되는 마음으로 인턴쉽에 대한 기대를 쌓으며 이사는 순조롭게 마쳤습니다.
첫 날은 쿨한 척 하려 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흥분을 감추기에는 너무 기뻤거든요!

이상한 U 자 모양 건물에는 에픽게임즈 건물이라 써있는 간판이 없습니다. 하지만 건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유리벽을 통해 기어즈 오브 워의 마커스 동상과 언리얼 토너먼트의 말콤 동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정문을 통과하면, 지금까지 에픽이 만든 게임의 역사가 전시된 통로가 나옵니다. 재즈 잭 래빗에서부터 (제가 꼬맹이였을 때 플레이했던 게임인데, 그걸 만든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될줄이야 꿈에서도 몰랐습니다!) 기어즈 오브 워 까지요.

게임의 역사가 전시된 벽을 지나면, '아레나'라 불리는 직원 식당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근무중인 직원이 건물을 나갈 필요 없이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음식과 간식 및 음료가 가득 차 있지요. 이상하기도 재밌기도 한 것이, 아레나 한 쪽 벽에는 락 클라이밍 벽과 2 층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커다란 미끄럼틀이 있습니다. 그 덕에 사무실에 보다 느긋한 분위기를 내면서 직원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같습니다. 헬스장, 요가실, 당구대, 탁구대는 물론 고전 아타리 2600 에서부터 신형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콘솔 기기로 가득한 오락실 등의 시설도 완비되어 있었습니다.

아트 인턴이라 소개를 시작한 이후, 많은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에픽의 직원들은 매우 친절하며, 조금 가까이 지내다 보면 그 어마어마한 일에 대한 열정에 놀라게 됩니다. 그러한 열정이 있으니, 그렇게 멋진 게임을 만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언리얼 세상에서의 하루

현재 저는 언리얼 엔진의 새로운 마켓플레이스 팀에서 작업중입니다. 마켓플레이스는 UE4 사용자들이 엔진을 사용하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애셋을 판매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입니다. 그 애셋에는 캐릭터, 배경, 무기, 2D 스프라이트, 머티리얼, 오디오, 블루프린트(UE4 의 노드 프로그래밍 시스템)와 같은 게임 시스템까지도 포함됩니다.
저는 UE4 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매력적이고 강력한 기능을 알게됐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아트 애셋도 시중의 다른 게임 엔진에 비할 때 UE4 에서 보는 것이 물리적으로 더욱 정확하고 나아 보이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적응도 금방 됩니다. 아티스트도 간단히 고급 기능의 아트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블루프린트는 프로그래머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도 실제 코드 작성 없이 코드 기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합니다. UE4 는 게임 개발자들에게 있어 일상적인 도구인 것입니다.

이미 아시겠지만, 에픽게임즈는 역사적으로 이미 유명한 프랜차이즈 게임인 언리얼 토너먼트(UT)의 새 버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에픽게임즈 내부 개발자들에 의해서만 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UT 는 소위 커뮤니티 기반 제작이라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는데, 외부의 UT 팬이라면 모두 이 프로젝트 개발에 참여하여 기여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어떠한 게임 요소도 상관 없습니다. 프로급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 능력이 된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 정도가 안된다 할지라도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의 팬들이 UT 포럼에 다수 포진해 있으며, 에픽게임즈에서도 기꺼이 도와드리고 안내해 드릴 것입니다. 마치 관심사가 같은 친한 친구들끼리 뭔가 쿨한 것 좀 만들어 보자고 뭉쳐서 개발하는 프로젝트 같습니다. 켜뮤니티 기반 프로젝트이므로 제가 내부적으로 프로젝트에 공식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곳에 참여하여 밤을 지새고 있습니다.

아직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프로급 환경에서의 근무 경험이 약간은 생겼습니다. 각 회사마다 그 회사를 강하게 또는 약하게 만드는 고유의 문화가 있습니다. 에픽게임즈에는 제가 여지껏 바랐던 것 중 최고의 분위기를 지닌 회사입니다. 에픽게임즈에서 제공하는 모든 편의시설은 그냥 전시용이 아니라 직원이 자신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서 일하는 도중 다른 것은 걱정할 필요가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가끔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장소를 내기가 힘들어야 정상인데, 이 곳은 열정적인 개발자에겐 마치 놀이동산같은 곳입니다.

그 외에도 보통 같이 일하지 않는 다른 팀의 직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많은 소셜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모든 직원이 한 가족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외 몇 가지

트윗치, 소통

에픽게임즈에서는 여러가지 채널을 통해 팬과 개발자와 소통을 합니다. Twitch (트윗치)의 온라인 스트리밍 비디오가 그 중 하나입니다. 정기적으로 주당 두 세 번씩 UT 및 UE4 에 대해 스트리밍 방송을 합니다. UE4 트윗치 스트림에서는 엔진 신기능에 대해 이야기하고, 엔진 로드맵에 대해 토의하며, 커뮤니티에서 UE4 로 만든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집중 조명해 보기도 합니다. 단순한 단방향 방송이 아닌, 누구나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트윗치 스트림 도중 여러분도 채널에 참여하여 질문이나 의견을 내실 수 있습니다.
UE4 의 로드맵을 보여주는 트렐로 보드라는 것도 있습니다. 어떤 기능이 투표를 많이 받으면, 그 기능이 초기 개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갑니다.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필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조정하려는 것입니다.

UT 트윗치 스트림에서는 레벨 디자인, 무기 제작, 플레이어 경쟁방식 및 게임 시스템 원형과 같은 UT 개발 프로세스에 대해 벌어지는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UT 는 현재 알파 전 단계이며, 게임 제작 초기 단계라 트윗치 스트림에서 매주 진행상황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UT 에는 다른 커뮤니티 이벤트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회원을 노스 캐롤라이나 캐리의 에픽 본사에 초청하여 게임을 같이 플레이하면서 아이디어를 공유합니다. 게임 제작이라는 것이 개발자들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게임을 사랑하는 팬에 의해서도 개발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에픽게임즈가 팬과 개발자와의 교류를 위한 소통 채널을 열어두려 하는 것이 마음에 듭니다.

에픽 프라이데이 / 게임 온 / 무비 나잇

에픽게임즈에는 창의성을 북돋기 위한 내부 이벤트가 있습니다. 에픽 프라이데이에는 직원이 공식 프로젝트가 아닌 부분에 대한 작업 또는 매일 하는 업무의 일부가 아닌 작업에 대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예를 들어 3D 모델러가 3D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작업을 할 수 있다던가, 아티스트가 게임 디자인 프로젝트 작업을 할 수 있다던가 하는 것이지요. 에픽 프라이데이 도중 개발된 아트와 기능이 엔진에 실현되는 것을 여러가지 보아왔습니다. 저에게는 신선하고 감명깊은 일이었습니다.

일을 마칠 때, 우리는 게임 회사이니 재미가 없으면 무슨 소용이 있냐고 강조합니다. 게임 온은 게임 플레이의 재미를 느끼는 시간으로, 아무 게임이나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경력을 쌓는 데 집중하기 시작하고 나서는,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게임 온은 제가 왜 게임을 만들고자 했는지 스스로 돌이켜 보기에 좋은 충전 시간입니다.

가끔 한 번씩 무비 데이/나잇이 있는데, 좋은 영화가 나오면 같이 영화를 보러 갑니다. 편리하게도 영화관이 사무실 건물 바로 옆 블록에 있습니다. 게임 회사에 더없이 완벽한 위치지요!

이 모든 이벤트가 그냥 단순히 즐기자는 것이라기 보다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 게임 제작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의 말씀

처음 제가 여기 왔을 때는 두 세달 정도의 인턴쉽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이었으나, 기간을 여섯 달 연장해 줬습니다. 이 곳 꿈의 직장에서 회사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을 수 있다니, 더이상 기쁠 수가 없습니다. 조만간 에픽게임즈의 제작진 목록에도 제 이름이 올라갔다고 말할 수 있게되기를 희망합니다. 그것이, 마치 제가 꼬맹이때 그랬 듯이, 게임 제작의 꿈을 키우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엄청난 기회를 준 CGSA 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